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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의 결혼 이야기 · 제3화 — 잘못 걸려온 전화

작성자
여세현
작성일
2026-10-20 19:05
조회
15
연재 · 나의 결혼 이야기
제3화
잘못 걸려온 전화
85학번 어느 촌놈이 장가들기까지의 역정기
글 여세현

추석날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나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가려고 나서려는데 어머니는 바삐 전화를 돌리고 계셨다.

"죄송허구만요. 우리 아들이 사정이 생겨서 이번 추석에 못내려왔구만요. 그래서 오늘 맞선은 안되겄슈~~."

예약해둔 2건의 맞선을 취소하고 계셨다. 어제 저녁 나의 완강한 거부의사를 확인하셨기에, 상대방에게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선의의 거짓말로 사전예약된 약속을 취소하시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조카들을 데리고 동네 뒤 선산에 가서 조상님께 정성껏 성묘를 하고 다시 시골집에 내려와 안방에서 벽면에 쌓아놓은 이불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는데 "따르릉"하고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가 얼른 달려와 전화를 받으신다.

"여보세요. ~~~. 어디시라고롸우? ~~~. 잘못 거셨는갑소. ~~~. ~~~. 예? 아가씨가 중학교 선생님요? ~~~. 그럼 우리 아들도 대학교 나온 아들이 있는디요. ~~~. ~~~. 그럼 어쩔께롸우? ~~~. 아~~ 예 그럼 2시에 읍내 터미날다방에서 만납시다."

시골에서 명절이 되면 객지에 나가있던 자녀들이 명절을 쇠기 위해 고향을 찾아오는데 이때 혼기가 찬 처녀 총각들의 맞선을 주선하던 매파들이 대부분 연세가 드신 할머니들이었고, 오래 통화하면 전화요금이 아까우니까 자기말만 먼저 하기 바빴다. 눈이 침침해서 때론 버튼을 잘못 눌러서 다른 집으로 전화걸기도 일쑤였다. 그날도 내가 옆에서 듣기엔 분명 중매장이의 잘못 걸려온 전화로 인해서 어머니는 또다른 맞선 약속을 잡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벌떡 일어나 어머니께 항의했다.

"어머니 아까 아침에 오늘 맞선 2건 다 취소해놓고 지금 또 뭐하시는 겁니까? 당장 취소하세요. 저는 죽어도 안나갑니다."

· · ·

한참이 지나서 어머님이 "근디 취소를 할려고 해도 그 할망구 전화번호를 안따놨는디 어떡한다냐? 사람이 예의를 지켜야 되는디..."하시며 한숨을 내쉬셨다.

요즘 디지털전화기는 화면에 전화번호가 뜨고 자동으로 저장되지만 당시에는 아날로그 유선전화만 있던 시골집이었으므로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물어봐서 적어놓지 않으면 번호를 알수 없으니 잘 아는 친척 옆집이 아니고서는 상대방에게 다시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제짝 하나 찾지 못해 부모님 애를 닳게 만든 불효막심한 내가 어머니 체신을 지켜드리기 위해 싫어도 터미날다방에 나가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무치는 모정(母情)과는 별개로 도무지 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림으로 다시 보는
제3화 · 잘못 걸려온 전화
나의 결혼 이야기 제3화 만화

작가가 AI와 함께 그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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