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외대민주동문상

자랑스러운 외대민주동문상

자랑스러운 외대민주동문상, 민주주의를 지켜온 이름들

-묵묵히 걸어온 길, 함께 기억하는 이름

외민동은 매년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헌신해온 동문을 선정해 ‘자랑스러운 외대민주동문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은 외민동 회비로 운영되며, 화려한 조명 아래 있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민주주의를 실천해온 동문들을 발굴하고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22년 12월 9일 창립총회에서 첫 수상자를 선정한 이래, 이 상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우리가 왜 서로를 기억하고 연대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외민동의 정신적 뿌리이자 의미 있는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역사를 복원하는 사람, 올바른 역사를 세우는 사람, 평화와 생명을 지키는 사람, 노래로 시대를 증언하는 사람. 각자의 방식은 달라도, 이들이 걸어온 길은 모두 “민주주의는 완성된 적 없으며 늘 지켜내야 할 가치”라는 하나의 진실을 향해 있다.

수상자 선정은 동문들의 추천과 외민동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루어지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격려금이 전달된다. 이는 과거의 공로를 치하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자는 외민동의 연대 의지를 담고 있다.

한편 올해는 ‘특별 감사패’를 수여하는 시간이 있었다. 탄핵·계엄 국면이라는 비상한 시기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한 동문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한 상이다.

이번 특별 감사패는 김재연(러시아어과 99)  동문, 김민웅(정치외교학과 75) 동문, 현상윤(중국어과 74) 동문에게 돌아갔다. 김재연 동문은 진보당 대표로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탄핵 여론을 조직하는 등, 위기 국면에서 가장 앞선 자리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힘써 왔다.

김민웅 동문은 촛불행동 대표로서 연속 집회와 국민행동을 이끌며 시민들이 거리에서 뜻을 모을 수 있는 공간과 메시지를 만들어 온 이론가 겸 실천가이다.

현상윤 동문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린 집회 현장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거리의 상황과 시민들의 행동을 꾸준히 영상으로 기록해온 기록자이자 실천가이다.

외민동은 세 동문이 각자의 위치에서 보여준 헌신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동문 공동체의 얼굴”이라고 보고, 동문 전체의 이름으로 감사와 응원의 뜻을 전했다.

🥇역대 수상자

📜2022년

잊혀진 역사를 복원하다

문충선 동문(독일어과 82)

2022년 12월 9일, 외민동 창립총회에서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문충선 동문은 학생운동 시절 민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옥고를 치렀고, 이후 청년글방 서점과 ‘오래된 숲’, ‘마실가자’ 등을 통해 지역 문화운동에 헌신했다. 특히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의 생애를 발굴해 서훈을 이끌어내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기록과 명예회복 작업을 진행하며 “잊힌 이름을 찾아 기억을 복원하는 삶”을 살아온 문충선 동문의 헌신은 이 상의 정신적 뿌리가 되었다.

 

📜2023년

올바른 역사, 한 길을 뚜벅뚜벅

방학진 동문(법학과 91)

민족문제연구소에서 26년간 친일반민족행위를 규명하고 식민지역사청산을 위해 분골쇄신해온 방학진 동문이 두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1991년 입학 후 우리역사연구회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그는 강경대 열사 사망 소식을 들은 순간, 인생의 방향이 정해졌다. 1992년부터 반민족문제연구소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해 군복무 후 1998년 정식으로 입소한 이래, 현재까지 기획실장으로 약 10,300명의 후원회원 조직과 각종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가 미래에도 이어지도록 한 길을 뚜벅뚜벅 지치지 않고 계속 가야죠”라는 그의 말처럼, 33년 동안 우리 민족의 올바른 역사 세우기에 헌신해온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24년

DMZ, 분단을 넘어 평화와 생명으로

윤설현 동문(일본어과 86)

DMZ 생태·평화 운동의 선도자 윤설현 동문이 세 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고향으로 낙향해 민박집 주인장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는 황당해서 강력하게 고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악화된 남북관계의 현장에서 전쟁 반대와 평화공존을 위해 실천하고, DMZ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해온 그의 활동은 DMZ가 더 이상 분단의 상징으로 머물지 않고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공간이 되도록 하고 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 수상이 사람을 바뀌게 합니다”라며, 수상 이후 동문회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외민동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2025년

민주주의는 완성된 적 없는 노래

김종호 동문(수학과 84)

