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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공소심의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작성자
강 민신
작성일
2026-07-03 18:19
조회
262

혹시 공소심의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 검찰개혁, 그 다음 이야기 · 기소권을 검찰에서 시민에게



지난 6월 26일, 국회에 형사소송법 개정안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김용민·박은정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열두 명이 이름을 올린 법안인데, 그 안에 공소심의회라는 낯선 기구가 들어 있습니다. 이름만 봐서는 뭔가 싶지요. 그런데 뜯어보면, 우리가 오래 이야기해온 바로 그 문제가 여기 걸려 있습니다. 검찰개혁의 진짜 핵심 말입니다.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풀어보려 합니다.


검찰청은 사라진다, 그런데

먼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부터 짚겠습니다. 오는 10월이면 일흔여덟 해를 버텨온 검찰청이 사라집니다.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나눠 맡고, 검사가 제 손으로 수사를 시작하는 권한은 없어집니다. 노무현도 문재인도 끝내 넘지 못한 벽을 이번에 넘은 건 분명합니다. 그건 인정하고 갑시다.

그런데 한 발 물러나서 물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게 정말 우리가 바라던 개혁의 완성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에 벌어진 일은 검찰이 쥐고 있던 권한을 다른 기관에 나눠준 것이지, 그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준 게 아니거든요. 쉽게 말하면 권력이 검찰청 건물에서 공소청 건물로 이사를 갔을 뿐입니다. 그 권력을 시민이 통제하는 장치는 여전히 없어요.

한번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검찰개혁을 왜 하자고 했습니까. 기소해야 할 사건은 덮고, 덮어도 될 사건은 기소하는 그 자의적인 칼질 때문이었지요. 힘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힘없는 자에게는 가혹했던 그 선택적 정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가 거기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개혁의 끝은 간판을 바꾸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소하느냐 마느냐를 정하는 그 권한에 시민이 손을 댈 수 있게 만드는 것,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어려운 말로 시민적 기소통제라고 합니다.


시민이 기소를 결정한다

그 원리가 이번 공소심의회 안에 담겼습니다. 조문을 직접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각 지방법원에 공소심의회를 두고, 행정안전부가 관할 지역 만 스무 살 이상 주민 백 명 안팎을 무작위로 뽑은 다음, 그중 아홉 명을 심의위원으로 앉힙니다.


검사가 불기소한 사건에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를 걸 수도 있고, 반대로 검사가 기소하려는 데 대해 피의자가 심의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부패와 권력형 비리, 대형 경제범죄, 사회적으로 이목이 쏠린 사건이 그 대상이고요. 검사가 아니라 시민이 기소를 결정한다 — 우리가 오래 이야기해온 그 이야기가 드디어 법조문의 모습으로 나온 겁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검사만 기소하게 되어 있는데 시민이 대신하면 위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검사의 기소독점은 헌법이 시킨 게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정해놓은 것입니다. 헌법은 그저 법과 적법한 절차를 따르라고 했을 뿐, 기소를 반드시 검사가 하라고 못박은 적이 없어요.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검사가 부당하게 불기소하면 피해자가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고 인정해왔습니다. 기소권을 바깥에서 견제하는 걸 헌법 정신으로 받아들여온 셈이지요. 그러니 시민기소는 위헌이라 못 하는 게 아니라, 합헌이라 법만 고치면 되는 일입니다. 개헌도 필요 없어요.


쏟아지는 반론, 그런데 법안은 이미 답을 품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 공소심의회 안이 지금 만만찮은 반론에 부딪혀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반론들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우리가 걱정할 법한 지점들을 법안이 이미 상당 부분 방어 설계로 막아뒀더군요. 차례로 보겠습니다.

