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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③ 스마트팩토리의 낙관은 피지컬 AI에서 반복되는가 — 이재명의 고용 증가 논거 검증
작성자
강 민신
작성일
2026-04-14 13:41
조회
10
[시리즈] 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 로봇은 파업할 수 없고, 알고리즘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다. 피지컬 AI가 노동의 전제 자체를 해체하는 시대, 한국 노동운동은 무엇을 걸고 어디에 앉을 것인가. 2025년 4월 민주노총-대통령 간담회를 출발점으로, 20회에 걸쳐 묻는다.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다.
양경수 위원장이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의 변화가 아니라 소멸을 추구한다"고 경고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응수했다.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스마트팩토리를 보면 생산성이 늘어나는만큼 고용이 오히려 더 늘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논증 구조는 명쾌하다. 과거에 자동화를 도입했더니 고용이 줄기는커녕 늘었다, 따라서 피지컬 AI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공포감을 내려놓고 함께 대응하자.
이 논증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참이어야 한다. 첫째,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정말 고용이 늘었는가. 둘째, 그 경험이 피지컬 AI 시대에도 유효한가.
둘 다 검증해 보자.
2.2명.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 기업당 2.2명이 늘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그 2.2명은 어떤 직군인가?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현장 노동자인가, 아니면 스마트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술 인력인가? 이 구분이 빠져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는 잠시 후에 다시 다루겠다. 먼저 이 숫자 자체의 신뢰성을 살펴보자.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스마트팩토리 관련 포럼에서 성공 사례로 반복 소개되고, 대학 수업 교재에까지 실린 한 기업의 실상은 — 매출은 여전히 역성장 중이었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적자로 전환한 상태였다. 현장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면서 꽤 많은 발품을 팔았는데도 (4차위원회가 말하는 수준의 성과를 낸) 기업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스마트팩토리의 성과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개별적으로 큰 효과를 본 기업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평균치의 대표성이다. 소수의 성공 사례가 평균을 끌어올리고, 그 평균이 마치 일반적 현상인 것처럼 인용되는 구조 — 여러분도 회사에서 "평균 성과" 보고서를 볼 때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KDI 경제정보센터가 2021년에 실시한 중소기업 인식조사. 스마트팩토리 전환 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물었다. 기업들 스스로가 내놓은 답이다.
총 고용 인원수가 '감소할 것이다' — 59.2%.
열 곳 중 여섯 곳이 고용이 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특히 생산직은 64.6%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기술직(69.8%), 연구직(75.2%), 행정·사무직(81.8%)은 '변동 없을 것'이 다수였다.
여기서 아까 던진 질문의 답이 나온다. "기업당 2.2명 증가"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생산직은 줄고, 기술직·관리직이 소폭 늘거나 유지되면서, 매출 성장에 따른 사업 확장으로 간접 고용이 추가된 결과를 합산한 숫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고용이 늘었다"고 요약하는 것은 정확한가?
비유를 들겠다. 어떤 부서에서 현장직 10명을 줄이고 IT 관리직 3명을 새로 뽑았다. 동시에 매출이 올라서 영업직 10명을 추가 채용했다. 총 인원은 3명이 늘었다. 이것을 "자동화 덕분에 고용이 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업직 채용은 자동화의 직접적 결과가 아니라 시장 상황의 결과일 수 있다. 자동화의 직접 효과만 보면 현장직 -10명, IT직 +3명, 순효과 -7명이다.
4차위원회의 기업당 2.2명에도 이런 혼입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혼입을 분리하지 않으면, 정책적 판단이 왜곡된다.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고용이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 — 33.3%.
3분의 1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고용이 유지되거나 줄었다. 그리고 이 33.3%도 앞서 말한 혼입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 고용 증가가 자동화의 직접 효과인지, 매출 성장의 간접 효과인지가 분리되지 않았으니까.
재밌는 것은 같은 조사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은 47.6%라는 점이다. 매출은 절반 가까이 늘었는데 고용은 3분의 1만 늘었다. 이게 뭘 의미할까? 매출이 올라도 그 이익이 고용으로 환원되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 사람을 더 뽑는 것이 아니라,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스마트팩토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스마트팩토리에 수억 원을 투자해서 생산성이 30% 올랐다. 그럼 사람을 30% 더 뽑겠는가, 아니면 30% 늘어난 생산량으로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가져가겠는가? 답은 뻔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 중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비율은 19.5%다. 이 중 75.5%가 기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초 수준이란 생산 실적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정도다. 센서를 붙여서 데이터를 모으고, 그걸 ERP 시스템에 올리는 수준.
