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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⑤ 민주노총은 왜 '노동영향평가'를 꺼냈나 — 환경영향평가 모델의 노동 전용 가능성
[시리즈] 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 2025년 4월 민주노총-대통령 간담회를 기점으로, 피지컬 AI 시대 노동권의 재구성 문제를 20회에 걸쳐 다룹니다. 기술 전환의 속도와 노동운동의 대응 사이에 벌어지는 간극을, 역사·제도·현장·국제비교의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⑤
민주노총은 왜 '노동영향평가'를 꺼냈나 — 환경영향평가 모델의 노동 전용 가능성
질문으로 시작하자.
여러분이 사는 동네 근처에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된다고 하자. 아파트 수천 세대가 들어서고, 도로가 새로 생기고, 상업시설이 확장된다. 사업자는 누구인가? 대형 건설사와 지자체다. 그럼 이 사업의 환경영향을 누가 검토하는가?
답은 여러분도 알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하려면,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사업이 대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태계에 어떤 피해가 가는지, 주민 생활에 어떤 불편이 생기는지를 사전에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를 거치지 않고 승인을 받은 사업은 —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 무효다.
자, 이 제도가 있기 전에는 어떻게 했을까? 개발이 일어나고, 환경이 파괴되고, 뒤늦게 주민이 항의하고, 소송이 벌어지고,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손해배상이 지루하게 다퉈졌다. '사후 수습' 모델이었다.
환경영향평가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개발하기 전에 영향을 평가하고, 대책을 먼저 세운 뒤에 개발한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낫다"는 사전예방원칙의 대표적 사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제안한 것은 바로 이 모델을 노동 영역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노동영향평가. AI와 자동화를 도입하기 전에, 그것이 고용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대책을 먼저 마련하자.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그런데 왜 아직 없는가? 그리고 만들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환경영향평가의 48년 — 실패와 성공의 기록
1977년 12월, 한국은 '환경보전법'을 제정하며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도로 건설 등 3개 사업에 한정된 시작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법은 1977년에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으로 시행된 것은 1981년부터다. 4년이 걸렸다. 왜? 구체적인 시행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만 있고 실제로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누가 검토하는지, 기준은 무엇인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것이 첫 번째 교훈이다. 법이 있다고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시행 지침과 집행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은 종이 위의 글자에 머문다.
1981년 본격 시행 이후에도 환경영향평가는 끊임없는 개정을 거쳤다. 1986년 민간개발사업으로 확대, 1990년 환경정책기본법에 반영되면서 주민 의견 수렴과 사후관리 제도 도입, 1993년 독립 법률(환경영향평가법)로 분리, 2001년 환경·교통·재해 통합평가법 제정, 2012년 전략환경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체계화.
왜 이렇게 많이 바뀌었을까? 대상 사업이 너무 좁다,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평가 내용이 형식적이다, 사업자가 유리한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결과를 왜곡한다, 승인 이후 실제 공사가 평가서와 다르게 진행된다 — 이런 비판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러분, 48년에 걸쳐 개정을 반복하는 제도라니. 짜증이 날 법하다. 그러나 이것이 두 번째 교훈이다. 완벽한 제도는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완전하게 시작해서 문제가 드러나면 고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처음 도입된 1977년에, 모든 문제를 예측하고 완벽한 법을 만들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작했고, 고쳤고, 또 고쳤다.
노동영향평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기다리다가는 영영 시작하지 못한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배울 것과 피할 것
제도 설계자의 관점에서 보면, 환경영향평가의 48년 역사는 보물 창고다. 성공과 실패가 모두 기록되어 있다. 노동영향평가를 설계한다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피해야 할까?
배울 것 1 — 사전예방원칙의 제도화. 환경영향평가의 가장 큰 성과는 "일단 하고 보자"에서 "영향을 먼저 보자"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절차가 아니다. 개발주의 세계관에 균열을 낸 것이다. 노동 영역에서도 같은 전환이 필요하다. "일단 AI 도입하고 나중에 수습하자"에서 "영향을 먼저 평가하고 도입하자"로.
배울 것 2 — 법적 구속력의 확보(와 그 한계).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승인된 행정처분을 "중대·명백한 하자로 당연무효"라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이것이 환경영향평가가 종이 위 제도가 아니라 살아있는 제도로 작동한 핵심 이유다. 평가를 거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무효가 되므로, 사업자는 반드시 평가를 거친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함정이 있다. 대법원은 평가를 거치기만 하면 내용이 다소 부실해도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닌 이상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 실제로 이 "입법 취지 형해화" 기준을 충족해 처분이 무효가 된 사례는 드물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가 "통과 의례"가 되고 있다는 학계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 양면을 모두 봐야 한다. 평가 자체의 의무화는 법적 구속력을 통해 가능했지만, 평가 내용의 충실성은 법원이 보증하지 못했다. 노동영향평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 않으면 AI 도입이 불가능한 것"까지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막는 장치는 별도로 필요하다. 이 문제는 아래에서 다시 다루겠다.
