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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시리즈 ①] 주한미군 사령관의 사흘간의 막말

작성자
강민신
작성일
2026-10-17 23:23
조회
34
전작권 이야기는 한번쯤은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브런슨의 막말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모아 둔 글을 정리해 올립니다. 모두 다섯 편으로 나눠 씁니다. 첫 편은 지난주 브런슨이 워싱턴에서 한 말들을 짚습니다. 이어서 전작권 70여 년의 역사, 우리가 주한미군에 퍼주고 있는 것들, 다영역부대 문제, 그리고 어떻게 돌려받을지를 차례로 다루겠습니다.

제 생각은 단순합니다. 전작권은 애초에 협상할 대상이 아닙니다. 다른 여러 사정을 따져 조건을 붙이더라도, 그 조건은 한국이 내세우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작권을 돌려받는 일은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하느냐', 시기의 문제입니다. 그 시기도 우리가 정하는 것입니다. 다섯 편 모두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흘 동안 무슨 말을 했나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브런슨은 미국 워싱턴에서 사흘 내리 연단에 섰습니다.

이 사람이 누군지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미군을 이끄는 주한미군사령관입니다. 직함이 그것만은 아닙니다. 전쟁이 나면 한국군과 미군을 함께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령관이고, 휴전선 관리를 맡은 유엔군사령관이기도 합니다. 한반도에서 미군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사흘 동안 한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날짜 자리 한 말
10월 12일 미국 육군협회 행사 한미 연합훈련을 지금처럼 1년에 두 번 크게 하지 말고, 제주에서 경기까지 한반도 곳곳에 흩어져서 하자. 한국 방산업체를 미군 무기 정비 거점으로 쓰자. (YTN)
10월 13일 미국 싱크탱크 CSIS 대담 다영역부대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주한미군은 빼는 게 아니라 더하는 문제다. 지도에 선을 그어 보면 베이징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보인다. (YTN) 대통령이 당장 넘기라고 해도 위험하다고 보고하겠다. (파이낸셜뉴스)
10월 14일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세미나 전작권을 넘겨받을 조건이 바뀌었다, 새 기준이 생겼다. (오마이뉴스) 유엔사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부터다. (경향신문)
하나씩 떼어 보면 군사 전문가끼리 하는 얘기 같습니다. 그런데 사흘 치를 이어 보면 좀 이상합니다.

훈련을 어떻게 할지, 어떤 부대를 들일지, 전쟁 때 지휘권을 언제 돌려줄지, 심지어 우리 땅이 어디서부터인지까지. 모두 우리 정부와 국회가 정할 일입니다. 그걸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 군대의 사령관이, 그것도 미국 수도에서 먼저 지껄이듯 말해 버린 겁니다.

조건은 누가 내세우는 것인가

먼저 전작권이 무엇인지 보겠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줄임말로, 전쟁이 났을 때 우리 군을 누가 움직이느냐는 권한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이승만이 이 권한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맡겼습니다. 평상시 지휘권은 1994년에 돌려받았지만, 전쟁 때 지휘권은 지금도 미군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습니다.

자기 나라 군대를 자기 나라가 지휘하는 것.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전작권은 처음부터 미국과 주고받는 협상 거리가 아닙니다. 맡겨 둔 것을 돌려받는 일일 뿐입니다.

그런데 왜 '조건'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2014년 한미는 정해 둔 날짜 대신 '조건에 기초한 전환'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때 공동성명에는 이 방식을 대한민국이 제안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프레시안) 날짜를 지운 건 박근혜 정권이지만, 조건 자체는 우리 군이 넘겨받을 준비가 됐는지 우리 스스로 점검하겠다는 기준이었던 겁니다. 조건의 주인은 처음부터 한국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돼 있습니다. 조건을 채웠는지 매기는 평가단장이 한미연합사령관, 바로 브런슨입니다. (아시아경제) 우리가 내건 기준인데, 합격 도장은 미군 사령관이 찍는 구조입니다. 그 사령관이 이번에 "조건이 바뀌었다, 새 기준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로 든 건 그 주에 북한이 쏜 미사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미사일을 쏠 겁니다. 그때마다 조건이 바뀐다면 전작권은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이 개인 의견이라면서 "골대를 계속 옮기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받아친 것도 그래서입니다. (오마이뉴스)

