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제천에서 보낸 1박 2일
— 자연과 사람, 그리고 새로운 배움이 어우러진 따뜻한 봄나들이
이영심
영어과 86
2026년 4월 25일과 26일, 외대민주동문회 산하 4개 소모임이 연합해 올해의 동문탐방을 제천으로 떠났다. 외민동 산악회, 문화탐방모임, 사회적연대경제탐방팀, 그리고 금은방(금수산과 은수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네 팀에 속한 37명의 동문이 함께한 여행이었다. 4월 말의 화창한 날씨 덕분에 더욱 신나는 봄나들이였다. 따뜻한 선후배님들과의 만남, 연두와 초록으로 물든 싱그러운 금수산과 청풍호, 자연산 약초와 산나물로 차린 건강한 식사, 그리고 새로운 배움과 경험까지 어우러진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 버스 안을 가득 채운 설렘
4월 25일 토요일 아침 7시 30분, 시청역에서 스무 명 남짓한 동문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양재역과 죽전 간이정류장을 거치며 참가 동문을 모두 태웠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들떠 있어 버스 안은 금세 활기를 띠었다. 특히 아침으로 나눠 준 김밥은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맛이었고,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든든한 한 끼 덕분에 제천으로 향하는 여정은 더욱 즐거워졌다. 이어 이번 여행의 총책임을 맡은 기획위원장 김복남 선배님께서 여행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해 주셨고, 동문들은 한 명씩 차례로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익숙한 선후배님들과 함께하는 것도 좋았고 새로운 동문들을 만나게 된 것도 좋았는데, 특히 과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양희와 같이 앉게 되어 마음이 한결 편했다.
🌊 정겨운 환대가 기다린 상천리 마을
오전 11시 30분경 버스는 제천 상천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는데, 충청도 사투리로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정겨운 플래카드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와 숙박을 하게 될 상천리 마을회관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솔직히 ‘마을회관’이라는 이름을 듣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선입견은 보기 좋게 날아갔다. 정갈하게 정돈된 실내는 웬만한 호텔 숙소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배고픔을 달랜 뒤 본격적인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마을에는 식당이 단 두 곳뿐이었고, 김영수 동문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반드시 두 집 다 가 줘야 합니다”라고 신신당부했다. 우리는 그 부탁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두 팀으로 나뉘어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비록 점심 한 끼였지만, 그 속에는 음식보다 더 따뜻한 배려와 정이 담겨 있었다. 식사 후에는 이번 여행의 핵심 프로그램인 조별 활동이 시작되었는데, 금수산 트래킹팀, 산야초 채집팀, 그리고 청풍문화단지를 중심으로 한 문화탐방팀,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 금수산 정상에서 만난 360도 파노라마
나는 금수산 등산팀에 합류했다. 금수산은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경계에 위치한 해발 1,016m의 산으로, 월악산국립공원 권역의 명산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금수산이라는 이름은 ‘비단처럼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이중원, 이두헌, 임창수, 이해웅 이 네 분의 선배님은 단 4시간 30분 만에 해발 1,000m가 넘는 금수산을 완주하는 놀라운 체력을 과시하셨다. 반면에 나와 원영 후배는 정상까지 오르는 데에만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가파르고 힘든 구간도 많았지만 원영 후배가 끝까지 챙겨 준 덕분에 나도 무사히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야말로 모든 고생을 순삭시킬 수 있을 만큼 멋졌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는데, 청풍호와 월악산 능선, 소백산 자락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360도 파노라마 전망은 아마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늦은 시간에 하산한 덕분에 금수산의 아름다운 노을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산 능선의 실루엣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물론 하산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커다란 바위가 많은 탓에 천천히 조심스레 내려와야 했고,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또 금방이라도 해가 져 버릴까 봐 조바심도 일었다. 하지만 마침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성취감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힘들었던 만큼 금수산의 매력이 더욱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을 단풍이나 설경을 보러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함께 나눈 저녁상, 그리고 깊어 간 밤
