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은 인류의 마지막 음식이다”

― 약초꾼의 가을 버섯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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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경

불어과 83

가을 숲이 건네는 선물

지독하리만치 지루했던 한여름 무더위도 이제는 막바지로 치닫는 듯, 아침저녁으로 다소 쌀쌀한 가을 기운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복숭아 과수 농사를 노심초사하게 만들던 장마철 폭우도 그렇게 지나갔다. 올여름에는 남한강 물길 따라 내려온 40억 톤 청풍호의 수온이 너무 높아진 탓에, 텅 빈 그물을 들어 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는 어부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곤 하였다.

황금 들녘을 바라보며 가을 풍작을 기다리는 농부들은, 때마다 찾아오는 태풍이 잔잔하게 지나가거나 비켜 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한 달 동안만 송이 채취가 가능한 이곳저곳 산간마을 사람들은, 흰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 백로를 전후로 새벽을 깨워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산을 오르내릴 것이다. 약초꾼의 가을 산속 여정 또한 평화롭고 무탈하였으면 좋겠다.

8월의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머잖아 자연은 어김없이 시원한 찬바람을 일으키며 가을의 길목에서 또 다른 숲속 세상을 보여 줄 것이다.

동장군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올라온 이른 봄의 산나물들은 그 어느 약초보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겨울을 견뎌낸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듯,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건강하게 맞이하도록 자연이 내어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그렇다면 땀 한 방울의 무게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무더위를 타고 넘느라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가을의 자연은 무엇을 내어주는 것일까.

먼저 봄과 여름에 왕성하게 자라며 비축한 영양소를 뿌리로 내려보내 다가올 겨울잠을 대비하는 수많은 약초들이 있다. 약초꾼은 황절삼, 묵은 지치, 마른 싹대의 도라지와 더덕, 하수오, 잔대, 삽주, 당귀, 연삼, 백지 같은 약초들을 무심하게 찾아다닌다.

하지만 약초꾼이 일 년 중 가장 기대를 품고 기다리는 것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수많은 종류의 가을 버섯들이다.

여름 끝자락, 살구향을 품은 버섯들

일반적으로 8월의 폭염 뒤에 먼지 풀풀 날리던 산의 지표면을 흠뻑 적시는 비가 몇 차례 내리면, 어김없이 땅속에 잠들어 있던 버섯 포자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산속 지표면의 제왕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무수하게 돋는다. 대부분은 독버섯이라 산에서 마주치더라도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치곤 하지만, 눈여겨볼 만한 버섯이 두 가지 정도 있다.

먼저 도심지 공원의 소나무 아래 잔디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솔버섯이 있다. 그런데 시골에서 버섯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정작 이 솔버섯은 전혀 알지 못하고, 4대 국민버섯 중 하나인 황소비단그물버섯을 솔버섯이라 부른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공원 잔디 관리를 위해 약을 사용하는 경우 이 솔버섯은 절대 채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몇 개 정도 따서 맛이나 볼 정도이지, 그리 권장할 만한 버섯은 아니다.

두 번째로, 이 시기에는 약초꾼이 가장 아끼는 버섯 중 하나인 꾀꼬리버섯이 형형색색으로 산속 지표면을 수놓는다. 버섯갓의 색깔은 흰색, 노란색, 주황색 등이 있으나 주로 주황색 꾀꼬리버섯이 대부분이다. 크기는 작지만 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채취하는 내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은은한 살구향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맛 또한 그 어느 버섯에 뒤지지 않고, 야생버섯 특유의 약한 독성조차 없어 씻어서 바로 조리해도 된다. 대부분이 무시무시한 독버섯인 광대버섯류에 속하면서도 독성이 전혀 없는 달걀버섯과 함께, 화려하지만 안전한 반전의 버섯이기도 하다.