참여연대는 더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전작권 환수는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고, 주권 사항이니 미국의 검증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프레시안)

하나 더 짚겠습니다. 브런슨은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당장 넘기라고 해도 위험하다고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군인이 윗사람에게 위험을 알리는 건 회의실 안에서 할 일입니다.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싱크탱크 무대에 올라 미리 못을 박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군인은 정치가 내린 결정을 따르고, 그보다 앞서 나서지 않는다. 미국이 늘 자랑하는 '문민통제' 원칙입니다. 미국 장군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땅은 어디서부터일까

14일 세미나에서 브런슨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가?" 그러고는 유엔군사령부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답했습니다. (경향신문)

휴전선 주변을 한번 떠올려 보겠습니다. 가운데에 군사분계선, 흔히 휴전선이라 부르는 선이 있습니다. 거기서 남쪽과 북쪽으로 2km씩 떨어진 곳에 철책이 있고, 그 사이가 비무장지대(DMZ)입니다. 남쪽 철책선을 남방한계선이라고 부릅니다.

브런슨의 말대로라면 휴전선과 남쪽 철책 사이, 그러니까 비무장지대의 남쪽 절반은 대한민국 땅이 아니게 됩니다.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섬들'로 정해 놓았습니다. 그의 '관점'이 헌법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유엔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고, 정전협정에 따른 군사·행정 책임을 설명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경기일보) 그렇다면 더더욱 말을 조심했어야 합니다. 관리를 맡은 구역과 남의 나라 땅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우리가 유엔사에 맡긴 건 비무장지대를 관리할 권한이지 땅 자체가 아닙니다. 맡긴 권한은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경향신문)

시기도 좋지 않습니다. 지금 북한은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두 나라'라고 주장하며 휴전선 쪽에 요새를 쌓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이런 때에 동맹국 사령관이 "한국은 철책부터"라고 하면, 북한 주장에 미국 4성 장군이 맞장구를 쳐 주는 꼴이 됩니다.

진성준은 정전협정이 유엔사에 준 권한은 군사적 목적에 한정돼야 한다고 했고, 김병주는 주권 침해 발언을 즉각 거두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경기일보)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도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한국NGO신문)

김준형의 지적도 새겨들을 만합니다. 브런슨은 주한미군사령관, 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세 가지 직함을 편할 때마다 바꿔 가며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겁니다. (프레시안) 이번 '철책선' 발언은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우리 영토에 선을 그은 일입니다.

단검, 항공모함, 그리고 베이징까지 그은 선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브런슨은 작년 5월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불렀습니다. 올해 5월에는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아시아 심장부에 꽂힌 단검이라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동북아 분쟁을 부추기는 게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이냐고 물었습니다. (경향신문)

그러자 주한중국대사관이 "분명히 선을 넘었다"고 반발했고, 우리 정부도 미국에 우려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넉 달 만에 같은 얘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비유가 아니라 진짜 부대 얘기입니다.

다영역부대(MDTF)는 쉽게 말해 '모든 전장을 한꺼번에 묶어 싸우는 부대'입니다. 땅, 바다, 하늘은 물론이고 우주, 사이버 공간, 전파까지 한데 엮어서 멀리 있는 목표를 찾아내고 공격합니다. 브런슨은 이 부대의 첫 임무가 여러 겹의 감시망을 까는 것이라며, 지도에 베이징부터 서울까지 선을 그어 보라고 했습니다. (YTN) 감시 대상이 북한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에 한국 방산업체를 미군 무기 정비 거점으로 쓰자는 구상도 붙어 있습니다. 대만 유사시 한국을 미군의 전초 병참 기지로 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YTN)

참여연대는 이를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반도 방어에서 대중국 견제로 넓히려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프레시안) 진보당은 미군 전략 자산이 모인 한국이 유사시 상대국의 첫 번째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다영역부대 배치에 반대했습니다. (한국사회복지저널)

더 큰 문제는 순서입니다. 다영역부대를 한국에 들일지는 아직 우리 정부와 합의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령관이 그 부대가 어디를 겨냥할지부터 공개석상에서 말해 버렸습니다. 우리 정부보다 베이징이 먼저 들은 셈입니다.

