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나의 결혼 이야기 · 제5화 — 생애 첫 항변
그동안 나는 아버지의 지엄하신 명을 거역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버지가 화가 나시면 호랑이보다 무섭지만 자잘한 일까지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고 자식들을 믿어주셨을 뿐만아니라 대부분 아버지의 결정이 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 문제는 주체적으로 추진해서 결정하고 싶었다. 생면부지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어쩌면 또다른 새세상을 열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인간이라는 종(種)의 번식을 위한 짝짓기에 불과했겠지만,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고 재산과 혈통의 개념이 생기면서 결혼이 점차 제도화 되고, 고대 문명에서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일종의 사회적계약으로 변천하면서 현대에는 결혼이 단순한 혈통과 재산의 결합을 넘어 사랑과 동반자 관계, 개인의 선택, 법적 권리와 책임을 결합한 제도로 발전되어 왔다. 그런데 결혼에 대한 인식에서는 유교적 질서에 점철돼 살아오신 부모님과 나의 생각 사이에 뚜렷한 세대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애 최초로 아버지께 정면으로 대들었다.
"아니 아버지! 제 결혼 상대는 제가 골라야지 않겠습니까?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이렇게 맞선을 봐서 결혼하는건 저는 싫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데리고 살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아들의 의사를 묵살하시는 것을 저는 받아들일수가 없습니다."
내가 정색을 하고 아버지께 항변을 하자 아버지 보다 어머니가 더 놀라시며 "이녀석이 아버지 앞에서 감히 무슨 버르장머리냐"며 나를 나무라셨고, 오히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류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니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적에 면지서장(현 면파출소장)이 심할때는 1주일에 한번씩 아부지를 찾아와서 '아드님이 서울에서 좌익용공세력에 가담해서 데모대에 앞장서고 있으니 아드님 인생을 망치지 않으려면 빨리 휴학시키고 군대보내라'고 했었는데, 아부지는 '내 아들 농사는 내가 지을테니 당신들은 도둑이나 잘 잡으라'며 돌려보냈었다. 시골에서 테레비 뉴스나 보고 사는 아부지 보다는 서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있는 니가 더 잘 알고 행동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돌려치기식 말씀에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 ·
그리고 아버지께서 말씀을 이으셨다.
"결혼문제도 시대가 변해서 니 말도 맞다만, 오늘은 니 큰누나 말이 더 맞다. 나가서 만나보고 니가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는 않겠다."
결국 나는 더이상 아버님의 명을 거역할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내 고집을 꺾고 어머니와 큰누나를 차에 태우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담양읍내 터미날다방(삼호다방)으로 출발했다.

작가가 AI와 함께 그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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