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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연정-5> - 여세현 창작소설

작성자
외민동 관리자
작성일
2024-08-05 22:06
조회
128
<복숭아 연정-5>

이틀이 지나 운명의날 반공일(토요일)이 찾아왔다.
지금은 주5일근무가 정착돼서 토요일이 휴무일이지만, 예전에는 직장에서는 오전근무, 학교에서는 오전수업만을 해서 반공일(半空日)이라고 불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공일이 반가운 것은 직장이든 학교든 사람의 몸과 마음을 구속하게끔 짜여진 틀이 가져다 주는 압박감에서 잠시나마 해방될수 있었기 때문일게다.

오전수업 끝종이 울리고 교실청소를 마친 다음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책가방을 둘러메고 야호~~ 환호성을 지르면서 교문을 나섰다. 아까부터 시꺼먼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냇가를 가로질러 건너는 수문교 다리앞에 다달을쯤 거센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리는 누구랄것도 없이 다리밑으로 뛰어들어갔다. 그 다리는 일제시대때 신작로를 만들면서 놓여진 다리로 바로 옆에 국민학교도 있었지만 냇가의 강폭이 가장 좁은 곳이라 거기에 다리를 건설했을성 싶다. 70년대 이전에는 우마차가 냇가(오례천)를 건널수 있는 유일한 다리였다.

언제 그칠지 모르게 퍼붓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태구가 입을 열었다.
"세현아 그저께 니가 복성을 배부르게 묵을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제? 그 방법 좀 갈챠주라."
옆에 있는 세명의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우리들도 고것이 알고잡다."
네명의 눈깔 여덟개가 내 입속으로 쳐들어 올것만 같았다.

"음~~ 고것이 말이제... 쉬운 일은 아녀."
"아 글씨 고것이 뭔디?"
"느그들이 내 말을 잘듣것다고 약속허믄 갈챠줄게."
"아따 언제는 우리들이 니말 안들었냐?"
"모두 약속헌다 이거제? 고럼 요리 모이봐."

친구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옆으로 모여들었다.
"오늘 밤에 대근이 아재 친구들이 복성밭에 가는디 고때 나도 따라갈거고만."
"근디? 고것이 우리들 복성 묵는거랑 뭔 상관이 있다냐?"
"내 야그를 잘 들어봐."

나는 나뭇가지를 집어들고 땅바닥에 복숭아밭 지도를 그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복숭아밭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우리동네(동산리2구) 반대편 왼쪽에 동산리3구가 있고, 맞은편 다리건너에 우리 국민학교가 있다.
"자 잘봐라. 복성밭 한가운데 원두막이 있고, 위쪽에 동산리3구에서 금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있다."
"그려 맞어. 금산으로 나무하러 댕기는 길이제."
"내가 그저께 원두막에서 둘러봉께 아래쪽에는 빨갛게 익은 복숭아를 다 따부러서 별로 없고, 위쪽 산밑에 많이 있더라."
"그려서? 우리가 워떡하믄 돼냐?"

친구들은 이미 입에서 침이 꼴깍 넘어가고 있었다.
"대근이 아재 친구들은 우리동네에서 맹키로 원두막에서 창가를 부르면서 놀것이다. 느그들은 미리 산길에 가서 지다리고 있다가 창가가 시작되믄 복성밭으로 들어가믄 된다. 알것냐?"
"만약에 들켜불먼 워쩐다냐?"
" 그려서 중간에 망을 봐야제. 규도 니가 두고랑 앞쪽에서 망을 봐야쓰것는디 절대 소리지르먼 안돼고, 복성 두개를 들고 있다가 누가 오는것 같으믄 한개를 던지고 느그들은 움직이지말고 조심허고, 더 가까이 다가오먼 두개째 던지고 느그들은 산으로 튀어라."
"응 알것고만."
" 아 참 글고 한나무에서 너무 많이 따불먼 티가난게로 여러나무에서 조금씩 따야헌다. 알았제?"
"고것은 두말허먼 잔소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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