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나의 결혼 이야기 · 제2화 — 추석 전날 밤의 술상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추석 전날밤.
시골집 마당 가득히 쏟아져내리는 달빛이 너무 아까워 대청마루에서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머님이 굽은 허리로 소반을 들고 내곁으로 다가오셨다. 뜻밖의 안주와 술상이었다.
"어머니 이게 뭐예요? 필요하면 제가 가져다 먹을건데 왜 이런 수고를 하세요?"
"니가 고등학교때부터 객지생활하믄서 먹고싶은거 잘 챙겨먹지도 못해서 엄마는 항상 가슴이 아팠다. 어서 먹거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내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 이상의 맛있는 음식을 세상에서 맛본 적이 없다. 그래서 술잔도 가득 채우고, 젓가락으로 안주도 가득 집으며 묵은 식도락 결핍을 해소하고 있었다.
내가 술잔을 몇잔 비우고나니 어머님이 이윽고 엄정하고 조심히 말씀을 꺼내셨다.
"너 내일 맞선 좀 봐라. 니 나이 벌써 서른셋이니 결혼부터 서둘러야겠다. 니 아부지로 치자면 니 형이 벌써 중학교에 들어갔을 나이다."
"어머니 그만 하세요. 제가 결혼을 안한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맞선을 봐서 결혼하기는 싫다구요. 차차 사회생활 하면서 인연이 돼서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허락하시면 결혼 할게요."
"뜬구름은 세월만 앗아가는 법이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있을지 모르는 것이니 다가오는 구름은 피하지 말고 맞아봐야 하지 않겠느냐. 내일 2건의 맞선을 잡아놨으니 점심먹고 같이 나가자."
"아니 어머니! 제 말씀을 그렇게 몰라주세요? 여하튼 저는 못들은걸로 하겠으니 알아서 하세요."
나는 술상을 박차고 일어나 시골마을 앞 시냇가로 허허로운 발길을 옮겼다. 이름모를 풀벌레들이 마치 협연이라도 하듯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처연하게 울어대는 둑방길을 걷노라니 저만치 동산(東山) 위로 샛노란 보름달이 중천(中天)을 향해 분도기 세칸쯤 떠오르고 있었다.

작가가 AI와 함께 그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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