제조 AI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0.1%. 천 곳 중 한 곳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팩토리 고용 효과 데이터는, 본격적인 자동화가 시작되기 전의 '준비 단계' 데이터라는 것이다. 공장에 센서를 붙이고 모니터를 설치하는 작업에는 당연히 기술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래서 고용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진짜 자동화 — 로봇이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AI가 품질을 관리하고, 무인 물류 시스템이 자재를 이동시키는 — 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고도화 단계에 도달한 공장은 극소수다. 아직 전체 그림의 5%도 펼쳐지지 않은 셈이다.
현 시점의 데이터로 "고용이 늘었으니 피지컬 AI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라톤 첫 1km를 뛰고 나서 "별로 안 힘든데?"라고 하는 것과 같다.
과거 (2014~2017): 스마트팩토리 초기 도입. 센서·모니터·ERP 설치. 이 과정에서 기술 인력 수요 발생. 총 고용 소폭 증가 (2.2명). → 이것이 대통령이 인용한 데이터다.
현재 (2025~2026): 도입률 19.5%, 대부분 기초 수준. 본격적 자동화 이전. 생산직 유휴인력 발생 시작. 고용 증가를 체감한 기업 33.3%. → 이미 낙관적 그림과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
미래 (2028~?): 피지컬 AI 본격 도입. 신체 노동 자체의 기계 대체. → 여기에 과거의 데이터를 외삽하는 것은 범주 오류다.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와 미래가 같은 범주에 속해야 한다. 그런데 센서를 붙이는 것(스마트팩토리 기초)과 로봇이 용접공의 손을 대신하는 것(피지컬 AI)은 같은 범주가 아니다. 1편에서 다뤘듯이, 전자는 노동자의 인지적 판단을 보조하는 것이고 후자는 신체적 수행을 대체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계산기가 도입됐을 때 회계사가 없어지지 않았으니 AI가 도입돼도 회계사는 안전하다 —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계산기는 회계사의 도구였지만, AI 회계 시스템은 회계사의 대체재다. 도구와 대체재는 다르다.
이 말의 의도는 이해한다. 기술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합리적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냉정함을 요청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그러나 공포감을 없애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공포의 근거가 없다는 사실적 증거. 둘째, 공포가 현실이 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제도적 보장.
대통령은 첫 번째만 시도했다 — 그것도 검증하면 반쪽짜리인 데이터로. 두 번째는 "연구해 달라"에 그쳤다.
민주노총이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낙관에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반박하는 것이다. "기업당 2.2명 증가라고 하셨는데, 그 2.2명의 직군별 구성은 무엇입니까? 생산직은 얼마나 줄었고 기술직은 얼마나 늘었습니까? KDI 조사에서 59.2%가 고용 감소를 예상하는데, 이 데이터는 어떻게 설명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
2편에서 말한 "참여"의 첫걸음은 바로 이것이다 — 정부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전제를 검증하고, 다른 데이터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역량. 단순히 "반대"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논거는 불충분하다"를 증명할 수 있는 분석 능력.
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기는 일자리의 소유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팩토리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는 생산직이다. 고졸, 전문대졸, 10~20년 경력의 숙련 현장 노동자들의 자리. 생기는 일자리는 기술직이다. 데이터 분석, 시스템 관리, AI 모델링. 대졸 이상, IT 역량을 갖춘 인력의 자리.
사라지는 쪽의 사람들이 생기는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재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50대 용접공에게 파이썬을 가르치면 데이터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가? 일부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에게 이것은 비현실적인 요구다.
결국 "총 고용이 줄지 않았다"는 명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것은 노동시장의 계층적 재편이다. 좋은 일자리는 고학력·고기술 인력에게 돌아가고, 기존의 생산직 노동자는 서비스업 등 저임금 직종으로 밀려난다. 총량은 같은데 질이 양극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2편에서 제기한 "이득의 배분" 문제와 만나는 지점이다. 자동화의 이득은 기업(비용 절감)과 새로운 기술 인력(높은 임금)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기존 생산직 노동자(일자리 상실 또는 하향 이동)에게 전가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고용이 늘었다"는 통계는 현실의 고통을 은폐하는 장막이 된다.
"고용이 줄 것이다"라고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고는 이미 충분히 했다. 문제는 대안이다.
