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신문방송학과 85학번
음악을 통해 세상을 악으로부터 수호하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인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이를 통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또한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메기 강 감독은 한국 샤머니즘이 추구하는 공동체의 행복과 조화라는 가치를 다양한 무속신앙의 메타포로 시종일관 역동적인 신기와 활기, 광기를 드러내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첫 화면부터 등장하는 3인의 여성들(헌터, 케이팝 걸그룹)은 노래와 춤을 통해 ‘혼문’이라는 결계를 유지하며 인간 세상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영혼을 갉아먹는 악귀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에 맞선다.
혼문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과거엔 무당이었을 헌터들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당산나무에게 신탁을 받는 장면을 시작으로 무당갓을 쓰고 신령스러운 칼을 휘두르는 활기찬 여성이 전사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여기에 저승사자의 이미지로 등장하는 보이그룹이 있다.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그리고 컵라면과 새우깡, 한의원, 찜질방과 대중목욕탕까지…. 너무나 익숙하여 무심한 한국의 문화적 메타포들이 세계인들에게는 낯섦과 새로움,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을 함께 갖고 있는 양가적 존재로 선과 악을 적대적 관계로 풀어내는 것이 아닌 양심과 가치의 문제로 풀어내는 서사구조와 메시지가 세계인의 보편적 감정과 본능코드를 깨웠을 것이라 여긴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을 악으로부터 수호하는 헌터들의 공연은 우리가 수백년간 이어온 마을 공동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지역별 ’도당굿‘을 연상케 한다.
도당굿은 신내림을 받아 개인의 요청으로 진행하는 굿판과는 다른 마을 공동체를 위한 노래와 춤을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함께하는 마을 축제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창조의 주체,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의 주체가 되는 시대를 이끄는 K팝 스피릿이 이러한 도당굿에 대한 지식과 경험과 만난다면 새로운 지역문화 컨텐츠들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신으로 폄하되며 부정적 시선이 남아있는 우리의 무속신앙 전통이 대중성과 만나 전 세계를 사로잡은 케데헌을 보며 창조, 소통, 가치를 나누는 공동체 문화의 중요성 또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위의 작품은 한국 무속신앙을 통해 전승되고 있는 고대여신상징들을 사진예술을 통해 새롭게 재현하고 있는 <샤먼가이아>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작품의 모델인 이지녀 만신은 선감학원, 세월호, 이태원 등 국가폭력희생자의 위령제를 꾸준히 지내며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무속신앙이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잘살기를 기원하는 평화를 담은 민중의 종교라는 믿음으로 꾸준히 사회적 실천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