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시리즈 ③] 7초의 값
작성자
강민신
작성일
2026-10-18 00:12
조회
31
주한미군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늘 '도움을 받는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이 무슨 말만 하면 기가 죽고 눈치부터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내주고 있는지 따져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주한미군에 퍼주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7초와 15분
트럼프 1기 때 일입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왜 거기 두느냐며 철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미국 기자 밥 우드워드는 책 『공포(Fear)』에서 그때 참모들이 트럼프를 말린 장면을 전합니다.참모들이 꺼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미국은 한국에서 특별한 비밀 정보 활동을 하고 있다. 덕분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7초 만에 알아챌 수 있다. 같은 일을 알래스카에서 하면 15분이 걸린다.
7초와 15분. 이 차이가 무슨 뜻일까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쏘았을 때, 미국이 그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곳이 한국이라는 뜻입니다. 주한미군은 한국만 지키는 군대가 아닙니다. 미국 본토를 지키는 눈이기도 합니다.
그 시설이 어디에 있고 정확히 무엇인지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한국 땅이 없으면 미국의 7초도 없습니다. 우리가 이미 미국 국민의 안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돈으로 내는 것
먼저 눈에 보이는 돈부터 보겠습니다.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이 쓰는 돈 일부를 우리 정부가 대는 겁니다.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월급, 군사시설 짓는 비용 같은 데 쓰입니다. 올해 2026년 분담금은 1조 5,192억 원입니다. 작년보다 8.3% 올랐고, 2030년까지 해마다 물가만큼 더 오릅니다. (경기일보)
분담금 바깥의 돈. 이게 다가 아닙니다. 미군 기지 땅은 우리가 공짜로 내줍니다. 세금도 깎아 주고, 도로 이용료도 받지 않습니다. 카투사 병력도 우리가 보냅니다. 평택 미군기지를 지을 때도 상당 부분을 우리가 댔습니다. 이런 간접 지원을 다 합치면 10조 원이 넘는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우리 국방비. 이재명 정부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콜비조차 이 결정을 매우 현명하고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뉴스토마토)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이 돈을 거의 안 낸다고 말합니다. 1년에 100억 달러, 지금의 아홉 배쯤을 내라고 했습니다. 주한미군이 4만 5천 명이라고도 했는데, 실제로는 2만 8,500명입니다. (쿠키뉴스) 숫자부터 틀린 청구서인 셈입니다.
미군 무기가 오갈 때 치르는 대가
돈보다 더 아픈 게 있습니다. 우리 하늘을 지키라고 둔 무기를 미국이 필요할 때 빼 간다는 점입니다.2025년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때 주한미군 패트리엇 미사일 2개 포대가 중동으로 갔습니다. 넉 달 뒤에야 돌아왔습니다. (경향신문)
올해 3월,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자 이번에는 성주의 사드 일부까지 중동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재명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반대 의견은 내고 있지만, 우리 뜻대로 다 관철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요. (경북매일)
8월에는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있던 요격미사일 수백 발이 중동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정부 안에서도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왔다고 합니다. (서울신문)
사드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겠습니다. 2017년 성주에 사드가 들어섰을 때, 그 값은 우리 기업과 국민이 치렀습니다. 중국이 단체관광을 막으면서 그해 1~9월 관광 쪽 매출만 7조 원 넘게 줄었다는 국회예산정책처 추정이 있습니다. (이투데이) 사드 부지를 내준 롯데는 중국에서 마트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미국 무기가 들어올 때 생기는 비용은 우리가 냅니다. 그 무기가 빠져나갈 때 생기는 빈틈도 우리가 감당합니다. 그런데 들어오고 나가는 결정은 우리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쩔쩔매나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의 기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브런슨 자신이라는 점입니다.2025년 4월, 그는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낸 자료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한국은 미국 일자리 약 45만 개와 미국 기업 2,100곳을 떠받치고 있다. 한국의 분담금 덕분에 미국은 군사비를 최대 18%까지 아낀다. (머니투데이) 미국 의회 앞에서는 한국이 얼마나 고마운 동맹인지 자랑한 겁니다.
그런데 한국을 향해서는 다르게 말합니다. 조건이 바뀌었다, 아직 부족하다, 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고요.
우리가 이 앞에서 쩔쩔맬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는 미국 본토를 지키는 7초를 내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1조 5천억 원이 넘는 분담금과 그보다 큰 간접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필요할 때 우리 방공무기를 빼 가는 것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만큼 내주는 나라가 자기 군대를 지휘하겠다면서 미국의 허락을 기다려야 할까요. 전작권은 협상 테이블에 올릴 물건이 아닙니다. 굳이 협상을 따진다 해도 내줄 것이 많은 쪽은 우리입니다. 우리가 정한 시기에 돌려받겠다고 말하면 되는 일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앞으로 더 커질 문제를 다룹니다. 주한미군의 눈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그때 한국은 어떤 자리에 서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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