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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연정-4> - 여세현 창작소설
작성자
외민동 관리자
작성일
2024-08-05 22:04
조회
32
<복숭아 연정-4>
한참을 기다리니 아재가 대소쿠리 한가득 복숭아를 담아 땀을 뻘뻘흘리며 들고 오셨다. 그리고 저울 위에 올려놓고 눈금을 살피더니 한관이 넘지만 그냥 가져가라시며 내 꼴망태에 담아 주셨다. 그리고 어차피 팔지 못할거라며 못난이 대여섯개를 덤으로 주셨다.
복숭아를 담은 꼴망태를 자전거 짐바리에 싣고 새끼줄로 단단히 묶은 다음 논두렁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엄니께 복숭아를 넘겨드리고 냇가로 멱감으러 가려는데 여동생 둘이 "오빠"하면서 내게로 달려왔다.
"오빠 저 산딸기랑 머루 먹어도 돼?"
"아직 안먹었냐? 대근이 아재가 줘서 느그들 먹으라고 갖다놨는디."
"아부지 엄니가 넘(남)의것은 절대 허락받지 않고 먹으면 안된다고 하셨잖여."
"바보들 내가 넘이냐? 글고 내가 느그들 안줄라믄 어디다 숨겨놨것제 왜 마루에다 놔덧것냐. 맛나게 먹어라."
동네 앞을 흐르는 제법 강폭(江幅)이 넓은 냇가의 천연수영장인 '물몰이보(洑)'에 다다르니 동네 아이들을 죄다 모아논듯 봇물속에서 엄벙첨벙 물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위아래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다이빙으로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들어갔다. 아이들은 두패로 나눠서 물싸움도 하고, 수영시합도 하고, 물속에 잠수해서 오래 버티기, 하얀 돌을 멀리 던져 찾아내기 등등 자체놀이방식에 익숙해서 지금처럼 수영강사나 안전요원도 필요없이 서산에 해가 넘어갈때까지 시간가는줄 몰랐고, 바윗돌 밑을 더듬어서 메기를 잡고 대나무로 만든 작살로 붕어나 가물치 같은 물고기를 잡아서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한 뀀지(꿰미) 채워서 들고 엄니를 갖다드리면 엄니는 그것을 절반은 밥반찬으로 호박과 감자를 넣어서 조림을 하고, 절반은 아부지 술안주로 얼큰한 매운탕을 끓이셨다.
냇가에서 멱을 감고 집으로 돌아오니까 엄니가 저녁상을 내오셨다. 밥상앞에 앉아 두 여동생을 보니 머루를 먹어서인지 입술이 새까매져 시푸르딩딩한 꼴을 보고 풉~ 웃음이 튀어나왔다.
"머루 맛나디?"
"으~~응 오빠 산딸기도 정말 맛있었어."
"고럼 밥맛이 없것는디? 오빠가 담에 산에 가믄 많이 따다줄게."
저녁상을 물리고 설겆이를 끝낸 다음 엄니는 복숭아를 물에 깨끗이 씻어 사랑방에 한접시 갖다드리고 우리 5남매(누나 둘, 나, 여동생 둘 ; 형님은 광주에서 고등학교 다님) 앞에 복숭아를 한광주리 내놓으셨다.
"어서 먹거라. 아부지 손님도 중허지만 나한티는 우리 새끼들이 더 중허다."
나는 낮에 복숭아밭 원두막에서 많이 먹었다며 복숭아 네개를 챙겨 개비(주머니)속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방천에 나가니까 아이들은 벌써 나와 '나이먹기'놀이를 하면서 왁자지껄 소란을 떨고 있었다. 한판이 끝나고 다음판 편을 가르기 위해 모두 모였을 때 내가 개비속에서 복숭아 네개를 꺼내서 이긴편 진편 두개씩 나눠줬다.
"돌아가믄서 한입씩만 맛봐라."
개구쟁이 태구가 말했다.
"아따 겁나게 맛나다. 배부르게 복성 좀 묵어봤으믄 원이 없것다."
"고러케 복성이 묵고잡냐?"
"고걸 말이라고 허냐? 헌디 우리들은 복성 사먹을 돈이 없잖여. 세현이 너는 좋컷다. 니 아부지땜시 복성도 자주 묵을수 있응께로."
