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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흔들린다 —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달러가 흔들린다 —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상이 바뀌고 있다
여러분,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세요?
왜 전 세계 석유 거래는 반드시 달러로 해야 할까요? 사우디가 원유를 팔 때 왜 굳이 미국 돈을 받아야 하고, 한국이 이란 기름을 살 때 왜 달러를 먼저 구해야 할까요? 사우디와 한국이 직접 원화나 리얄화로 거래하면 안 되나요?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그렇게 해왔습니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가 맺은 밀약 — 석유는 반드시 달러로만 판다 — 이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50년간 달러는 단순한 미국 화폐가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거래의 기축이 됐습니다. 달러가 필요하니까 모든 나라가 달러를 쌓아둬야 했고, 달러를 쌓아두니까 미국 국채를 사야 했고, 미국 국채를 사니까 미국은 사실상 공짜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이 된 비결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란 전쟁이 이 구도에 균열을 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습니다. 유가가 폭등했고, 달러 결제 시스템에 의존하던 에너지 거래가 순식간에 마비됐습니다. 그러자 조용히 움직이던 나라들이 있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2022년부터 위안화로 석유 거래를 해왔고, 인도는 이란산 원유를 루피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실험 중이었습니다. 사우디조차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으세요?
미국이 이란에 제재를 가하고 달러 결제를 막아버리면 — 이란과 거래하고 싶은 나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달러 밖에서 거래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달러 밖에서 거래하는 습관이 쌓이면 — 굳이 달러가 없어도 국제 거래가 된다는 것을 온 세계가 배우게 됩니다.
미국이 달러를 무기로 쓸수록 세계는 달러를 피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것이 역설입니다.
당장 달러가 무너지진 않습니다. 달러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전 세계 외환 거래의 88%, 국제 무역 결제의 절반 이상이 달러입니다. 그런데 1944년 브레턴우즈에서 달러 패권이 시작될 때도 파운드는 여전히 강했습니다. 기축통화의 교체는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서서히, 눈치채기 어렵게, 그러다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이 옵니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는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달러가 죽지는 않지만, 달러만 사는 세상도 끝납니다. 복수의 통화가 지역별로 기축 역할을 나눠 갖는 세상. 달러, 위안화, 유로, 그리고 어쩌면 디지털 통화까지.

그리고 여기서 마지막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은 이 변화에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우리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은 달러입니다. 우리 수출의 결제는 대부분 달러입니다. 달러 중심 세계가 서서히 바뀐다면 — 우리는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뒤늦게 따라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