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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연정-6> - 여세현 창작소설

작성자
외민동 관리자
작성일
2024-08-05 22:08
조회
132
<복숭아 연정-6>

거칠게 쏟아지던 소나기가 차츰 잦아들더니 여우비로 바뀌어 날이 훤해지면서 다시 해가 나오고 빗방울은 가늘게 듬성듬성 내리고 있는데 누군가 다리밑을 뛰쳐나가면서 외쳤다.
"야~~ 호랭이 장가간다~~!"
비가 오면서 해가 뜨는 날을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불렀다. 나머지 친구들도 다같이 뛰쳐나갔다. 우리들은 냇가 둑방길옆 강변밭에 심어진 토란잎을 하나씩 따서 머리에 얹어쓰고 둑방길을 따라 동네쪽으로 걸어갔다.

"와~~ 무지개 떴다~~!"
또 누군가 외쳐서 뒤를 돌아보니 앞산 비봉산(飛鳳山) 중턱과 뒷산 금산(錦山) 중턱에 걸쳐 무지개가 하늘에
빨주노초파남보 일곱빛깔 포물선을 그려놓았다. 우리들은 다같이 폴짝폴짝 뛰면서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를 만끽했다.

동네앞 '물몰이보'에 이르자 비도 거의 그쳤고 우리들은 오래된 관행처럼 둑방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빤쓰만 남기고 발개벗은채 봇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뒤늦게 하교하던 여자애들은 한손으로 냇가쪽 얼굴을 가리고 지나갔다.

물몰이보에서 신나게 멱을 감고 동네 방천에 이르러 저녁에 보기로 하고 각자 고샅으로 흩어졌는데, 저 멀리서 대근이 아재가 억새풀을 한짐 지고 작대기로 지게다리를 두드리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면서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아재가 다가오자 물어보았다.
"아재 오늘밤 복성밭에 우리 작은집 옥자고모도 간다요?"
"아녀. 오늘은 우리동네 친구들이 아니라 타(他)동네 친구들허고 갈거구먼. "
("어라? 그라믄 안돼는디... 내 작전에 막대한 차질이 생겨분디...")

나는 고민에 빠졌다. 우리동네 선배들만 가면 내가 따라가도 괜찮겠지만, 타동네 선배들이 온다면 필시 내가 따라가는 것을 뺀치놀게 뻔했다. 이 사태를 어찌한단 말인가.

저녁밥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방천에 나가니 동네 친구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잔뜩 기대를 품고 모여든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하는건가?
(그래 어찌 되것지...)
친구들에게 낮에 말했던대로 먼저 산길에 가서 있으라고 떠나보내고 나는 남았다.

도대체 무슨 핑계를 대서 대근이 아재를 따라가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순간 내 머리속에 퍼뜩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달음박질로 집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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