배울 것 3 — 주민(당사자) 의견 수렴 절차. 1990년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으로 주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가 의무화됐다. 이전에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평가하고, 주민은 결과를 통보받았다. 지금은 주민이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노동영향평가에서 이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노동자 대표의 평가 과정 참여다. 사용자가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대표가 평가 과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 이제 피할 것들이다.
피할 것 1 — 형식주의. 환경영향평가의 가장 큰 비판은 "통과 의례"가 됐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환경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에 맞춰 평가서를 작성한다. 환경 컨설팅 회사들은 사업자의 비용으로 일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사업자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노동영향평가에서 같은 함정을 피하려면? 평가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사용자가 비용을 대되, 평가 기관은 노사 공동으로 선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피할 것 2 — 사후관리의 부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시작 전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실제 공사가 평가서대로 진행되는지, 약속한 저감 대책이 실행되는지는 별개 문제다. 사후관리가 부실하면 평가는 요식행위가 된다. 노동영향평가에서도 사후 모니터링이 필수다. AI 도입 1년 뒤, 3년 뒤에 실제 고용 영향을 추적하고, 평가 당시 약속한 전환 교육과 재배치가 이행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피할 것 3 — 대상 사업의 협소한 설정. 환경영향평가는 초기에 대규모 사업만 대상으로 삼았다. '택지개발사업 30만㎡ 이상' 같은 식이다. 그러다 보니 중소 규모 사업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누적 영향이 포착되지 않았다. 노동영향평가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대기업의 대규모 자동화만 평가 대상으로 하면, 중소기업의 개별 자동화가 누적되면서 만드는 고용 충격은 사각지대에 남는다.
노동영향평가 설계안 — 구체적 제안
이상의 교훈을 종합해서, 노동영향평가의 구체적 설계안을 제시한다. 이건 하나의 제안일 뿐, 완성된 설계는 물론 아니다.
대상. 일정 규모 이상의 자동화·AI 도입 투자. 구체적으로는 ① 설비 투자액 기준(예: 단일 프로젝트 10억 원 이상) 또는 ② 영향 인력 기준(예: 영향받는 노동자 30명 이상). 둘 중 하나에 해당하면 평가 대상. 중소기업의 점진적 도입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동일 사업장에서 3년 누적 기준도 병행.
평가 항목. 직군별 고용 영향(몇 명이 직무 변경, 재배치, 해고 대상인지), 전환 교육 계획(대상자, 기간, 비용, 예상 성과), 이득 배분 계획(절감된 인건비의 일정 비율을 어디에 쓸 것인지), 노동자 의견 수렴 결과.
절차. ① 사업자가 평가 초안 작성 → ② 노사 공동으로 선정된 독립 평가기관의 검토 → ③ 노동자 대표 및 해당 산별노조의 의견 제출 → ④ 고용노동부 산하 심의위원회 심의 → ⑤ 조건부 또는 무조건부 승인.
법적 구속력. 평가 없이 도입한 자동화는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추정. 평가를 거쳤더라도 약속한 전환 대책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부과.
사후관리. 도입 후 1년, 3년, 5년 시점에 실제 고용 영향 조사 의무화. 당초 계획과의 괴리가 클 경우 추가 대책 수립 의무.
이 설계안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각 부분마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구체성이 없으면, "노동영향평가 도입하자"는 구호는 공허하다. 민주노총이 "연구해서 가져가겠다"고 했을 때, 이런 수준의 구체안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큰 걸림돌 — "경영권 침해" 프레임
예상 반론을 다뤄보자. 노동영향평가 도입을 이야기하면 즉각 돌아올 반응이 있다. "경영권 침해다."
자동화 여부, 시기,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법적으로 일정한 근거가 있다. 한국 법원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상당히 폭넓게 인정해 왔다. 기업의 투자 결정과 구조조정을 노동자의 동의 대상으로 보는 전통이 약하다.
그러나 이 프레임 자체를 깨야 한다. 환경영향평가가 도입될 때도 똑같은 반발이 있었다. "개발권 침해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제약한다, 이런 규제는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 그러나 48년이 지난 지금, 환경영향평가 없이 개발하겠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없다. 그것이 상식이 됐기 때문이다.
상식은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제도가 만들어지고,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당연한 것"이 된다. 노동영향평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에는 경영권 침해라는 반발이 거셀 것이다. 10년이 지나면 "평가 없이 대규모 자동화를 도입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반문이 상식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전환이 저절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노동운동의 끈질긴 싸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싸움의 첫 단계가, 구체적인 제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유럽은 이미 하고 있다 — 그리고 한국은 왜 안 하고 있나
여기서 잠깐, 국제 비교를 짧게 해보자. 유럽에서는 AI와 자동화 도입에 대한 사전 평가 제도가 부분적으로 이미 존재한다.
