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시리즈 ⑤]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작성자
강민신
작성일
2026-10-18 01:26
조회
60
지금까지 네 편에 걸쳐 브런슨의 발언, 전작권 76년의 역사, 우리가 주한미군에 퍼주고 있는 것들, 그리고 단검이 될 수 있는 한국의 자리를 살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가.
지금 어디까지 왔나
먼저 현재 위치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 정부의 목표 — 2028년입니다. 늦어도 이재명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30년 6월 전에는 돌려받겠다는 것입니다.
- 브런슨의 목표 — 그는 올해 4월 미국 의회에서 2029년 1분기까지 조건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
- 막힌 곳 — 두 번째 검증(FOC)을 두고 두 나라 판단이 엇갈립니다. 실무 협의만으로는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 일정 — 원래 10~11월에 열리던 한미 국방장관 회의가 12월로 밀릴 것 같습니다. (뉴스토마토)
워싱턴의 정책은 "한국이 맡아라"라고 하는데, 현장 사령관은 "아직 멀었다"고 합니다. 김병주도 브런슨의 개인 의견이 강하고 백악관과는 온도 차가 크다고 봤습니다. (재경일보) 이 틈이 우리가 파고들 자리입니다.
첫째, 시기는 우리가 정해 알린다
지금까지 우리는 늘 미국의 답을 기다렸습니다. 조건을 채웠다고 인정해 주기를, 날짜를 정하는 데 동의해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20년이 지났습니다.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전작권은 협상할 대상이 아니라 돌려받을 권리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돌려받을지를 우리가 먼저 정해서 알리면 됩니다.
김준형은 정부가 브런슨의 말에 일일이 대응할 게 아니라, 우리 주도의 로드맵을 먼저 밝히고 미국이 거기에 반응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프레시안) 참여연대도 정부가 조기에 전작권을 온전히 환수하고, 한반도 평화 전략을 주도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프레시안)
'몇 년 몇 월에 돌려받는다.' 이 한 문장을 우리 정부가 먼저 국민 앞에 내놓는 것. 그게 출발점입니다.
둘째, 채점권을 가져온다
2014년의 조건은 박근혜 정권이 날짜를 지우면서 끼워 넣은 것입니다. 그래도 조건은 어디까지나 한국이 내건 기준입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채웠는지 매기는 평가단장은 미군 사령관입니다. 이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우리 국방부는 이미 답을 냈습니다. 강신철은 수치로 재는 조건은 충분히 채웠고, 남은 건 판단의 차이라고 했습니다. (뉴스토마토) 판단의 차이라면, 그 판단은 우리 군을 책임지는 우리 정부가 하는 것이 맞습니다.
미국과 함께 점검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무엇이 부족하다고 본다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내놓게 해야 합니다. 공개 무대에서 "새 기준이 생겼다"고만 하는 건 점검이 아니라 발목 잡기입니다.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요구해야 합니다.
셋째, 정상회담과 국방장관 회의는 확인하는 자리로
우리가 시기를 정해 알렸다면, 미국과 만나는 자리는 그걸 확인하고 실행 방법을 맞추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첫걸음은 이미 뗐습니다. 9월 뉴욕에서 이재명과 트럼프가 정상끼리는 처음으로 전작권을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조건을 채우면서 되도록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두 정상은 전작권 전환을 포함한 안보 협력을 더 깊게 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경향신문) 들고 갈 말도 분명합니다. 미국 국방전략이 한국더러 북한을 맡으라고 했으니, 우리는 맡겠다, 그러려면 지휘권은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12월로 밀릴 한미 국방장관 회의입니다. 이번 회의 문서에는 두 번째 검증을 마쳤다는 확인과 함께, 몇 년도에 돌려받는지가 적혀야 합니다. 마지막 검증(FMC)은 그 연도보다 최소 1년 먼저 시작해야 하니, 연도가 정해져야 남은 일정도 잡힙니다. (중앙일보)
정상과 장관이 정하면, 현장 사령관이 그걸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군인은 정치가 내린 결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니까요.