그다음은 산에 나는 소고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뽕나무버섯부치다. 뽕나무버섯부치는 9월에 나는 뽕나무버섯과 더불어 맛과 식감, 영양이 풍부해 버섯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버섯이다. 이 두 버섯은 대와 갓 모양, 갓주름 등 생김새가 거의 비슷하지만, 뽕나무버섯은 버섯대에 둥근 반지 모양의 테두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발생 시기가 다르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닮았지만 전혀 다른, 독버섯 구별법

그런데 뽕나무버섯과 뽕나무버섯부치, 그리고 향기로운 개암버섯과 닮은 무서운 독버섯이 두 가지 있다. 버섯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익혀 두어야 한다.

하나는 노란다발버섯이다. 생김새와 모양이 거의 흡사해 해마다 버섯 중독 사고를 가장 빈번하게 일으키는 버섯이기도 하다. 노란다발버섯은 버섯대를 세로로 갈라 보면 속이 꽉 차 있고, 대의 안과 밖이 노란색을 띤다. 갓의 주름 속을 들여다보면 기분 나쁜 흑청색이며, 무엇보다 조금 떼어내 맛을 보면 굉장히 역한 맛과 냄새가 난다. (맛을 본 뒤에는 반드시 침을 뱉어 내고 물로 입안을 몇 번 헹궈야 한다.)

두 번째는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이다. 뽕나무버섯, 뽕나무버섯부치, 개암버섯, 노란다발버섯과 마찬가지로 이 버섯도 참나무 고사목 그루터기에서 자란다. 잘못 섭취했을 경우 신문지를 말아 담배처럼 피우고 베개를 손주라며 업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독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환각버섯이다. 다 자란 성균은 크기 자체가 상당하고 한 기부에서 여러 갈래로 뭉쳐 나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으나, 유균일 때는 구별이 어려울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9월, 국민버섯의 계절

버섯의 계절 9월이 되어 지표면 온도가 18℃ 이하로 떨어지면 많은 식용버섯을 만나볼 수 있다. 송이와 능이를 능가하는 맛과 영양을 지녀 대표적인 국민버섯이라 일컬어지는 버섯들이 바로 이 시기에 나온다.

뽕나무버섯
노란다발버섯(독버섯)
달걀버섯

국민버섯의 으뜸은 다름 아닌 밀버섯이라 불리는 외대덧버섯이다. 버섯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훌륭한 식감, 다양한 무기질을 함유한 데다, 두세 개만 채취하면 버섯 요리 한 접시가 될 정도로 큼직하다. 호사다마라고, 이 외대덧버섯과 닮은 지독한 독버섯이 하나 있으니 바로 삿갓외대버섯이다. 삿갓외대버섯 또한 끊이지 않고 버섯 중독 사고를 일으킨다. 갓의 모양과 생김새, 버섯대의 굵기와 길이와 무늬, 주름살의 현저한 차이, 버섯의 크기, 뿌리 등 이 두 버섯의 구별법을 많은 사람에게 가르쳐 드리곤 했으나 대부분 잘 익히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결국 경험이 선생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버섯이다. 참고로 이 최고의 버섯 밀버섯은 수많은 버섯 중 가장 긴 뿌리를 가지고 있다.

송이가 나오기 전 소나무 군락 주변에는 황소비단그물버섯이 무수히 올라오는데, 이 버섯은 만나기만 하면 배낭 하나 채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전체적으로 연한 갈색을 띠지만 끓는 물에 데치면 마치 소의 간처럼 변해 소간버섯이라 부르기도 한다. 데쳐서 숙회로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일품이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도 아주 잘 어울린다. 비슷한 붉은비단그물버섯도 있다. 이 버섯은 황소비단그물버섯보다 숙회, 무침, 볶음, 찌개 등 쓰임새가 다양한 데다 맛도 좋지만, 유균에서 성균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기간이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붉은비단그물버섯이 있는 곳에서 운이 좀 따른다면, 송이버섯보다 훨씬 고부가가치로 인정받는 보호종 꽃송이버섯 덩이를 큼지막하게 만날 수도 있다. 두 번 먹는 꽃송이버섯! 먼저 말려서 끓여 차로 달여 마시고, 그 건더기로 버섯 요리를 해서 먹는다. 이 꽃송이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잎새버섯도 있는데, 몇 년에 한 번 볼 정도로 희귀하다.