2025년 네 번째 수상자는 민중가요 작곡가로 한 시대를 함께 노래해온 김종호 동문이다. 84년 노래모임 ‘새물결’을 시작으로 86년 총학생회 문화부장, 89년 복학 후 노동자노래단에서 가수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며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그리고 민중의 목소리를 노래로 남기기 위해 40년을 걸어왔다. 93년 민중 록그룹 ‘천지인’을 만들고, 마흔을 넘기며 뮤지컬 음악감독, 공연 연출, 음반 제작자로도 활동하면서, 거리와 대학가, 공장과 집회 현장에서 불린 그의 노래들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었다. 특히 외민동의 정신을 살린 외민동가를 만들었던 그가 전하는 수상소감을 소개한다.

🙋2025년 수상소감

💭민주주의는 완성된 적 없는 노래, 끝까지 함께 부르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외대 민주동문상을 받으며 마음속에는 한 개인의 삶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나’라는 이름이 아니라, ‘외대 민주동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시간의 무게이며, 그 이름이 품고 있는 수많은 얼굴과 목소리들입니다.

작년 송년회를 일주일 앞두고 환갑을 맞은 뒤, ‘자랑스러운 외대 민주동문상’이라는 이름을 마주하며, 제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노래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의 가사처럼, 이 길을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 시작에 누가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게 이 길을 가라 말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 돌아설 수 없는 방향으로 제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향해 있었고, 저는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제 삶의 출발점이자,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조용히 일러준 곳입니다. 잘 알지 못하던 아픈 세상과 그 삶을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 그 시작은 외대 미네르바 동산 벤치에서였습니다.

김민기, 한돌의 노래가사와 멜로디는 갓 스무 살 청년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함께 부르는 화음은 훗날 제가 쓴 곡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의 가사처럼, 민중가요 작곡가로서 제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의 강요나 화려한 보상이 약속된 길이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누가 일러주지 않은 한걸음, 또 한걸음으로 계속 뚜벅뚜벅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84년 노래모임 ‘새물결’을 시작으로, 86년 총학생회 문화부장, 그리고 89년 복학 후 노동자노래단에서 가수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며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그리고 민중의 목소리를 노래로 남기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작년 수상 소감 때 ‘그때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말한 것처럼, 지난날 힘든 시절 민중가요 작곡가로 살면서 생활고 등 고충이 많았을 때 든든한 지원군인 지금의 외민동이 일찍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솔직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진실은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존엄은 스스로 지켜내지 않으면 쉽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작이 거창한 신념이나 대단한 각오에서 출발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부당한 것 앞에서 침묵하지 않기 위해, 두려움 속에서도 함께 노래하기 위해 기타를 들었고, 가사를 썼고,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리와 대학가, 공장과 집회 현장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시대를 견디게 하는 숨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제 인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깨달음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꽃다지’를 거쳐, 93년 민중 록그룹 ‘천지인’을 만들며 한층 더 선명해졌습니다. 누군가의 지시도, 약속된 보상도 없이, 저는 그저 제 앞에 놓인 길을 또다시 걸었습니다.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외로웠지만, 그 길에서 벗어나는 법을 저는 끝내 배우지 못했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그 길은, 사실 제가 끝내 외면할 수 없었던 제 삶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흘러 제 노래들은 어느새 제 손을 떠나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건너갔고, 저는 그저 그 노래들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흔을 넘기며 뮤지컬 음악감독, 공연 연출, 음반 제작자로 살고, 배우로도 활동하면서 잠시 방황하기도 했던 그때, 외민동의 만남은 제게 단순한 모교 동문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준 공간이었습니다. 서로에게 길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서로를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외대 민주동문상은 제 개인의 명예이기 이전에, 한 시대를 함께 건너온 외대 민주 동문 모두에게 주는 헌사라고 믿습니다. 거리에서, 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선후배 동문 여러분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 긴 행렬 속에서 잠시 노래를 맡았을 뿐입니다.

이제 제 목소리는 예전보다 낮아졌고, 걸음은 느려졌습니다. 하지만 제게 큰 영광이자, 조용한 책임으로 다가온 이 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민주주의는 한 번도 완성된 적이 없으며, 늘 지켜내고 다시 불러야 할 노래라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권력이 약자를 외면할 때, 사회가 침묵을 강요할 때, 저는 끝까지 함께할 외민동의 한사람으로 남겠습니다. 외대 민주동문상이라는 큰 이름으로 제 삶을 품어주신 동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던 모든 민중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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