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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⑮ 피지컬 AI 공장에 노동자가 남아야 하는 기술적 이유

작성자
강 민신
작성일
2026-04-30 13:57
조회
63

[시리즈] 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 로봇은 파업할 수 없고, 알고리즘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다. 피지컬 AI가 노동의 전제 자체를 해체하는 시대, 한국 노동운동은 무엇을 걸고 어디에 앉을 것인가. 2025년 4월 민주노총-대통령 간담회를 출발점으로, 20회에 걸쳐 묻는다.









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⑮

피지컬 AI 공장에 노동자가 남아야 하는 기술적 이유 — 교섭력은 어디서 재구성되는가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주로 "피지컬 AI가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전개돼 왔다. 그 전제 자체가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다. 더 정확한 진술은 이렇다 — 피지컬 AI는 일부 노동을 대체하고, 일부 노동을 재구성하며, 일부 노동은 오히려 더 중요하게 만든다.

이 편은 기술적 관점에서 피지컬 AI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 한계 지점에서 노동자의 교섭력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분석한다. 민주노총에게 이것은 중요하다 — 왜냐하면 노동자가 "어디서 불가결한가"를 정확히 아는 것이, 교섭력을 어디에서 행사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휴머노이드의 기술적 현실 — 기대와 현실의 간극

2026년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적 한계를 정리하면 놀라울 정도다.

배터리 지속 시간 문제: 대부분의 휴머노이드는 30~90분 작동 후 충전 또는 개입이 필요하다. 산업 현장은 95~99% 가동률을 요구하는데, 현재 휴머노이드 기술로는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손 재주(dexterity) 한계: IFR의 2026년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수준의 손재주"를 달성하는 것이 업계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섬세한 부품 조립, 불규칙한 형상 처리, 촉각 기반 품질 확인 — 이 모든 영역에서 로봇은 여전히 인간에 못 미친다.

예외 상황 대응 능력: AI 로봇은 훈련 데이터의 분포 안에서만 신뢰할 수 있게 작동한다. 공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예외 상황 — 부품 결함, 설비 고장, 예기치 못한 동작 — 앞에서 로봇은 멈추거나 잘못된 판단을 한다.

안전 기준의 미비: 산업용 로봇에는 ISO 10218, ISO/TS 15066 같은 안전 기준이 있지만, 동적으로 균형을 잡는 보행 로봇에 대한 표준은 아직 없다. 휴머노이드가 작업자를 다치게 했을 때의 책임 주체 — 제조사, 도입 기업, AI 훈련 제공자, 운영자 — 도 법적으로 불분명하다.

롤랜드 버거(Roland Berger)의 2026년 보고서는 이 현실을 정직하게 말한다. "오늘날의 [휴머노이드] 사용 사례는 ROI 주도가 아니라, 노동 부족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에 가깝다." 풀어 말하면, 아직 휴머노이드는 경제적으로 노동자를 대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배치되는 사례는 주로 노동 공급 부족이 심각한 곳이다.





로봇이 못 하는 것 — 세 가지 영역

기술적 한계를 분석해 보면, 휴머노이드 AI 로봇이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세 영역이 드러난다.

영역 1: 예외 처리(Exception Handling). AI 로봇은 훈련 데이터의 분포를 벗어난 상황에서 실패한다. 제조 현장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한 공장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예외 상황의 종류는 수백 가지이며, 그 중 상당수는 처음 발생하는 것들이다. 이것을 처리하려면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고 조치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영역 2: 다중 감각 통합 판단(Multimodal Judgment). 숙련 노동자가 부품의 이상을 발견할 때, 그는 시각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소리(이상 진동음), 냄새(과열), 촉감(표면 이상), 진동(손끝의 미세 떨림)을 동시에 처리한다. 이것을 센서로 분리 포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통합 판단은 아직 AI에 어렵다.

영역 3: 조직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공장은 혼자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다른 부서와 조율하고, 협력업체와 협상하고,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의사소통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로봇은 이런 상호작용을 할 수 없다.

이 세 영역은 "숙련 노동자의 불가결성(indispensability)"의 영역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영역에서는 인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향후 10~15년 안에는.





"남는 노동"은 어떤 성격인가

피지컬 AI가 도입된 공장에서 인간이 남는 영역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남는 일자리 유형 1: 로봇 감독자(Robot Supervisor).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모니터링하고, 예외 상황에서 개입하며, 로봇의 학습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 이것은 기존 생산직의 업무를 재편한 형태지만, 인력 수는 훨씬 적다. 10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한다.

남는 일자리 유형 2: 유지보수·수리 기술자. 로봇이 고장 나거나 센서 이상이 발생했을 때 복구하는 역할. 이것은 고도의 기술 숙련을 요구한다. 기존 기계 수리와는 다른 새로운 직종이다.

남는 일자리 유형 3: 통합 판단이 필요한 검수·품질 담당. 로봇이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품질 검증 업무. 섬세한 촉각이 필요한 조립, 애매한 판정이 필요한 품질 판단.

남는 일자리 유형 4: 데이터 큐레이터. 로봇의 훈련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상 데이터를 식별하며, 새로운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는 역할. 6편에서 "숙련 데이터 기여자"로 언급한 역할과 겹친다.

