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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복숭아 연정 · 제10화(끝)

작성자
여세현
작성일
2026-10-23 12:48
조회
10
연재 · 복숭아 연정
제10화 · 끝
여세현 창작소설
글 여세현
복숭아

지금 친구들이 산밑쪽에서 한참 복숭아를 따고 있을텐데 주인아재가 그쪽으로 가신다고 한다.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나도 모르게 내 발걸음은 아재쪽으로 다가갔다.

"아재! 후라시가 신삥(새것)이고만요. 우리집도 후라시가 고장나서 엄니가 다음 장날 사오신다고 허셨는디 지가 한번 만져봐도 되것어요?"

"지난 장날 읍내가서 사왔니라. 느그집도 요놈으로 장만허먼 괜찮을 것이다."

나는 아재로부터 후레쉬를 받아들고 모깃불 옆 바위 위로 올라가서 후레쉬를 켜고 산밑쪽을 향해 흔들어댔다. 새것이라 멀리까지 밝게 비춰졌다.

(지발~ 이눔들이 내맘을 알아묵어야 될틴디...)

"아야~~ 시간없다. 냉큼 후라시 가져오거라."

대소쿠리를 옆구리에 끼고 아재는 후레쉬를 비추며 산밑쪽으로 올라가셨다.

반시간쯤 지나서 아재는 복숭아를 한소쿠리 들고 내려오셨고, 아재가 아무말 없는걸로봐서 내 친구들은 무사한것 같았다. 복숭아서리를 성공하고 못하고는 두번째 문제고, 들통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나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아재는 벌레먹은 복숭아가 마음에 걸렸는지 나에게

"세현아 아부지께 지송하다고 전하거라. 글고 벌레묵은 것은 여그 놧둬봤자 어차피 팔지도 못허고 물러지믄 묵지도 못헌게 도로 가져가서 깍어묵어라."

하시면서 새로 따온 복숭아 대여섯개를 보자기에 담아주셨다. 아재의 마디굵고 거칠은 손을 보면서 내 양심은 뜨끔거렸다.

막걸리 주전자도 다 비우고 복숭아광주리도 바닥을 드러내면서 원두막 복숭아파티도 파하는 분위기였다. 누군가의 선창으로 박인희의 '모닥불'을 마지막곡으로 합창하고 있었다.

원두막

원두막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 그날 밤 원두막의 노래
〈모닥불〉
박인희

노래가 끝나고 대근이 아재는 복숭아를 사람숫자대로 나눴고, 복순이누나도 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러서 여나무개를 챙겨쌌다. 기실 안평리 친구들 핑계를 댔지만 대근이 아재 속마음은 복순이누나를 챙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복숭아밭을 내려와 학교앞 다리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 마을로 향해 헤어졌다. 대근이 아재와 복순이누나와 나는 갔던 길로 되돌아왔다. 동네 방천에 이르러 대근이 아재는 복순이누나를 바래다주고 온다며 아랫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친구들과 약속한 장소인 냇가빨래터로 갔다. 빨래터에는 수양버들 세그루가 치렁치렁 늘어져 에워싸고 있어서 여름밤엔 동네 여인들이 머리감고 목욕하는 장소였는데, 당연히 '남성출입금지구역'이었지만, 밤늦은 시간이라 우리는 거기에서 모이기로 했다. 네녀석들은 냇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복숭아를 흐르는 냇물에 씻어 게걸스럽게 베어먹고 있었다.

수양버들

냇가 빨래터의 수양버들

"안들키고 잘들 댕겨왔냐?"

"오메~ 중간에 후라시 불빛이 비촤서 간떨어지는줄 알았당게..."

"후후~~ 고건 느그들 조심허라고 나가 비춘거시여."

"그렸냐? 암튼 세현이 니덕분에 오늘 복성서리는 띠깔나게 대성공혀부럿다."

그렇게 한여름밤 청년들의 복숭아파티와 소년들의 복숭아서리는 끝났다. 지금은 복숭아밭도 없어져버렸고, 아재도 몇해전에 돌아가셨다. 내맘속에 아련하게 한조각 추억으로만 남아있을뿐!

우리동네와 아랫동네 사이에 동지섣달 급하게 혼담이 오가더니 대근이 아재와 복순이누나는 이듬해 정월에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고, 5월에 복순이누나는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았다.

날짜를 짚어보니 아무래도 복숭아밭에 갔다오면서 복순이누나를 아랫동네까지 바래다준다고 했던 반공일(半空日) 그날밤에 만리장성을 쌓았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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