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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을 능가하는 외교 실패 — 미어샤이머가 본 이란 전쟁의 풍경
이라크 전쟁을 능가하는 외교 실패 — 미어샤이머가 본 이란 전쟁의 풍경
시카고 대학 미어샤이머 교수의 진단,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
들어가며
학자가 자기 분야에서 가장 무거운 단어를 꺼내는 일은 드뭅니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 대학 정치학 교수.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을 만든 사람입니다. 1980년대부터 NATO 확장의 위험을 경고했고, 그 예측은 지금까지 거의 다 들어맞았습니다. 그런 그가 50년 학자 인생에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표현을 다니엘 데이비스와의 인터뷰에서 꺼냈습니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저지른 사상 최대의 외교 실수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 자리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이 쉽게 그것을 능가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능가한다. 학자가 이런 말을 할 때는, 가볍게 던지는 말이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진단을 정리하고, 그것이 한국에 어떤 의미인지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1. 미어샤이머는 누구인가
먼저 발언자의 무게부터 짚어야 합니다.
미어샤이머는 그저 평론가가 아닙니다. 시카고 대학 R. 웬들 해리슨 석좌교수, 그리고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라는 국제정치학의 한 학파를 세운 사람입니다. 2001년에 쓴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는 이 분야의 고전이 됐고, 2014년 Foreign Affairs에 실린 "왜 우크라이나 위기는 서방의 잘못인가"는 NATO 확장 비판의 결정판으로 꼽힙니다.
무엇보다 그의 예측은 거의 다 맞았습니다. 1990년대 NATO 확장이 위험하다고 했고, 그 결과가 우크라이나에서 터졌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구조도 일찍부터 짚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이란 전쟁의 결말까지.
그런 사람이 이번 전쟁을 두고 "미국 사상 최대의 외교 실수"라고 못박은 것입니다.
2.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발언 — 핵능력의 시사
인터뷰는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첫 공개 음성 메시지로 시작합니다.
지난 2월 28일 알리 하메네이가 미·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사망한 뒤, 새 최고지도자로 지명된 모즈타바는 두 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부상설, 사망설 등 온갖 추측이 떠돌았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뷰 직전, 처음으로 음성 메시지가 공개됐습니다. 영상은 없었습니다.
발언의 핵심입니다.
"9천만 이란인이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해 이슬람 공화국을 지킬 것이다. 기술력. 정치력. 미사일력. 그리고 핵능력. 호르무즈 통제로 우리 나라를 지킬 것이다."
미어샤이머가 주목한 것은 "핵능력"(nuclear powers)이라는 한 단어였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전 최고지도자)와 달리, 과거에도 이란의 핵 보유에 찬성한 인물이다. 그러니 이 발언이 핵 억지력을 만들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
미어샤이머는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페르시아어 원본을 직접 읽지 못했다며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이란이 핵무기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을 가능성을 분명히 열어두었습니다.
3. "이란이 곧 무너진다"는 폭스뉴스 보도의 거짓
폭스뉴스 핸니티쇼에서 잭 키인 장군이 "이란이 곧 무너진다"고 했습니다. 이란군 대규모 탈영, 정권 자금난, 붕괴 임박. 늘 듣던 레퍼토리입니다.
미어샤이머는 단번에 잘랐습니다.
역사가 말해주는 것
"역사를 돌아보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처벌을 퍼붓는 전쟁을 할 때, 표적이 된 나라가 항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가 든 사례는 묵직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무자비한 공습에도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상군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은 8년 동안 민간인과 군의 엄청난 피해를 견뎌낸 나라입니다. 그 끈기가 이미 검증됐습니다.
트럼프 1기의 최대압박 정책(2018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JCPOA에서 탈퇴한 뒤 가혹한 제재로 이란 민간 경제를 무너뜨렸지만,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결론
"처벌만으로는 이란을 항복시킬 수 없다. 봉쇄로도, 공습으로도 안 된다. 항복시키려면 침공해야 한다. 우리가 이라크에 들어가야 했던 이유, 소련이 베를린까지 가야 했던 이유, 우리가 독일에 들어가야 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폭스뉴스 사람들의 진짜 속내
미어샤이머가 잭 키인 같은 사람들의 속내를 신랄하게 짚습니다.