첫째, 지역 편향. 공소심의회를 그 지역 주민으로만 채우면 영남이든 호남이든 지역 정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난다는 겁니다. 정치인이 자기 고향, 자기 지역구 심의회로 사건을 끌고 가서 기소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우려지요. 어느 언론은 아예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러면 김건희 명품백 사건은 과연 유죄로 갈 수 있었겠느냐고요. 아픈 질문입니다. 시민통제가 되레 힘 있는 자에게 방패를 쥐여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바로 이 대목에서 법안이 둔 장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심의회가 검사의 처분을 그냥 뒤집는 게 아니라, 검사와 다른 결정을 내리려면 아홉 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도록 못박아뒀습니다. 단순 과반이 아니라 가중다수를 요구한 거지요. 지역 정서에 휩쓸린 한두 표의 쏠림으로 기소가 뒤집히지 않도록 문턱을 높인 겁니다. 완벽하다고는 못 해도, 편향 우려를 그냥 내버려둔 설계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둘째, 법도 모르는 시민이 어떻게 기소를 판단하느냐. 이것도 법안은 답을 마련해뒀어요. 지방법원장이 검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를 심사보조인으로 붙여 심의회의 법률 자문을 돕게 하고, 심의회가 기소로 결정하면 지정된 변호사가 실제 공소를 맡아 끌고 가도록 했습니다. 시민이 맨몸으로 법률 판단을 떠안는 게 아니라,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구조인 거지요.

셋째, 남용 걱정. 재판을 질질 끌 속셈으로 심의를 신청하면 어떻게 막느냐는 거지요. 법안은 소송 지연만을 노린 게 뻔한 신청은 심의를 열지도 않고 곧바로 각하하도록 했고, 심의위원 임기를 여섯 달로 묶고 연임을 금지해서 특정 세력이 심의회를 오래 틀어쥐는 것도 차단했습니다.

이 장치들, 어딘가 익숙합니다. 일본이 예순 해 동안 굴려온 검찰심사회가 바로 이 구조입니다. 무작위 추첨, 가중다수결, 법률 조력자, 임기 제한. 검사가 덮어버린 거물 정치인 사건을 시민의 손으로 법정에 세운 그 제도의 뼈대가, 이번 우리 법안에 거의 그대로 들어와 있어요. 그러니 시민에게 기소를 맡기면 나라가 뒤집힌다는 겁박에 주눅 들 이유가 없습니다. 이미 검증된 길이고, 우리 법안은 거기서 배운 안전장치를 조문에 새겨 넣었으니까요.

물론 아쉬운 구석도 있습니다. 관할을 지방법원 단위로 둔 이상 지역 편향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고, 3분의 2 요건이 정말 충분한지도 더 따져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법을 접어야 할 이유가 아니라 다듬어야 할 과제입니다. 관할을 더 넓게 묶든, 심사보조인의 권한을 키우든, 손볼 여지는 입법 과정에서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그러면 우리 진보진영은 이 국면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데까지 오는 동안 진보당도 조국혁신당과 함께 범여권 공조의 한 축으로 제 몫을 단단히 해왔습니다. 그동안 시민통제와 직접민주주의를 누구보다 앞세워온 게 진보정당이었던 만큼, 이 시민기소야말로 진보의 언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의제라고 봅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먼저 깃발을 드느냐입니다. 민주당이 정략과 속도조절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이 틈에, 시민기소의 원칙을 가장 선명하게 밀고 나가는 것 — 그게 서민과 노동자의 눈으로 하는 개혁이라는 우리의 오랜 이야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습니까.





정리하며

검찰청을 쪼갠 건 개혁의 끝이 아니라 중간 지점입니다. 진짜 개혁, 그러니까 기소권을 시민에게 되돌리는 일은 이제 겨우 입법의 문턱에 섰습니다. 지역편향이니 책임소재니 하는 반론이 쏟아지지만, 법안은 이미 그 반론들을 상당 부분 조문 안으로 끌어안고 있어요.

남은 건 둘 중 하나입니다. 이 설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 통과시키느냐, 아니면 시민에게 어떻게 그런 걸 맡기느냐는 겁박에 밀려 주저앉느냐.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합니다. 반론이 무서워 물러서는 쪽이 아니라, 설계로 그 반론을 넘어서는 쪽에 서는 것. 그 자리에 진보의 깃발이 가장 먼저 꽂히기를 바랍니다.

공소심의회, 이제 좀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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