독일의 경우, 2021년 6월 시행된 직장평의회 현대화법(Betriebsrätemodernisierungsgesetz)으로 직장조직법(BetrVG) 여러 조항에 AI 관련 내용이 명시됐다. AI 도입 시 직장평의회의 정보권과 자문권(§90), 전문가 자문 소환권(§80), 인사 선발 가이드라인에 AI를 사용할 때의 공동결정권(§95)이 강화됐다. 다만 공동결정권의 범위를 둘러싼 소송이 계속되고 있고, 2024년 함부르크 노동법원은 직원이 개인 계정으로 ChatGPT 같은 범용 AI 도구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은 직장평의회의 공동결정권을 자동 발동시키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경계는 여전히 형성 중이지만, 최소한 "법이 AI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는" 상태에서는 벗어났다.
EU 차원에서는 AI법(AI Act)이 2024년 8월 1일 발효됐다. 다만 완전 시행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고용 관련 고위험 AI에 대한 본격적인 의무 — 적합성 평가, 노동자 대표 사전 통보, 인적 감독 체계 구축, 로그 유지 등 — 는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된다. AI Act의 부속서 III는 "고용, 노동자 관리, 자영업 접근"에 사용되는 AI를 명시적으로 고위험으로 분류한다. 즉, 채용·평가·해고·업무 배치 등에 AI를 쓰려면 사전에 체계적 평가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이것은 한국 환경영향평가 같은 '영향 대체재 전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개별 AI 시스템의 안전성·공정성 적합 평가에 가깝다. 완전한 노동영향평가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
한국은? AI기본법이 2026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AI기본법은 산업 진흥 중심이다.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노동 영역에 특화된 영향평가 조항은 약하다. 양경수 위원장이 "노동영향평가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자"고 한 것은, 이 공백을 채우자는 제안이다.
여러분에게 묻는다. 환경영향평가는 있고 노동영향평가는 없는 나라에서, 국가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연 환경은 보호 대상이고 노동자의 일자리는 그렇지 않다는 뜻일까?
피할 수 없는 질문 — 형식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환경영향평가가 대법원에 의해 매우 관대하게 해석되고 있다는 점은 노동영향평가 설계에 직접적인 함의를 준다. 평가를 아예 안 하면 무효지만, 형식적으로만 통과시키면 법원은 눈감아 준다. 그 결과 환경영향평가는 상당수 사업에서 "통과의례"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노동영향평가가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몇 가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평가 대행 기관의 독립성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에서 가장 큰 문제가, 사업자가 자기 비용으로 컨설팅 회사를 고용하니 결과가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나오는 것이다. 노동영향평가에서는 평가 대행 기관을 노사 공동으로 선정하거나, 공공 기관이 수행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당사자 이의제기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에서 대법원은 영향평가 지역 안의 주민에게만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지역 밖의 주민은 법률상 이익 침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영향평가에서는 이것이 훨씬 단순해진다 —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의 제기가 가능해야 하고, 노동조합에게는 집단 소송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셋째, 사후 괴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평가서에 적힌 전환 교육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AI 시스템 사용 중단 명령이 내려져야 한다. 사전 평가가 아무리 잘 되어도 사후 이행이 느슨하면 제도는 무너진다.
이 세 가지 장치가 없으면, 노동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가 걸었던 "통과의례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갈 것이다. 제도 설계자는 이 함정을 미리 내다봐야 한다.
나가며 — 형식이 실질을 만든다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떠오른 생각이 있다. 우리는 "형식적 절차"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쓴다. "그건 형식일 뿐이야"라고 말하면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형식은 때때로 실질을 만든다.
환경영향평가가 있기 전, 개발업자가 환경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악해서가 아니었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생기고 나서, 개발업자들은 환경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절차가 있으니까. 형식이 인식을 바꾼 것이다.
노동영향평가도 그럴 것이다. 지금 기업이 자동화를 결정할 때 고용 영향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것은, 검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체계적 검토를 의무화하면,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고용 영향이라는 변수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다.
"노동영향평가를 도입하자"는 제안은 법률 한 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 경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본 태도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노동자의 일자리가 경영자의 계산에서 외부 변수가 아니라 내부 변수가 되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 제안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 정치적 반발, 법적 쟁점, 제도 설계의 복잡성. 그러나 48년 전, 환경영향평가를 처음 제안한 사람들 앞에도 똑같은 장애물이 있었다. 그들은 시작했고, 고쳤고, 또 고쳤다. 우리가 지금 물려받은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그 끈질긴 싸움의 결과다.
노동영향평가도 같은 길을 갈 것이다. 완벽하지 않게, 불완전하게, 그러나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의 책임은 — 민주노총에게 있다. 대통령이 "연구해 오면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제 그 연구의 결과물을 들고 갈 때다.
다음 편에서는 "숙련의 역설"을 다룬다. 피지컬 AI가 대체하려는 것이 정확히 숙련 노동자의 신체 감각이라는 점, 그리고 그 숙련이 어떻게 가치 평가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
다음 글: ⑥ 숙련의 역설 — AI가 대체하려는 것이 정확히 숙련 노동자의 몸이라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