"이 사람들 모두 전쟁을 지지했고, 우리를 전쟁으로 끌어들였고, 줄곧 응원해왔다. 지금 그만두면 자기 얼굴에 먹칠이 되니까, '계속 가자, 승리가 코앞이다'라고 말하면서 기적을 바라고 있는 거다. 그런데 내가 사는 세상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4. 액시오스의 세 가지 군사 옵션 — 모두 환상
다니엘 데이비스가 Axios 보도를 꺼냅니다. 트럼프가 센트콤에서 받을 새 군사 옵션 세 가지가 거기 담겨 있습니다.
옵션 1 — 인프라 단기 강타 공습
"이미 해봤고 실패했다. 만약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이란은 2차 타격으로 홍해를 봉쇄하고 사우디·UAE 인프라를 부숴버릴 것이다. 우리가 최근 폭격을 멈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옵션 2 — 호르무즈 점령 (지상군 투입)
"엄청난 지상군이 필요한데, 그만한 병력이 그 지역에 없다. 사상자도 크게 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해협을 점령해도 결국 걸프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안에서는 이란의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포병, 잠수함 앞에 그냥 앉아 있는 표적이 된다."
옵션 3 — 특수부대로 농축 우라늄 회수
"이건 환상이다. 우라늄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11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60% 농축이 440kg, 20% 농축, 5% 농축이 곳곳에. 이란이 우리가 그런 시도를 할 줄 모를까? 당연히 다 지키고 있을 것이다. 설령 회수해도 그들은 또 농축한다. 이란은 원심분리기와 농축 기술을 이미 갖고 있다. 그 능력을 우리가 없앨 방법은 없다."
후티 사례가 보여준 것
가장 결정적인 경고는 후티 전쟁의 실패입니다.
"트럼프가 2025년 3월 후티를 박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5월에 그만뒀다. 못 이긴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데 쓸 정밀 무기를 다 써버렸다."
같은 패턴이 이란에서 더 큰 규모로 반복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5. 중동의 풍경 — 2월 27일과 5월 초의 차이
이 부분이 인터뷰의 핵심입니다. 두 시점을 나란히 놓고 보면, 미국 패권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2월 27일, 전쟁 직전의 풍경
GCC 6개국과 견고한 동맹. 곳곳에 있는 미군 기지(해군·공군·지상군). 미국이 지역의 평화 유지자 역할. 안보 우산 아래 6개국이 모여 있는 안정적 그림.
5월 초, 지금의 풍경
미어샤이머가 그린 모습은 아주 다릅니다.
기지 상황:
"사실상 모든 기지가 파괴됐거나 심각하게 망가졌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우리가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걸프 국가들도 우리를 받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이제 그들도 안다. 미군 기지는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끌어당기는 거대한 자석이라는 걸."
동맹 구조:
"우리가 만든 동맹은 갈가리 찢어졌다. UAE와 사우디는 서로의 목을 노리고 있다. 이제 그들은 이란보다 서로를 더 미워한다."
이 표현이 충격적입니다. UAE와 사우디는 GCC 동맹의 두 핵심 축인데, 이번 이란 전쟁에서 정반대 길을 갔습니다. UAE는 OPEC을 탈퇴하며 미국 진영에서 사실상 빠졌고, 사우디는 양다리를 걸쳤습니다. 금융 허브, 관광, 항공, 무역로 등에서 쌓여온 경쟁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진 것입니다.
평화 유지자라는 미국:
"우리는 평화 유지자가 아니다. 정반대다. 이 전쟁을 시작한 게 우리다. 그들은 원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시작했다. 우리가 그 지역에 불을 질렀다."
1년 전 트럼프의 사우디 방문
데이비스가 1년 전 영상을 보여줍니다. 트럼프가 사우디에서 환영받으며 *"우리는 정권 교체 사업에서 손을 뗐다"*고 약속한 그 자리.
미어샤이머의 한마디가 신랄합니다.