첫째, 직군별 고용 영향 분석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총량 데이터에 맞서, "이 총량 안에서 누가 잃고 누가 얻는가"를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전환 교육의 현실성을 검증해야 한다. "재교육을 통해 전환하면 된다"는 정부의 답변이 현장에서 얼마나 가능한지를, 조합원 대상 실태조사로 증명해야 한다. 50대 생산직 조합원 중 IT 전환 교육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비율, 참여 후 실제 전환에 성공한 비율 — 이 숫자가 정부의 낙관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셋째, 1편과 2편에서 제기한 이득 배분 메커니즘의 구체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자동화세, 전환 기금, 생산성 연동 임금 체계 — 가능한 옵션 중 어떤 것이 한국의 산업 구조에서 현실적인지를 연구하고, 그것을 교섭 의제로 들고 나와야 한다.
대통령은 "연구해서 가져오면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역이용해야 한다. 정말로 연구해서 가져가는 것이다 — 다만, 정부가 기대하는 "협조적 대안"이 아니라, 권력 구조의 재편을 요구하는 "교섭 의제"로서.
대통령에게도, 민주노총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이 20년 경력의 생산직 노동자라고 상상해 보자. 대통령이 "고용이 늘었으니 공포감을 내려놓으라"고 했을 때, 당신은 안심이 되는가? 당신의 자리가 아니라 데이터 엔지니어의 자리가 늘어난 것이라면?
다음 편에서는 로봇세, 자동화 부과금, 생산성 연동 기금 등 — 피지컬 AI 시대의 이득 재분배를 위해 제시된 다양한 모델들의 장단점을 비교 검토한다. ■
다음 글: ④ 자동화세는 러다이트인가, 사회계약인가 — 로봇부과금을 둘러싼 쟁점 지도

AI와 일자리 그리고 민노총 ③
스마트팩토리의 낙관은 피지컬 AI에서 반복되는가 — 이재명의 고용 증가 논거 검증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다.
양경수 위원장이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의 변화가 아니라 소멸을 추구한다"고 경고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응수했다.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스마트팩토리를 보면 생산성이 늘어나는만큼 고용이 오히려 더 늘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논증 구조는 명쾌하다. 과거에 자동화를 도입했더니 고용이 줄기는커녕 늘었다, 따라서 피지컬 AI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공포감을 내려놓고 함께 대응하자.
이 논증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참이어야 한다. 첫째,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정말 고용이 늘었는가. 둘째, 그 경험이 피지컬 AI 시대에도 유효한가.
둘 다 검증해 보자.
기업당 2.2명 — 이 숫자의 출처와 맥락
대통령이 언급한 "고용이 오히려 늘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데이터가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2014~2017년 스마트공장 구축 수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30% 증가, 불량률 45% 감소와 함께 기업당 고용이 2.2명 증가했다는 것이다.2.2명.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 기업당 2.2명이 늘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그 2.2명은 어떤 직군인가?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현장 노동자인가, 아니면 스마트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술 인력인가? 이 구분이 빠져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는 잠시 후에 다시 다루겠다. 먼저 이 숫자 자체의 신뢰성을 살펴보자.
성공 사례가 실패 사례였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팀이 2018년에 흥미로운 팩트체크를 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표한 성과 수치를 현장에서 검증한 것이다.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스마트팩토리 관련 포럼에서 성공 사례로 반복 소개되고, 대학 수업 교재에까지 실린 한 기업의 실상은 — 매출은 여전히 역성장 중이었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적자로 전환한 상태였다. 현장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면서 꽤 많은 발품을 팔았는데도 (4차위원회가 말하는 수준의 성과를 낸) 기업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스마트팩토리의 성과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개별적으로 큰 효과를 본 기업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평균치의 대표성이다. 소수의 성공 사례가 평균을 끌어올리고, 그 평균이 마치 일반적 현상인 것처럼 인용되는 구조 — 여러분도 회사에서 "평균 성과" 보고서를 볼 때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기업들은 스스로 뭐라고 했나 — 59.2%의 답
여기서부터 더 불편한 숫자들이 나온다.KDI 경제정보센터가 2021년에 실시한 중소기업 인식조사. 스마트팩토리 전환 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물었다. 기업들 스스로가 내놓은 답이다.
총 고용 인원수가 '감소할 것이다' — 59.2%.
열 곳 중 여섯 곳이 고용이 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특히 생산직은 64.6%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기술직(69.8%), 연구직(75.2%), 행정·사무직(81.8%)은 '변동 없을 것'이 다수였다.
여기서 아까 던진 질문의 답이 나온다. "기업당 2.2명 증가"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생산직은 줄고, 기술직·관리직이 소폭 늘거나 유지되면서, 매출 성장에 따른 사업 확장으로 간접 고용이 추가된 결과를 합산한 숫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고용이 늘었다"고 요약하는 것은 정확한가?
