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시리즈 ④] 단검이 될 것인가
작성자
강민신
작성일
2026-10-18 01:23
조회
62
1885년, 일본 군대를 가르치던 프로이센 장교 메켈은 한반도를 '일본의 심장을 겨눈 단검'이라고 불렀습니다. 140년이 지난 올해, 미군 사령관이 다시 한국을 '단검'에 빗댔습니다. 이번에는 그 칼끝이 중국을 향합니다. 이 단검은 누구 손에 쥐여 있을까요.
2006년의 약속
이야기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6년 1월, 한국과 미국 외교장관이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습니다.전략적 유연성이란 쉽게 말해 이런 겁니다. 주한미군을 한반도에만 묶어 두지 않고, 미국이 필요하면 다른 지역으로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때 두 나라가 주고받은 말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이런 방침을 존중한다. 대신 미국은 "한국이 한국 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동북아 분쟁에 끌려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노컷뉴스)
당시 정부는 이 문장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적이 있었습니다. 문장의 주어가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점입니다. 한국군이 원치 않는 분쟁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뜻이지, 주한미군이 한국 기지에서 출동하는 걸 막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노컷뉴스)
그리고 이 약속에는 구체적인 절차가 없습니다. 미군이 움직일 때 한국과 언제, 어떻게 미리 협의하는지 정해진 게 없습니다. 20년 전 그 빈칸이, 지금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용에서 중국용으로
주한미군이 왜 한국에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북한 때문이라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설명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올해 1월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전략(NDS)은 동맹국이 자기 지역 방어에 더 큰 책임을 지고,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는 데 힘을 모은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을 막는 책임을 한국이 지라고 적었습니다. (경향신문)
브런슨의 말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 2025년 5월 —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움직이지 않는 항공모함'
- 2026년 5월 —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아시아 한복판에 꽂힌 단검'
- 2026년 10월 — 다영역부대를 들여와 감시망을 깔겠다, "지도에 베이징부터 서울까지 선을 그어 보라"
미국의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미국으로서는 가장 큰 경쟁자가 중국이고, 한정된 군대를 그쪽에 모으고 싶을 겁니다. 문제는 그 결정을 하는 곳이 워싱턴이고, 그 결과를 받아 안는 곳은 한반도라는 점입니다.
감시망, 정비창, 그리고 첫 번째 표적
지금 미국이 한국에 들이려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하나는 다영역부대(MDTF)입니다. 땅, 바다, 하늘에 우주, 사이버 공간, 전파까지 한꺼번에 묶어서 멀리 있는 목표를 찾고 때리는 부대입니다. 브런슨은 이 부대의 첫 임무가 여러 겹의 감시망을 까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YTN)
다른 하나는 지역 정비 거점입니다. 미군 군함, 전투기, 패트리엇 같은 무기를 한국 방산업체가 한국에서 고치고 정비하는 구상입니다. (YTN)
평소라면 둘 다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감시는 정보를 주고, 정비는 일감을 줍니다. 그런데 대만 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부딪히는 날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그날 한국에 있는 미군 감시망은 중국군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눈이 됩니다. 한국 공장은 미군 무기를 고쳐 다시 내보내는 정비창이 됩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싸움에 끼어든 나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가장 먼저 노릴 곳이 어디일까요.
2017년 사드 배치 때 우리는 이미 맛을 봤습니다. 무기 하나 들어왔다고 관광과 기업이 줄줄이 보복을 맞았습니다. 감시망과 정비창은 사드보다 훨씬 큰 일입니다. 그때는 경제 보복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작권이 더 중요해진다
여기서 전작권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지금 구조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군 사령관이 우리 군까지 지휘합니다. 그 사령관은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군 부대도 이끕니다. 한 사람 손에 우리 방어와 미국의 대중국 작전이 함께 쥐어져 있는 겁니다.
이 구조에서 대만 유사시가 온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작전과 한국의 판단이 어긋날 때,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우리 군이 원치 않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전작권 환수는 자존심 문제만이 아닙니다.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참여연대의 말처럼, 우리가 우리 군을 온전히 통제해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독립적인 전략을 세우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우리 군은 우리가 지휘해야, 우리가 원치 않는 전쟁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국 쪽으로 옮겨 갈수록, 전작권을 돌려받는 일은 더 늦출 수 없는 일이 됩니다.
함께 챙길 일도 있습니다. 2006년 합의에 빠져 있던 절차를 이제라도 채워야 합니다. 주한미군이 한국 밖으로 움직이거나 한국 기지를 다른 작전에 쓸 때, 언제 어떻게 미리 협의하는지를 분명히 정해 두자는 제안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노컷뉴스)
한반도는 140년 전에도 남의 눈에 단검으로 보였습니다. 그때 우리는 칼자루를 쥐지 못했고, 그 값은 혹독했습니다. 이번에는 칼자루를 우리가 쥐어야 합니다.
마지막 글에서는 그럼 어떻게 돌려받을지, 구체적인 길을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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