내가 어벌쩡 대꾸를 했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제..."
한참을 기다리니 아재가 대소쿠리 한가득 복숭아를 담아 땀을 뻘뻘흘리며 들고 오셨다. 그리고 저울 위에 올려놓고 눈금을 살피더니 한관이 넘지만 그냥 가져가라시며 내 꼴망태에 담아 주셨다. 그리고 어차피 팔지 못할거라며 못난이 대여섯개를 덤으로 주셨다.
복숭아를 담은 꼴망태를 자전거 짐바리에 싣고 새끼줄로 단단히 묶은 다음 논두렁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엄니께 복숭아를 넘겨드리고 냇가로 멱감으러 가려는데 여동생 둘이 "오빠"하면서 내게로 달려왔다.
"오빠 저 산딸기랑 머루 먹어도 돼?"
"아직 안먹었냐? 대근이 아재가 줘서 느그들 먹으라고 갖다놨는디."
"아부지 엄니가 넘(남)의것은 절대 허락받지 않고 먹으면 안된다고 하셨잖여."
"바보들 내가 넘이냐? 글고 내가 느그들 안줄라믄 어디다 숨겨놨것제 왜 마루에다 놔덧것냐. 맛나게 먹어라."
동네 앞을 흐르는 제법 강폭(江幅)이 넓은 냇가의 천연수영장인 '물몰이보(洑)'에 다다르니 동네 아이들을 죄다 모아논듯 봇물속에서 엄벙첨벙 물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위아래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다이빙으로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들어갔다. 아이들은 두패로 나눠서 물싸움도 하고, 수영시합도 하고, 물속에 잠수해서 오래 버티기, 하얀 돌을 멀리 던져 찾아내기 등등 자체놀이방식에 익숙해서 지금처럼 수영강사나 안전요원도 필요없이 서산에 해가 넘어갈때까지 시간가는줄 몰랐고, 바윗돌 밑을 더듬어서 메기를 잡고 대나무로 만든 작살로 붕어나 가물치 같은 물고기를 잡아서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한 뀀지(꿰미) 채워서 들고 엄니를 갖다드리면 엄니는 그것을 절반은 밥반찬으로 호박과 감자를 넣어서 조림을 하고, 절반은 아부지 술안주로 얼큰한 매운탕을 끓이셨다.
냇가에서 멱을 감고 집으로 돌아오니까 엄니가 저녁상을 내오셨다. 밥상앞에 앉아 두 여동생을 보니 머루를 먹어서인지 입술이 새까매져 시푸르딩딩한 꼴을 보고 풉~ 웃음이 튀어나왔다.
"머루 맛나디?"
"으~~응 오빠 산딸기도 정말 맛있었어."
"고럼 밥맛이 없것는디? 오빠가 담에 산에 가믄 많이 따다줄게."
저녁상을 물리고 설겆이를 끝낸 다음 엄니는 복숭아를 물에 깨끗이 씻어 사랑방에 한접시 갖다드리고 우리 5남매(누나 둘, 나, 여동생 둘 ; 형님은 광주에서 고등학교 다님) 앞에 복숭아를 한광주리 내놓으셨다.
"어서 먹거라. 아부지 손님도 중허지만 나한티는 우리 새끼들이 더 중허다."
나는 낮에 복숭아밭 원두막에서 많이 먹었다며 복숭아 네개를 챙겨 개비(주머니)속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방천에 나가니까 아이들은 벌써 나와 '나이먹기'놀이를 하면서 왁자지껄 소란을 떨고 있었다. 한판이 끝나고 다음판 편을 가르기 위해 모두 모였을 때 내가 개비속에서 복숭아 네개를 꺼내서 이긴편 진편 두개씩 나눠줬다.
"돌아가믄서 한입씩만 맛봐라."
개구쟁이 태구가 말했다.
"아따 겁나게 맛나다. 배부르게 복성 좀 묵어봤으믄 원이 없것다."
"고러케 복성이 묵고잡냐?"
"고걸 말이라고 허냐? 헌디 우리들은 복성 사먹을 돈이 없잖여. 세현이 너는 좋컷다. 니 아부지땜시 복성도 자주 묵을수 있응께로."
내가 어벌쩡 대꾸를 했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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