비유를 들겠다. 어떤 부서에서 현장직 10명을 줄이고 IT 관리직 3명을 새로 뽑았다. 동시에 매출이 올라서 영업직 10명을 추가 채용했다. 총 인원은 3명이 늘었다. 이것을 "자동화 덕분에 고용이 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업직 채용은 자동화의 직접적 결과가 아니라 시장 상황의 결과일 수 있다. 자동화의 직접 효과만 보면 현장직 -10명, IT직 +3명, 순효과 -7명이다.
4차위원회의 기업당 2.2명에도 이런 혼입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혼입을 분리하지 않으면, 정책적 판단이 왜곡된다.
33.3% — 가장 최근의 현실적 숫자
시간을 2025년으로 당겨보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삼성전자·포스코와 함께 추진한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참여기업 246곳을 대상으로 한 가장 최근의 만족도 조사.스마트공장 구축으로 '고용이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 — 33.3%.
3분의 1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고용이 유지되거나 줄었다. 그리고 이 33.3%도 앞서 말한 혼입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 고용 증가가 자동화의 직접 효과인지, 매출 성장의 간접 효과인지가 분리되지 않았으니까.
재밌는 것은 같은 조사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은 47.6%라는 점이다. 매출은 절반 가까이 늘었는데 고용은 3분의 1만 늘었다. 이게 뭘 의미할까? 매출이 올라도 그 이익이 고용으로 환원되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다.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 사람을 더 뽑는 것이 아니라,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스마트팩토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스마트팩토리에 수억 원을 투자해서 생산성이 30% 올랐다. 그럼 사람을 30% 더 뽑겠는가, 아니면 30% 늘어난 생산량으로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가져가겠는가? 답은 뻔하다.
물이 아직 끓기 전이다 — 도입률 19.5%, 그 중 75%가 기초 수준
여기서 한 발 더 물러서서 큰 그림을 보자.중소벤처기업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 중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비율은 19.5%다. 이 중 75.5%가 기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초 수준이란 생산 실적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정도다. 센서를 붙여서 데이터를 모으고, 그걸 ERP 시스템에 올리는 수준.
제조 AI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0.1%. 천 곳 중 한 곳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팩토리 고용 효과 데이터는, 본격적인 자동화가 시작되기 전의 '준비 단계' 데이터라는 것이다. 공장에 센서를 붙이고 모니터를 설치하는 작업에는 당연히 기술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래서 고용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진짜 자동화 — 로봇이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AI가 품질을 관리하고, 무인 물류 시스템이 자재를 이동시키는 — 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고도화 단계에 도달한 공장은 극소수다. 아직 전체 그림의 5%도 펼쳐지지 않은 셈이다.
현 시점의 데이터로 "고용이 늘었으니 피지컬 AI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라톤 첫 1km를 뛰고 나서 "별로 안 힘든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세 가지 시간대의 착시
대통령의 논거에는 시간대의 착시가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과거 (2014~2017): 스마트팩토리 초기 도입. 센서·모니터·ERP 설치. 이 과정에서 기술 인력 수요 발생. 총 고용 소폭 증가 (2.2명). → 이것이 대통령이 인용한 데이터다.
현재 (2025~2026): 도입률 19.5%, 대부분 기초 수준. 본격적 자동화 이전. 생산직 유휴인력 발생 시작. 고용 증가를 체감한 기업 33.3%. → 이미 낙관적 그림과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
미래 (2028~?): 피지컬 AI 본격 도입. 신체 노동 자체의 기계 대체. → 여기에 과거의 데이터를 외삽하는 것은 범주 오류다.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와 미래가 같은 범주에 속해야 한다. 그런데 센서를 붙이는 것(스마트팩토리 기초)과 로봇이 용접공의 손을 대신하는 것(피지컬 AI)은 같은 범주가 아니다. 1편에서 다뤘듯이, 전자는 노동자의 인지적 판단을 보조하는 것이고 후자는 신체적 수행을 대체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계산기가 도입됐을 때 회계사가 없어지지 않았으니 AI가 도입돼도 회계사는 안전하다 —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계산기는 회계사의 도구였지만, AI 회계 시스템은 회계사의 대체재다. 도구와 대체재는 다르다.
그래서 "공포감을 없애라"는 말은 적절한가
대통령의 발언으로 돌아가자. "공포감을 가질 필요 없다."이 말의 의도는 이해한다. 기술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합리적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냉정함을 요청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그러나 공포감을 없애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공포의 근거가 없다는 사실적 증거. 둘째, 공포가 현실이 되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제도적 보장.
