금남로의 8박자, 오월 광주를 다시 걷다

— 2026 외민동 5·18 광주 역사기행 준비부터 끝까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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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명

동행위원장, 행정학과 99

망설임 끝에, 다시 광주로

사실 올해 5·18 광주 역사기행 준비를 맡는 것을 고사했었습니다.

작년 기행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았던 터라, 참가 인원까지 늘어난 올해 과연 더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습니다. 게다가 올해 기행 준비 기간은 지방선거 준비 기간과 겹쳤습니다. 진보당 당원이자 대의원으로서 이번 지방선거가 매우 중요한 국면이었기에, 선거 활동과 기행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결심도 늦어졌습니다. 작년에는 그 전해 겨울부터 준비를 시작해 연초에 답사까지 다녀왔지만, 올해는 봄이 다가와서야 비로소 준비를 책임지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양봉열 선배님께서 숙소를 알아봐 주시고 적극 돕겠다고 나서 주신 덕분에 겨우 마음을 정할 수 있었고, 기획단에 이중원·윤경준·박광열 선배님께서 추가로 합류해 마음을 많이 써 주신 덕분에 부족하나마 행사를 큰 무리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가장 큰 숙제였던 숙소 문제를 양봉열 선배님께서 해결해 주신 덕에 저도 큰 부담을 덜었고, 회원분들도 청백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즐기며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답사 당시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공연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다른 캠핑 인원이 있어 준비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오길준 선배님께서 음향까지 후원해 주시고 단원분들이 사전에 합을 맞춰 주셨는데 끝내 선보이지 못해 참 아쉬웠습니다. 그 마음이 노래패 소모임으로 이어졌으니, 앞으로 외민동 행사에서 꼭 멋진 무대를 보여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오월의 목소리를 되살린 시간들

숙소 문제가 해결되자 다음 고민은 전체 기획의 틀이었습니다. 하나는 “올해의 기조인 ‘외민동과 떠나는 내란 극복의 뿌리찾기’를 행사 전반에 어떻게 녹여 낼 것인가”였고, 다른 하나는 “작년에 안착된 조(組) 단위 운영을 어떻게 이어 갈 것인가”였습니다.

첫 번째 고민인 기조의 구현을 위해 몇 가지를 기획했습니다. 첫째, 사전 답사에서 보았던 옛 전남도청을 복원 후 처음으로 관람하며 5·18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 둘째, 기행에 앞서 사전 행사를 열어 소년 시민군의 이야기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의 시점에서 바라본 5·18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자. 셋째, 신상전 대선배님의 5·18 관련 최초의 보고서를 파일로 정리해 자료집에 반영하고, 선배님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를 기행에 마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중간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이 정식 개관 준비와 대통령의 광주 방문에 따른 보안 조치로 기행 일정에 맞춰 문을 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아쉬웠지만, 전체 시민사회단체 행진에 외민동이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습니다. 각 조별로 구호를 정해 직접 현수막을 제작했고, 이를 들고 금남로 행진에 함께했습니다. 또한 90년대 학번에게 익숙한 8박자 구호를 전체 참가자가 사전에 배워 행진하며 함께 외쳤습니다. 현수막과 8박자 구호는 외민동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하나로 묶어 주었으며, 내란 종식과 사회 대개혁의 염원을 잘 담아낸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실제로 행사 후 평가 설문에서도 이 행진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아 주신 분이 많았습니다.

사전 행사로 진행한 ‘함께하는 이야기, 소년이 지킨 새벽, 여성이 열어낸 길!’은 준비한 사람으로서도 참 보람이 컸습니다. 외민동 최초로 줌(Zoom)을 활용해 온라인 참여까지 가능하게 한 행사였고, 영상으로 제작해 다른 민동에 전파했으며 광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했습니다. 방식도 방식이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깊었습니다. 소년 시민군 이덕준 님의 생생한 증언, 그리고 이어진 ‘과거사 젠더 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5·18 열매’ 윤경회 간사님의 강연은 그동안 우리가 충분히 마주하지 못했던 광주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두 분의 기억이 겹쳐지는 대목에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외민동 유튜브를 통해 꼭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신상전 선배님 댁을 방문해 귀중한 자료를 받고 당시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경험도 무척 소중했습니다. 5·18 광주의 한복판에서 외대 동문들도 큰 역할을 하며 마음을 함께 이어 왔다는 사실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선배님의 보고서를 오래 남기고자 파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받아 온 자료를 박서영 후배에게 부탁해 PDF로 변환하고, AI를 활용해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던 타이핑 자료를 워드 파일로 다듬어 자료집과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신상전 선배님의 자취를 오래도록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만들고 함께 채운 1박 2일