외대덧버섯(밀버섯)
붉은비단그물버섯
송이버섯

가지버섯에서 까치버섯까지

민자주방망이버섯만큼 쓰임새가 많은 버섯은 없을 것이다. 무침, 볶음, 전골, 각종 찌개는 물론 말려서 약차로도 훌륭하다. 예쁜 가지색을 지녔다 하여 가지버섯이라고도 불리는 이 버섯은 대표적인 가을버섯이라 할 수 있다.

죽은 참나무나 살아 있는 참나무의 상처 난 부위에 매달려 자라며 노루 궁둥이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노루궁뎅이버섯은, 말려 가루 내어 약차로 마시거나 생으로 기름장에 찍어 술안주로 삼으면 이만한 것이 따로 없다.

스무 종에서 서른 종에 달하는 광대버섯은 대부분 독버섯으로 분류된다. 다만 달걀버섯은 로마의 네로 황제가 황금과 바꿔 먹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닭다리를 닮아 닭다리버섯이라 불리는 흰가시광대버섯과 암회색광대버섯아재비, 고동색우산버섯 등은 식용할 수는 있으나 이삼 일 잘 우려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가급적이면 광대버섯류는 식용으로 권하지 않는다. 독버섯으로는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독우산광대버섯을 비롯해 마귀광대버섯, 담색장미광대버섯, 붉은점박이광대버섯, 양파광대버섯 등이 있다.

줄지어 자라기 때문에 하나만 만나면 많은 양을 얻어 올 수 있는 다색벚꽃버섯은 아이들 색동저고리처럼 예쁘게 생겼으며 밤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맛도 좋지만 보기만 하여도 기분이 좋아지는 버섯이다.

갓 윗면이 끈적끈적하여 끈적버섯이라 불리는 무리도 있는데, 푸른끈적버섯, 풍선끈적버섯, 으뜸끈적버섯이 대표적이다. 특히 으뜸끈적버섯은 특별한 맛과 함께 생김새가 송이와 비슷하다 하여 박달송이라고도 하며 귀한 대접을 받는다.

버섯대의 길이가 20~30cm는 족히 되는 큰갓버섯은 구워 먹으면 제격이다. 모양은 흉측하게 생겼으나 맛이 좋은 털귀신그물버섯과 귀신그물버섯도 있고, 야생버섯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접시껄껄이그물버섯은 갓의 크기와 두께가 웬만한 빵보다 크고 두껍다. 갈아서 전으로 부쳐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일본인들이 오뎅탕이나 국물 요리에 쓴다고 알려진 배젖버섯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한국인들이 주로 국물 우려내는 데 쓰는 먹물버섯, 식감 좋은 나팔 모양의 졸각버섯, 볶음에 좋은 땅지만가닥버섯과 연기색만가닥버섯도 있다. 일부 마니아들만 찾아다닌다는, 송이 나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굽더더기버섯은 실제로는 굴뚝버섯인데 숙회로 먹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커멓게 다발로 자라는 까치버섯도 빼놓을 수 없는 맛있는 버섯이다.

민자주방망이버섯(가지버섯)
노루궁뎅이버섯
흰가시광대버섯(닭다리버섯)
큰갓버섯
접시껄껄이그물버섯
능이버섯

많은 사람들이 이번 가을에는 야생버섯 한두 가지라도 익혀 직접 채취해 보고, 살아오면서 알지도 보지도 못한 채 그냥 지나쳤던 야생버섯의 신비로운 세계로 한 걸음 내디뎌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약초꾼은 올가을에 산느타리와 산표고, 그리고 참부채버섯 구이를 안주 삼아 컬컬한 막걸리 한잔으로 가을을 타고 넘는 호사를 누리게 될 것이다.

“버섯은 인류의 마지막 음식이다”라는 명제는 약초꾼의 깨달음이다!

다음에는 겨울약초와 상황버섯 이야기로 찾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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