이 네 유형이 갖는 공통점을 주목하자. 모두 기존 생산직보다 상위 숙련을 요구하고, 임금 수준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즉, 피지컬 AI 공장에 남는 노동은 "숙련된 소수"가 된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면서 동시에 나쁜 소식이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좋은 소식: 남는 노동자들은 구조적으로 불가결하다. 로봇 수십 대의 가동을 지탱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이 파업하거나 업무를 거부하면 공장 전체가 멈춘다. 1편에서 제기한 "로봇이 파업할 수 없다"는 문제에 대한 부분적 답이 여기 있다. 인간 노동은 총량에서 줄더라도, 남는 노동의 전략적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나쁜 소식: 남는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조직화와 교섭의 기반 자체가 약해진다. 10명이 있을 때 노조를 만드는 것과 1명만 남았을 때 노조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리고 남는 1명은 고숙련·고임금 노동자여서, 집단적 조직화보다 개별 협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민주노총은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방향 1: 남는 숙련 노동의 전략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 이들은 공장 운영의 급소에 있다. 로봇이 많을수록 이들의 책임과 영향력은 커진다. 이들의 직무 정의, 교육 요건, 임금 수준을 산업 단위로 표준화하고, 이들의 노조화를 통해 교섭력을 집중해야 한다.

방향 2: 밀려나는 노동자의 재배치·보호 시스템. 로봇에 밀려나는 생산직을 "남는 노동"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수다. 50대 조립공이 로봇 감독자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이것이 4편의 "전환 기금"과 10편의 "AI 전환 교육 보편적 접근권"이 필요한 실질적 이유다.





"협상력이 남는 자리"의 지도

이 분석을 토대로, 피지컬 AI 시대의 노동자 교섭력이 어디서 재구성될지를 지도로 그려보면 이렇다.

급소 1: 로봇 훈련 데이터의 생성자. 6편에서 논의한 숙련 데이터 기여자. 이들이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피지컬 AI 도입 자체가 지연된다.

급소 2: 로봇 유지보수 기술자. 로봇 설비의 가동률을 직접 결정한다. 이들의 노동 없이는 아무리 비싼 로봇도 무용지물이 된다.

급소 3: 품질 검증·예외 대응 담당. 제품 품질의 최종 책임자. 불량이 시장에 나가는 것을 막는 마지막 방어선.

급소 4: 데이터 큐레이터·AI 모델 감독자. 로봇이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를 관리하는 역할. AI 시스템의 편향, 오류, 안전성 문제를 제어한다.

이 네 급소는 로봇이 많을수록 더 중요해진다. 100대의 로봇이 돌아가는 공장에서 유지보수 기술자 10명의 영향력은, 10대의 로봇이 있는 공장에서 100명의 조립공의 영향력보다 크다. 왜? 전자의 기술자 10명이 동시 파업하면 100대 로봇이 모두 멈추지만, 후자의 조립공 100명이 파업해도 관리자가 일부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화의 새로운 지도

이 분석이 민주노총에게 의미하는 것은 이렇다. 조직화의 전통적 대상이 달라진다.

과거 민주노총·금속노조의 조직화는 "다수 생산직"을 중심에 뒀다. 조립라인의 수백 명, 공장의 수천 명을 묶어서 교섭력을 만들었다. 피지컬 AI 시대의 조직화는 다른 논리를 따른다.

소수지만 불가결한 노동자를 핵심으로, 이들을 산업 단위에서 묶는 방식이다. "현대차 유지보수 기술자 노조"가 아니라 "자동차산업 AI 설비 기술자 산별 연맹"이다. 한 공장의 10명보다, 산업 전체의 1,000명을 묶어야 한다. 그리고 이 1,000명 각자는 자신의 공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급소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은 11편의 초기업 교섭, 12편의 소유 재편, 14편의 렌고식 산업 조율과 연결된다. 피지컬 AI 시대의 교섭력은 "산업 급소에 위치한 소수"가 "산업 단위에서 연대"할 때 가장 강력하다.





마무리 — 기술의 한계가 열어주는 공간

이 편의 핵심은 이렇다. 피지컬 AI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리고 그 기술적 불완전성이 노동자의 교섭 공간을 열어준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향후 민주노총의 과제다. 로봇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디스토피아적 전망에 압도되어 방어적 투쟁에만 매달린다면, 그 공간은 활용되지 못한 채 닫힌다. 반면 로봇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한계 지점에 있는 노동자들을 전략적으로 조직한다면, 피지컬 AI 시대의 교섭력은 오히려 집중될 수 있다.

이것은 3편에서 인용한 "아직 물이 끓기 전"이라는 표현과 연결된다. 물이 끓기 전인 지금, 끓는 물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기술의 한계가 구조를 결정하므로, 기술을 정확히 아는 것이 설계의 전제다.

다음 편에서는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말한 "공포감을 내려놓으라"는 발언의 정치경제학을 더 깊이 분석한다. 누가 공포를 조장하고, 누가 공포를 완화하려 하는가 — 그것은 어떤 권력 구조를 반영하는가. ■




출처:


다음 글: ⑯ "공포감을 없애라"는 말의 정치경제학 — 기술 낙관주의는 누구에게 이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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