두 번째 고민인 조 단위 운영은, 작년에 꾸려진 조들의 상황이 서로 달라 고민이 있었습니다. 어떤 조는 오프라인 모임까지 이어지며 잘 유지되고 있었고, 어떤 조는 재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유지되는 조는 기본 틀과 구성원을 그대로 두되 일부 조는 조장과 조원을 전면 재구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애 선배님과 서정필 동문이 새 조장으로 합류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이번 기행에서는 재학생들의 참여가 특히 주목할 만했습니다. 마석 민족민주열사 묘역 정비 때 논의되었던 재학생 참여가 현실화되어, 올해 총학생회장 김하은 동문을 비롯한 재학생들이 전 일정을 함께했고, 별도의 조를 편성해 광주의 의미를 외민동과 나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짐도 나르며 큰 힘을 보태 준 재학생들께 개인적으로도 감사를 전합니다.

전 일정을 함께한 총학생회 후배들 외에도, 자체 프로그램을 준비한 생활도서관의 재학생 동문들이 내려가는 버스에 함께 오르고 전민동 행사와 참배에 함께하며 외민동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일곱 개 조가 제기차기, 링 던지기, 판 뒤집기, 계주로 겨루는 공동체 놀이로 몸을 풀었습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평화조가 우승을 차지했고, 우승 조에는 점심값을 지원해 작은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이어 찾은 장성 편백나무 치유의 숲에서는 모처럼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모든 일정 뒤에는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습니다. 기획단에 다소 늦게 합류한 김기중 선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모님 찬스’로 맛있는 김치·수육·막걸리를 마련해 주신 것은 물론, 일요일 오전 힐링 시간이 되어 준 장성 편백나무 치유의 숲을 사전 답사하고 버스장 역할까지 잘 수행해 주셨습니다. 그 밖에도 버스를 후원해 주신 임창수·정연호 선배님, 홍어를 후원해 주신 오길준 선배님, 현지에서 떡을 후원해 주신 윤상학 선배님, 고구마 막걸리를 준비해 주신 김호산 선배님, 딸기를 마련해 주신 윤석진 선배님, 그리고 찬조금으로 행사를 든든히 받쳐 주신 신상전·이재우·인종훈·임은영·김정주·이미애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사전 행사에 강의 공간을 내어 주신 유영초 선배님까지, 여러분의 마음이 모여 행사를 잘 치를 수 있었음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행사를 마치고 진행한 평가 설문에서는 응답해 주신 마흔세 분 가운데 대부분이 최고점인 ‘아주 만족’을 주셨습니다(5점 만점에 평균 4.7점). 행진과 묘역 참배, 공동체 놀이를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아 주셨고, ‘여유로운 일정’, ‘현지 동문들과의 연대 강화’, ‘더 많은 동문의 참여 조직’ 같은 소중한 제안도 남겨 주셨습니다. 보내 주신 따뜻한 평가와 애정 어린 조언 모두 내년 기행을 더 단단하게 준비하는 밑거름으로 삼겠습니다.

광주 기행은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람도 크지만, 앞서 미처 언급하지 못한 기념품 준비, 식사 장소 예약, 조식 섭외, 숙소 배치, 공동체 놀이 준비, 동선 짜기 등 챙겨야 할 일이 많아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년에는 누가 이 일을 맡을지, 혹시 제가 또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 반 고민 반입니다. 만약 내년에도 제가 맡게 된다면 올해처럼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라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분이 준비를 맡으시고 제가 곁에서 최대한 돕는 모습이 되기를 고대합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외민동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되었다는 데에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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