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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연정-8> - 여세현 창작소설
작성자
외민동 관리자
작성일
2024-08-05 22:12
조회
134
<복숭아 연정-8>
길섶에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가 울어대는 논둑길을 따라 복숭아밭 원두막에 당도하니 희미한 남포등 아래 산둥개 여남은 마리가 빙빙 돌며 군무를 추고 있었다.
"아재! 저 대근이어라우. 그동안 잘 지셨능게라우?"
"응~ 어서 오소. 오늘 자네 친구들 온다고혀서 복성 따노코 지달리고 있었네."
대근이아재 친구들은 사다리계단을 타고 원두막 위로 올라가 빙~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물로 깨끗이 씻어논 복숭아 한바구니가 놓여 있고 상철이형이 들고온 막걸리 주전자가 그 옆에 내려졌다. 같은 면(面)에 살아도 국민학교가 달라서 자세히 모르는 네명씩 모였기 때문에 먼저 자기소개를 하면서 막걸리잔을 돌렸다.
아재와 나는 원두막 아래쪽 바위옆에서 모깃불을 피웠다. 먼저 바싹 마른 건초(乾草)로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덜마른 반건초(半乾草) 개똥쑥을 얹으면 몽글몽글 연기가 피어나면서 모기를 쫓아냈다. 모깃불이 피워지자 아재는 쌈지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면서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세현아 오늘 저사람들 누구 누구가 함께 왔는지 다른데 가서 말하믄 절대 안된다. 알것제?"
"아재 지가 나이는 쬐까 묵었어도 고정도는 알지라우. 처녀들이 남자들허고 놀러댕긴 것이 소문나불먼 혼삿길이 막힌다고요."
"세현이 니가 시방 5학년이라고혔냐? 고럼 알만한 때가 돼앗다. 허허허."
고객의 신상정보를 지켜주는 것은 복숭아밭 주인의 영업상 비밀로 불문률이었다.
막걸리잔이 한바퀴 돌고 서먹한 분위기가 해소되자 대근이 아재가 상철이형에게 넌즈시 권했다.
"자~ 인자 서로 인사가 끝났응께 우리들의 카수 상철이가 한곡조 뽑아부러라."
"잉~ 그려볼까? 고럼 나가 먼저 한곡 부르고 끝나먼 나가 가리키는 사람이 이어서 부르는 것으로 허세."
상철이형이 일어서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상철이형이 특유의 꽈배기춤(또는 뎀뿌라춤)을 추면서 당시 최고의 히트곡인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러재꼈고 원두막은 흔들거렸다.
역시 상철이형은 명불허전의 분위기메이커였다.
길섶에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가 울어대는 논둑길을 따라 복숭아밭 원두막에 당도하니 희미한 남포등 아래 산둥개 여남은 마리가 빙빙 돌며 군무를 추고 있었다.
"아재! 저 대근이어라우. 그동안 잘 지셨능게라우?"
"응~ 어서 오소. 오늘 자네 친구들 온다고혀서 복성 따노코 지달리고 있었네."
대근이아재 친구들은 사다리계단을 타고 원두막 위로 올라가 빙~ 둘러앉았다. 가운데는 물로 깨끗이 씻어논 복숭아 한바구니가 놓여 있고 상철이형이 들고온 막걸리 주전자가 그 옆에 내려졌다. 같은 면(面)에 살아도 국민학교가 달라서 자세히 모르는 네명씩 모였기 때문에 먼저 자기소개를 하면서 막걸리잔을 돌렸다.
아재와 나는 원두막 아래쪽 바위옆에서 모깃불을 피웠다. 먼저 바싹 마른 건초(乾草)로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덜마른 반건초(半乾草) 개똥쑥을 얹으면 몽글몽글 연기가 피어나면서 모기를 쫓아냈다. 모깃불이 피워지자 아재는 쌈지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면서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세현아 오늘 저사람들 누구 누구가 함께 왔는지 다른데 가서 말하믄 절대 안된다. 알것제?"
"아재 지가 나이는 쬐까 묵었어도 고정도는 알지라우. 처녀들이 남자들허고 놀러댕긴 것이 소문나불먼 혼삿길이 막힌다고요."
"세현이 니가 시방 5학년이라고혔냐? 고럼 알만한 때가 돼앗다. 허허허."
고객의 신상정보를 지켜주는 것은 복숭아밭 주인의 영업상 비밀로 불문률이었다.
막걸리잔이 한바퀴 돌고 서먹한 분위기가 해소되자 대근이 아재가 상철이형에게 넌즈시 권했다.
"자~ 인자 서로 인사가 끝났응께 우리들의 카수 상철이가 한곡조 뽑아부러라."
"잉~ 그려볼까? 고럼 나가 먼저 한곡 부르고 끝나먼 나가 가리키는 사람이 이어서 부르는 것으로 허세."
상철이형이 일어서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
유행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상철이형이 특유의 꽈배기춤(또는 뎀뿌라춤)을 추면서 당시 최고의 히트곡인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러재꼈고 원두막은 흔들거렸다.
역시 상철이형은 명불허전의 분위기메이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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