넷째, 국회가 할 일
전작권은 정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국회도 쥐고 있는 힘이 있습니다.방위비 분담금 심사. 분담금 협정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분담금 가운데 쓰지 않고 쌓여 있는 돈이 1조 원이 넘는다는 지적이 시민단체에서 나왔습니다. (참여연대)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히 따지는 것만으로도 우리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영토 주권을 법으로. 1편에서 본 '남쪽 철책선' 발언은 우연이 아닙니다. 지금 국회에는 평화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도록 하는 법안이 올라가 있습니다. 유엔사는 이 법이 정전협정과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이 법을 다듬어 통과시키는 일은 비무장지대 남쪽이 우리 땅이라는 걸 법으로 분명히 하는 일입니다.
되풀이되지 않게.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돌려받을 의지가 없었습니다. 하나는 날짜를 미루고, 하나는 날짜를 아예 지워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늦어진 건 그들 탓이 큽니다. 국회는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막아야 합니다. 돌려받을 시한을 법에 적고, 정부가 이를 미루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유엔사라는 남은 숙제
전작권을 돌려받아도 끝이 아닙니다.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남습니다.유엔사는 한국전쟁 때 만들어졌고, 지금은 정전협정을 관리합니다. 비무장지대에 누가 들어가고 나올지를 유엔사가 정합니다. 우리 국가안보실 차장이 비무장지대 출입을 거절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트윅)
그런데 유엔사를 이끄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바로 브런슨입니다. 주한미군사령관, 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을 한 사람이 다 맡고 있습니다. 전작권이 넘어와 연합사령관 자리를 한국군이 맡더라도, 유엔군사령관 자리는 여전히 미군 장군이 차지합니다.
생각해 볼 사실이 있습니다. 한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가 아니고, 유엔사 회원국도 아닙니다. 그런데 유엔사가 한국 땅인 비무장지대 남쪽의 출입을 통제합니다. 유엔사를 실제로 움직이는 미국 정부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프레시안)
유엔사의 역할은 군사적인 범위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전작권 환수와 함께, 유엔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은 철책선부터" 같은 말이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여섯째, 결국은 민중의 힘
그런데 이 일을 정부와 국회에만 맡겨 둘 수는 없습니다. 사안이 너무 무겁습니다. 돌아보면 날짜를 미루고 지운 것도 정치권이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약속은 흔들렸습니다. 이번이라고 다를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주권을 되찾는 큰 걸음은 늘 거리에서, 민중의 손에서 시작됐습니다. 2002년 미선이·효순이를 추모하던 촛불은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바꾸라는 외침이었고, 2016년의 촛불과 2024년 겨울의 응원봉은 권력도 국민이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 줬습니다. 전작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이 묻고, 모이고, 목소리를 낼 때 정부는 미국 앞에서 버틸 힘을 얻고, 국회는 머뭇거리지 못합니다. 브런슨 같은 사람이 우리 주권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깨어 있는 민중의 힘입니다.맺으며
다섯 편에 걸쳐 전작권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처음부터 세 가지였습니다.- 전작권은 협상할 대상이 아닙니다. 1950년 전쟁 통에 잠시 맡긴 것입니다. 맡긴 것을 돌려받는 데 상대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은 한국이 내세우는 것입니다. 2014년의 조건은 박근혜 정권이 날짜를 지우면서 끼워 넣은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이 내건 기준입니다. 미군 사령관이 새로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그러니 남은 건 시기입니다.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하느냐의 문제이고, 그 시기도 우리가 정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앞장서라고 말하고, 우리 국방부는 준비가 됐다고 말합니다. 남은 건 우리 정부의 결단입니다. 올해 한미 국방장관 회의 문서에 돌려받을 연도가 적히는지, 우리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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