대통령은 첫 번째만 시도했다 — 그것도 검증하면 반쪽짜리인 데이터로. 두 번째는 "연구해 달라"에 그쳤다.
민주노총이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낙관에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반박하는 것이다. "기업당 2.2명 증가라고 하셨는데, 그 2.2명의 직군별 구성은 무엇입니까? 생산직은 얼마나 줄었고 기술직은 얼마나 늘었습니까? KDI 조사에서 59.2%가 고용 감소를 예상하는데, 이 데이터는 어떻게 설명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
2편에서 말한 "참여"의 첫걸음은 바로 이것이다 — 정부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전제를 검증하고, 다른 데이터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역량. 단순히 "반대"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논거는 불충분하다"를 증명할 수 있는 분석 능력.
진짜 질문 — 줄어드는 것은 어떤 일자리인가
여기서 이 글의 핵심 질문에 도달한다. 설사 총 고용이 줄지 않는다 하더라도 — 정말로 낙관론자들의 말대로 새로운 직종이 생겨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상쇄한다 하더라도 —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기는 일자리의 소유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팩토리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는 생산직이다. 고졸, 전문대졸, 10~20년 경력의 숙련 현장 노동자들의 자리. 생기는 일자리는 기술직이다. 데이터 분석, 시스템 관리, AI 모델링. 대졸 이상, IT 역량을 갖춘 인력의 자리.
사라지는 쪽의 사람들이 생기는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재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50대 용접공에게 파이썬을 가르치면 데이터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가? 일부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에게 이것은 비현실적인 요구다.
결국 "총 고용이 줄지 않았다"는 명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것은 노동시장의 계층적 재편이다. 좋은 일자리는 고학력·고기술 인력에게 돌아가고, 기존의 생산직 노동자는 서비스업 등 저임금 직종으로 밀려난다. 총량은 같은데 질이 양극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2편에서 제기한 "이득의 배분" 문제와 만나는 지점이다. 자동화의 이득은 기업(비용 절감)과 새로운 기술 인력(높은 임금)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기존 생산직 노동자(일자리 상실 또는 하향 이동)에게 전가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고용이 늘었다"는 통계는 현실의 고통을 은폐하는 장막이 된다.
민주노총에 던지는 숙제
대통령의 스마트팩토리 논거를 해체했으니, 이제 공은 민주노총에게 있다."고용이 줄 것이다"라고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고는 이미 충분히 했다. 문제는 대안이다.
첫째, 직군별 고용 영향 분석을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총량 데이터에 맞서, "이 총량 안에서 누가 잃고 누가 얻는가"를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전환 교육의 현실성을 검증해야 한다. "재교육을 통해 전환하면 된다"는 정부의 답변이 현장에서 얼마나 가능한지를, 조합원 대상 실태조사로 증명해야 한다. 50대 생산직 조합원 중 IT 전환 교육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비율, 참여 후 실제 전환에 성공한 비율 — 이 숫자가 정부의 낙관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셋째, 1편과 2편에서 제기한 이득 배분 메커니즘의 구체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자동화세, 전환 기금, 생산성 연동 임금 체계 — 가능한 옵션 중 어떤 것이 한국의 산업 구조에서 현실적인지를 연구하고, 그것을 교섭 의제로 들고 나와야 한다.
대통령은 "연구해서 가져오면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역이용해야 한다. 정말로 연구해서 가져가는 것이다 — 다만, 정부가 기대하는 "협조적 대안"이 아니라, 권력 구조의 재편을 요구하는 "교섭 의제"로서.
끝으로 —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지만, 맥락 없는 숫자는 진실을 가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고용이 늘었다" 발언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진실의 전부도 아니다. 기업당 2.2명이라는 숫자는 존재하지만, 그 숫자가 담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 생산직의 감소, 기술직과의 대체 불가능성, 도입 수준의 초기성, 그리고 총량 안에 숨겨진 계층적 재편.대통령에게도, 민주노총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이 20년 경력의 생산직 노동자라고 상상해 보자. 대통령이 "고용이 늘었으니 공포감을 내려놓으라"고 했을 때, 당신은 안심이 되는가? 당신의 자리가 아니라 데이터 엔지니어의 자리가 늘어난 것이라면?
다음 편에서는 로봇세, 자동화 부과금, 생산성 연동 기금 등 — 피지컬 AI 시대의 이득 재분배를 위해 제시된 다양한 모델들의 장단점을 비교 검토한다. ■
다음 글: ④ 자동화세는 러다이트인가, 사회계약인가 — 로봇부과금을 둘러싼 쟁점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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