"그래도 북한은 진짜 위협 아닙니까?"

반대 목소리도 짚고 가겠습니다. 국민의힘은 브런슨이 북한의 위협을 경고한 것이라며, 정부가 대통령 임기에 맞춰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건 안보 도박이라고 했습니다. 속도전을 멈추라고도 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반박할 가치도 없지만, 그래도 세 가지만 짚어 보겠습니다.
  • 위협이 클수록 우리 군은 우리가 지휘해야 합니다. 위협이 실재한다면 그 위협에 맞설 판단도 우리가 내려야 합니다. 이 땅에서 싸울 군대의 지휘를 다른 나라 장군에게 맡겨 두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 조건을 채웠는지는 우리가 판단합니다. 조건은 우리가 내건 기준입니다. 강신철은 수치로 재는 조건은 이미 충분히 채웠다고 말합니다. (뉴스토마토) 우리 군을 가장 잘 아는 우리 국방부가 준비됐다고 하는데, 미군 사령관이 새 기준을 들고나오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 속도전이 아니라 20년 지체입니다. 전작권을 돌려받기로 처음 합의한 게 2006년입니다. 그 뒤 이명박 정권이 날짜를 미루고, 박근혜 정권은 아예 지워 버렸습니다. 20년을 끈 일을 마무리하자는 걸 두고 서두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브런슨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대목이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김정섭은 브런슨이 한국군과 이 지역에 개입할 수 있는 자기 권한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경향신문) 채점하는 사람이 결과에 따라 득을 보는 처지라면, 그 채점을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브런슨에게, 그리고 우리 정부에게

브런슨에게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한국 땅에 와 있는 동맹군의 사령관입니다. 당신이 가진 직함 가운데 몇 개는 한국이 동의했기 때문에 있는 것입니다. 연합사령관은 한미가 함께 만든 자리이고,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권한도 한국이 맡긴 것입니다. 집을 맡아 관리하는 사람이 집주인에게 "이 방부터가 당신 집"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전작권은 당신이 허락할 일이 아닙니다. 조건도 당신이 새로 만들 일이 아닙니다. 영토 발언은 거두고 사과하십시오. 다른 의견이 있다면 공개 무대가 아니라 정식 협의 자리에서 말하십시오.

이번에는 우리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정부는 5월 단검 발언 때 이미 열 차례나 미국에 우려를 전했다고 합니다. (아시아경제) 그런데 또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우려를 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 영토 발언에는 정부 이름으로 항의해야 합니다. 대변인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정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에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합니다.
  • 조건과 시기는 우리가 먼저 내놓아야 합니다. 김준형은 브런슨의 입은 막고 우리 정부가 입을 열어, 우리 주도의 로드맵을 밝히고 미국이 반응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프레시안) 미국의 채점을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가 점검한 결과와 넘겨받을 시기를 먼저 발표하면 됩니다.
  • 올해 한미 국방장관 회의에는 연도가 적혀야 합니다. 회의가 12월로 밀릴 것 같다고 합니다. (뉴스토마토) 날짜는 밀려도 결론은 밀리면 안 됩니다. 몇 년도에 돌려받는지, 그 한 줄이 들어가야 합니다.
전작권은 '되찾는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권리입니다. 원래 우리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1950년 7월, 전쟁 한복판에서 잠시 맡긴 것을 76년째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상할 일도, 허락받을 일도 아닙니다. 남은 건 언제냐는 것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76년 동안 골대가 몇 번, 누구 손으로 옮겨졌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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