"안타깝지만, 이스라엘이 그를 이 전쟁으로 꼬드길 때 그는 1년 전에 한 약속을 기억할 만한 분별이 없었다."
6. 터키 — 이스라엘의 다음 표적
터키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이 터키를 조준하고 있어서 양국 관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터키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두려워한다.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다. 오늘 본 기사로는, 터키가 항공모함 완성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지중해에 띄우면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미어샤이머가 더 깊이 들어갑니다.
"터키는 이란이 이 전쟁에서 지지 않게 만드는 데 깊은 이해관계가 있다. 이란이 무너지면, 이스라엘이 다음 표적으로 터키를 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터키는 매우 조용히, 이란이 살아남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분석이 결정적입니다. 터키가 쿠바에 부유식 발전선을 보내고, 이란을 조용히 돕고, 항공모함 건조를 서두르는 모든 행보가 하나의 큰 그림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NATO 회원국이면서도 사실상 미국 동맹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터키의 풍경입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짐
"이스라엘은 우리 목에 걸린 거대한 짐이다. 우리를 이 전쟁으로 꼬드긴 것뿐만 아니라, 레바논, 시리아, 이제는 터키에서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에겐 터키와 싸울 이유가 없다. 친구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처지인데. 그런데 이스라엘과 한 몸으로 묶여 있는 한, 우리 외교가 입을 피해에는 한계가 없다."
7. 동아시아 —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
여기서 한국이 가장 직접적으로 등장합니다. 한국 독자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첫 번째 — 경제적 충격
"걸프 지역을 빼면, 이번 전쟁의 가장 심한 경제적 결과는 동아시아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다들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두 번째 — "아시아 회귀"의 정반대
"동아시아 동맹들은 미국이 거기에 군사력을 충분히 두고 자기들을 지켜주기를, 다시 말해 중국을 견제해주기를 기대해왔다. 그게 우리가 수년 동안 아시아로 회귀(pivot)한 이유다. 그런데 이란 전쟁의 결과로, 우리는 지금 아시아에서 멀어지고 있다(pivoting away). 한국과 일본에서 정밀 무기를 빼서 중동으로 보내고 있고, 거기서 그걸 다 태우고 있다."
이 진단은 평소 따라온 흐름과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사드 레이더가 중동에 차출됐다가 돌아오지 않는 문제, 주한미군 자원이 분산되는 문제. 이게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후퇴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 — 미국이라는 신뢰의 붕괴
"전 세계가 점점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미국은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의지할 수 있는 동맹이 못 된다. 첫째, 거기 있어 줄지 모르겠다. 도널드 트럼프가 너희를 위해 거기 있을 거라고 정말 믿을 수 있겠나? 둘째, 판단력이 의심스러운 사람이 운영하는 이 나라에 의지하고 싶겠나?"
그리고 핵심 진단
"결국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자기를 지킬지 깊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이 핵무기를 갖는 쪽으로 그들을 밀어붙일 것이다."
이 한 마디가 결정적입니다.
미어샤이머처럼 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실주의자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분명히 언급한 것은 매우 무거운 진단입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미국 패권이 무너진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결론으로 본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 선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노력, 핵추진 잠수함 추진. 이 모든 것이 미어샤이머가 그린 큰 그림과 정확히 맞물립니다.
8. 중국과 러시아 — 단기 이익, 장기 곤경
중국
미어샤이머가 보기에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곤경에 빠질 나라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잘 버틸 것이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큰 곤경이 온다. 우리가 세계 경제를 매우 나쁜 상황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다. 자국 내 수요는 늘 부족했다. 경제 위기가 시작되면 중국 제조품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게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이번 달 초 이란에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고 압박했고, 파키스탄에 협상 성사를 위해 노력하라고 압박했다는 분석입니다.
러시아
러시아는 단기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첫째, 러시아 석유에 대한 사실상의 제재 해제.
"우리가 러시아 석유 제재를 사실상 풀어줬고, 그들은 더 비싼 값에 글로벌 시장에 석유를 팔고 있다. 그게 러시아 경제를 돕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무기 공급 감소.