거의 8시가 다 되어, 패잔병 같은 모습으로 우리가 마을회관으로 돌아왔을 때, 고맙고 미안하게도 일정을 끝낸 다른 두 팀이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허기와 갈증에 시달렸던 우리는 간단히 씻고 곧바로 식사에 합류했는데, 식탁은 산행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 버릴 만큼 황홀했다. 산약초를 넣고 가마솥에서 푹 삶은 수육은 깊으면서도 담백한 맛을 자랑했고, 동문들이 직접 채취한 각종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은 자연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별미였다. 여기에 김영수 선배님과 함께 15년 전 이곳에 정착한 박명란 동문이 직접 담근 김치와 된장국까지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더구나 나는 7시간 가까이 등산을 한 후에 먹는 저녁이어서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산야초 채집팀 역시 만만치 않게 고생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금수산 등산도 힘은 들었지만 최소한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가면 되는 것이었는데, 산야초 채집팀은 정해진 길도 없이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산나물을 채집해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새로운 산나물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고, 직접 채집하는 재미 때문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한다. 한편 문화탐방팀은 옥순봉 출렁다리와 백봉산마루 주막, 청풍호 전망대, 청풍문화유산단지를 둘러보며 자연과 문화유산을 함께 즐겼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로운 일정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거리를 정해진 시간 안에 걸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각 팀마다 힘은 들었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천의 매력을 만끽한 하루였던 것 같다.
식사 후에는 이미애 선배의 진행으로 모든 일행이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팀별 대항이라는 방식 때문에 경쟁심도 불타올랐지만, 각 미션이 진행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팀원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후 일부 동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동문이 성종경 동문의 집에 모여 밤늦은 시간까지 술을 벗 삼아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둘째 날, 붉실농장에서의 채집
둘째 날인 일요일 아침,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한 뒤 김영수 동문의 사과 과수원이 있는 붉실농장으로 이동했다. 김영수 동문이 제공해 준 시원하고 상큼한 무농약 사과즙과 생수를 마시면서 둘러본 과수원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원래는 과수원의 사과꽃을 따는 작업을 도와야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노동은 면제되었고, 대신 유기농 과수원 곳곳에서 자라는 산부추(김 동문은 사과나무의 면역력을 높이려고 화학약품 대신 부추를 심었다고 했다)와 땅두릅, 쑥 등을 채집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문들 모두가 너무도 열심히 채집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평상시 도시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흙을 만지고 부추와 두릅을 따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사과를 재배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지 새삼 알게 되었고, 15년 동안 그 길을 뚝심 있게 걸어온 김영수 동문과 박명란 동문 부부에게 새삼 존경심이 들었다. 과수원 언덕에서 바라본 산과 호수의 풍경 또한 아름다웠다. 또한 이번 여행의 최연소 참가자인 여섯 살 기현이가 가파른 언덕길을 힘들어하지 않고 씩씩하게 다니면서 당차고 똘망똘망하게 말하는 모습은 모든 동문들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만들었다.
🎉 마지막 식사와 다와연카페의 여유
점심은 제천의 사회적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오바바 쌀국수집에서 먹었는데, 사회적연대경제탐방팀 팀장이신 남기창 동문의 설명에 따르면, 언뜻 시골의 정취에는 생뚱맞은 음식점 같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으로 제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회적기업이라고 한다. 우리는 따뜻한 국물과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마친 뒤, 임창수 선배님께서 후원해 주신 덕분에 ‘다와연카페’에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한 커피와 다양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음료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 속에는 지난 이틀 동안 함께했던 팀별 활동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 결국, 사람으로 남은 이틀
제천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김영수, 성종경, 박명란, 김영철 동문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진행된 이번 제천 여행은, 제천이라는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그동안 애쓰고 노력한 동문들의 삶이 주는 지혜와 감동, 그리고 함께 산을 오르고, 땀을 흘리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되고, 또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간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천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역시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외민동 선후배님들의 정과 새로운 추억으로 아로새겨진 이틀의 시간. 특히 이번 여행의 순간순간은 문화탐방팀장님이신 현상윤 선배님께서 만드신 영상 덕분에 더욱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영상은 현상윤 선배님께 부탁해서 받으세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인다면,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