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과 89학번
연휴 토요일이라 인제로 가는 길이 많이 정체되어 아침 7시30분에 출발했는데도 12시 넘어서 도착했다.
애초 봐둔 식당은 문을 닫아 산채비빔밥 식당(유가네산채)에서 점심을 맛있게 해결하고 바로 인근에 있는 아침가리계곡으로 향했다.
사전 조사를 안 해서 이곳이 어떤 데인지 몰랐는데 일단 아침가리계곡 코스는 허리가 넘는 개울을 건너야 해서, 미리 개울용 신발과 방수 가방, 등산 스틱을 챙기면 좋았겠다 싶었다.
왜 아침가리인가 해서 찾아보니 ‘산세가 험하고 골짜기도 깊으니 갈아먹을 밭이라고 해봐야 아침나절이면 다 갈 수 있을 만큼 손바닥만 하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고, ‘노루 꼬리만큼 해가 드는 첩첩산중이라 겨우 아침나절에만 밭을 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라는 얘기도 있다. 지금은 찻길이 접해 있지만 예전에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허리까지 몸을 담그고 개울을 건너 작은 숲 길을 지나니 본격적인 계곡 여행길이 펼쳐졌다.
시원하게 흐르는 맑은 개울 물길을 걸으니 최고의 여름 트래킹 여행지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어린 아이들, 젊은이들, 단체 모임객 등 참 많은 이들이 아침가리계곡을 찾아서 편안하게 걷고 개울가에 앉아 쉬고 재밌는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개울이 그리 깊지 않고 흐르는 수량도 적당해서 길게 펼쳐진 천혜의 피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한 이들과 걷고 수영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세상사름 다 잊고 세 시간 정도 어린아이들처럼 놀았다.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하고 싶은 장소로, 계곡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도 번잡하진 않았지만 사람이 덜 분비는 늦봄, 여름 초나 말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전에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었고 오랜만에 만서 더 반갑기도 했던, 인근에 있는 최순영 전 국회의원의 시골 집에 숙박을 정하고 밤 늦도록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하늘의 별도 보면서 한가한 시골 정취를 만끽했다.
이튿날, 컵라면과 햇반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곰배령으로 출발했다. 산림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점봉산 곰배령 산림생태탐방> 안내문에 숲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 방문객 수를 제한하기에 사전 예약을 해야 했었다.
뜨거운 여름이라 방문객이 붐비지는 않았다. 커다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계곡을 따라 펼쳐진 숲길을 걸어 올라갔다. 날이 밝은데도 숲으로 들어서니 초가을 선선한 날씨였다. 30분 정도 걸으니 막걸리,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왕복 4시간 산책 코스라고 해서 쉽게 보았는데 돌 길을 오르니 생각보다는 동행인들이 힘들어했다. 참나무, 단풍나무 등 나무들이 쭉쭉 뻗은 원시림 속에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이끼류가 무성해 핸드폰으로 꽃들을 찍고 감상하며 드디어 곰배령 정상에 도착했다.
안개가 끼어있어 시야가 제한되었지만 역시 왜 곰배령이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적당히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흔들리는 풀꽃들에 다들 감탄했다.
곰배령 관련 시를 찾아보니 조은성 노래를 임영웅이 불러 널리 알려진 가사가 검색되는데…
“바람마저 길을 잃으면 하늘에 닿는다 점봉산 마루 산새들도 쉬어가는 곳 곰배령은 말이 없는데 여인네 속치마 같은 능선을 허리에 감고 동자꽃 물봉선이 곱게 피는 그날 사랑두고 님을 두고 그 누가 넘어가나 하늘 고개 곰배령아~”
노래는 한 번도 못 들어 봤지만 가사만 봐도 애절함이 느껴졌다.
10시 쯤 시작해 2시가 넘어 되돌아와 다들 허기가 져서 주차장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시레기국, 황태해장국에 감자전, 나물전을 곁들여 막걸리를 한잔씩 했다.
다행스럽게도 서울로 오는 길은 덜 막혔다.
1박2일 간 좋은 사람들과 강원도 인제의 대표적인 명소 아침가리계곡과 곰배령 여행. 긴 시간 운전하고 좋은 여행을 준비해준 분들, 깊이 감사드리고, 다음 만남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