"우리가 이란 전쟁에서 정밀 무기를 엄청나게 쓰고 있다. 그 말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점점 적게 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5월 9일 휴전의 진짜 의미
데이비스가 "트럼프와 푸틴이 우크라이나 휴전에 합의했다"는 NYT 헤드라인을 꺼냅니다. 그러나 RIA Novosti의 정확한 보도를 확인하자, 미어샤이머가 분명히 합니다.
"그건 일반 휴전이 아니다. 5월 9일 승전기념일 단 하루 휴전이다. 러시아는 일반 휴전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지금 봄 공세를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서방 언론의 왜곡 — 가장 솔직한 비판
"이게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문제다. 서방 언론은 무슨 일이 정말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다. 대신 서방 선전, 또는 미국 선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표면 아래를 파고들어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거의 없다. 미디어가 결국 미국 엘리트의 확성기이기 때문이다."
9. 유럽 — 트럼프가 책임을 떠넘길 다음 표적
미어샤이머가 유럽 상황을 짚습니다.
영국 경제는 다른 유럽 경제보다 더 깊은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누적 피해 위에 이란 전쟁의 새 피해가 겹쳤습니다.
트럼프와 유럽 지도자들의 충돌도 거셉니다.
- 메르츠(독일 총리): 미국이 굴욕당했고 전략이 없다고 공개 비판
- 메로니(이탈리아 총리): 트럼프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연설. 미어샤이머는 "메로니의 발언이 메르츠보다 더 강하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봐야 한다"고 평가합니다.
- 스타머(영국 총리): 연료·식량 배급 가능성을 공개 경고
트럼프의 다음 책임 전가
"누군가는 이 모든 실패에 대해 욕을 먹어야 한다. 트럼프 머릿속에서는 그게 자기일 리 없다. 그래서 그는 유럽이 호르무즈를 여는 데 도와주지 않아서 우리가 졌다고 떠넘길 것이다."
10. 트럼프의 선택 — 봉쇄 지속, 그리고 글로벌 경제가 강제하는 종전
미어샤이머의 최종 시나리오입니다.
"그냥 떠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냥 떠날 수 없다. 이스라엘이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미국 내 이스라엘 로비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전쟁 시절 조지 에이큰 상원의원이 '승리를 선언하고 떠나자'고 했다. 그런데 승리를 선언해도 아무도 안 믿는다. 우리가 졌다는 게 이미 누가 봐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군사 행동도 안 된다
"트럼프가 절박해서 군사력을 쓸 수도 있다. 지도자들은 절박할 때 어리석은 짓을 하니까. 그런데 그것도 결국 통하지 않는다."
군사력의 세 가지 도구가 모두 막혀 있다
"군대에는 세 가지 도구가 있다. 공군력, 지상군, 해군력. 공군력은 못 쓴다. 해봤고 실패했다. 지상군은 옵션이 안 된다. 그만한 병력이 없고, 있다 해도 이란 침공은 말이 안 된다. 남은 건 해군력뿐이다. 그것도 안 통한다."
결국 종전을 강제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어느 시점이 되면 그는 패배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유럽과 미국 경제, 그리고 세계 경제 전체가 입을 피해가 너무 커서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전쟁을 끝낼 유일한 동력은 그것이다. 세계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협 말이다."
11. 한국에 주는 함의
미어샤이머의 진단은 한국에 다섯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한국 핵무장 옵션의 학술적 정당화. 미어샤이머가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갖는 쪽으로 밀려갈 것"이라고 한 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닙니다. 학계 최고 권위자가 내놓은 학술적 진단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노력, 핵추진 잠수함 추진은 이 큰 흐름의 자연스러운 일부입니다.
둘째, 미국이 아시아에서 멀어지고 있다. "pivoting away"라는 한 단어가 한반도 안보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정확히 설명합니다. 사드 레이더 미복귀, 주한미군 자원 분산. 일시적인 일이 아니라, 구조적 후퇴가 시작된 것입니다.
셋째, 미국 신뢰성의 영구적 손상. "트럼프가 너희를 위해 거기 있을 거라고 정말 믿을 수 있겠나"라는 미어샤이머의 질문이 한국 안보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미국 신뢰성에 대한 의심은 미국 자신이 만든 위기에서 나온 것이지, 한국이 의심해서 생긴 게 아닙니다.
넷째, 터키 모델의 시사점. 터키는 NATO 회원국이지만, 미국 봉쇄에서 사실상 빠져 자국 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어샤이머가 "터키가 이란이 살아남도록 조용히 노력할 것"이라고 한 분석은, 동맹국이라도 자국 이익이 명확하면 미국 정책에서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사례입니다. 한국이 참고할 만합니다.
다섯째,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임박했다. 미어샤이머가 "세계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협"을 종전을 강제할 동력으로 본 것은 한국 경제와 직접 닿아 있습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 한국 성장 모델 전체가 흔들립니다. 자율적 외교 공간을 만드는 동시에 에너지 다변화, 식량 안보, 금융 안전망까지 같이 준비해야 합니다.
12. 마무리 — 학자가 던진 무거운 한마디
미어샤이머는 학자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가장 무거운 단어를 함부로 꺼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가 이번 전쟁을 두고 "미국 사상 최대의 외교 실수"라고 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능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수가 세계 권력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데이비스가 인터뷰 끝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저는 미어샤이머 교수가 그린 봉쇄 지속 시나리오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길은 상황을 훨씬 더 나쁘게 만들 테니까요. 이란은 가만히 있는 행위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가하면, 이란은 GCC 국가들과 이스라엘에서 지금까지 건드리지 않은 고통스러운 표적을 칠 거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이게 빈말일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알아내지 맙시다."
미어샤이머가 한마디를 더 붙입니다.
"그리고 홍해도 봉쇄할 것이다. 그게 진짜 결정타가 될 거다."
이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이 만든 위기. 미국이 통제할 수 없게 된 위기. 그리고 그 위기가 한국 경제와 안보에 직접 닿아 있다는 사실.
학자의 진단은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할지가 남았습니다.
출처
원본 인터뷰: Daniel Davis Deep Dive, "John Mearsheimer: Iran War Worse Than Iraq War for U.S." (2026년 5월 3일 게시)
채널: https://www.youtube.com/@DanielDavisDeepDive
미어샤이머 본인 매체: https://mearsheimer.substack.com
참고: 본 글은 영어 인터뷰를 한국어로 정리한 것입니다. 인용된 발언은 영어 원문을 옮긴 것이며, 의역한 부분은 원문의 의미를 가능한 한 충실히 살렸습니다.
작성 정보
- 작성일: 2026년 5월 4일
- 인터뷰 게시일: 2026년 5월 3일
- 인터뷰 진행자: 다니엘 데이비스 (전 미 육군 중령, 21년 복무, Daniel Davis Deep Dive 호스트)
- 인터뷰 출연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 대학 정치학 R. 웬들 해리슨 석좌교수,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 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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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지킨 새벽 — 어제 들은 이덕준 선생님의 5.18 증언
외민동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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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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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민동 관리자 | 2026.05.01 | 0 | 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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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⑯ "공포감을 없애라"는 말의 정치경제학 — 기술 낙관주의는 누구에게 이익인가
강 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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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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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신 | 2026.04.30 | 0 | 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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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⑮ 피지컬 AI 공장에 노동자가 남아야 하는 기술적 이유
강 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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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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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신 | 2026.04.30 | 0 |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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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⑭ 일본 렌고의 AI 전략 — 민주노총의 선택지
강 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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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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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신 | 2026.04.29 | 0 |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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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서 ― 故 양윤경 동지를 보내며
강 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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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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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신 | 2026.04.28 | 0 | 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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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⑬ 민주노총의 세 번의 기술 전환 — 컴퓨터화, 자동화, 디지털화의 교훈
강 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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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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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신 | 2026.04.27 | 0 | 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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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⑫ 생산성은 누구의 것인가 — 피지컬 AI가 만드는 부의 귀속 문제
강 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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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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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민신 | 2026.04.25 | 0 | 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