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남과 북을 구분하지 않는다
— 외민동 1박 2일 가을 탐방 후기
박종태
제어계측공학과 95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시계처럼 그렇게 살아오다 잠시 시간을 멈추고 시작된 외민동 1박 2일 가을 탐방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쉬어 가는 여행쯤으로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길을 나서고 보니 이번 탐방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는 여행만은 아니었다. 낯선 듯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자연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특별한 여정이었다. 그런 가을의 문턱에서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특히, 오랜만에 만난 해무리 선배 유나 누나와 동기인 혜윤이와 함께 한다는 것이 편안함과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같은 길, 저마다 다른 풍경
같은 곳을 향해 가더라도 사람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은 다르고, 눈에 담는 풍경도 다르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자연에 마음을 빼앗기고, 누군가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 웃음꽃을 피운다. 또 누군가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만의 추억을 마음속에 새긴다. 함께 걷고,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동안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서로를 향한 친근함이 조금씩 깊어진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았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청춘이 간직해야 할 시대의 정신을 함께 공유한 동문이라 더 그랬나 싶다.
이른 아침부터 배고플 동문을 위해 준비한 김밥과 새하얀 백설기를 만들어오신 아름다운 우리 임은영 선배님의 애정을 뱃속에 담아 든든하게 출발하였다. 중간 도착지인 함칠성 선배님의 고향인 후동마을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나누어 준 찰지고 쫀득쫀득한 옥수수가 이번 탐방의 시작임과 동시에 더 큰 기대를 갖게 해주었다.


밥상에서 만난 기후위기
도착지인 DMZ 평화생명동산에서의 기후 위기와 먹거리의 관계를 다룬 강연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기후가 변하면 농작물의 생육과 수확이 어려워지고, 해충과 이상기후는 농부들의 삶을 위협한다. 바다의 수온 상승과 생태계 변화 역시 먹거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후 위기는 자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밥상과 일상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일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었다. 작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벌과 땅속 생물들이 맡는 역할,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토종 씨앗을 지키고 씨앗을 이어 가는 일이 먹거리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도 마음에 남았다.


영화 《알바트로스》가 남긴 질문
이번 탐방에서 기후의 위기와 먹거리의 강연에 이어 진행된 영화 《알바트로스》 시청은 인간이 만들어 낸 환경문제가 자연과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각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온 장면은 어미 알바트로스가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모습이다. 어미는 넓은 바다를 날아다니며 새끼를 먹일 먹이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를 떠돌다 새들의 먹이와 뒤섞이고, 어미는 그것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가져다준다. 새끼들은 어미가 가져온 먹이를 받아먹으며 자라나지만, 그 먹이 속에는 소화할 수 없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들어 있다. 결국 새들의 몸속에 쌓인 플라스틱은 생명을 위협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이라는 자연의 순환을 비극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계속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환경보호의 구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대가를 누가 감당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그렇기에 환경을 지키는 일은 개인의 노력과 사회 전체의 책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산과 들, 맑은 공기와 바람,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지켜 나가야 할 선물이다.
산은 남과 북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번 외민동 탐방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순간을 꼽으라면, 북쪽을 바라보며 멀리 금강산의 향로봉과 비로봉을 바라보던 장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는 감탄과 함께, 그 너머가 우리가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북녘땅이라는 사실과 학창 시절 매일같이 동아리방에서 기타를 치며 불렀던 〈그대 오르는 언덕〉, 〈직녀에게〉 등 다수의 통일 노래와 뜨거운 청년의 무리와 거리에서 수없이 외쳤던 조국 통일의 그 구호가 새삼 실감 났기 때문이다.
산은 예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 나무와 풀의 색깔이 달라지고, 눈이 내리면 산의 모습도 변하겠지만, 산은 남과 북을 구분하지 않는다. 바람도 산을 넘고, 구름도 경계를 알지 못한 채 자유롭게 오간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 같은 산줄기를 바라보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없고, 마음껏 걸어갈 수 없다는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답고 가까운데, 남과 북이 아직도 넘기 어려운 경계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1박 2일, 짧지 않은 기억
짧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탐방이었다. 무엇보다 함께한 동문들의 따뜻한 마음과 더불어 사는 모습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 내게 큰 힘이 되었다. 특히 함칠성 선배님과 여러 동문들의 정성 어린 준비와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숙소에서 함께 머물며 나눈 시간과 서로를 챙기는 모습 속에서 사람의 정이란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행동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다. 작은 배려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모여 우리 외민동의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탐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고작 1박 2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추억은 결코 짧지 않겠구나. 누군가는 금강산을 바라보며 느꼈던 분단의 현실과 평화에 대한 소망을, 또 누군가는 영화 《알바트로스》를 통해 되새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될 것이다. 각자의 기억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모든 기억이 모여 이번 외민동 탐방이라는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 마음속에 담아 두고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고 싶었던 풍경들이 가을이라는 계절을 통해 새롭게 다가온다. 이번 외민동 탐방은 그런 마음을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외민동의 가을 풍경은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산과 들은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하고, 시간이 흐르면 그날 우리가 보았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함께했던 사람들의 정과 금강산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묘한 감정, 그리고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탐방을 위해 애써 주신 함칠성 조직위원장님을 비롯하여 준비와 진행에 마음을 보태 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계절, 어떤 풍경 속에서 만나게 될까요? 그날에도 오늘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웃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금강산을 바라보며 품었던 평화에 대한 바람이 현실이 되어, 남과 북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아름다운 산과 고향의 풍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탐방기록
동학의 길을 찾다 생명과 평화의 길에 이르기까지
– 2026 외민동 가을 탐방 준비 기록
| 일시 | 2026년 9월 12일(토) ~ 13일(일) |
| 장소 | 강원도 홍천 솔무정, 인제 DMZ평화생명동산·을지스카이웨이 |
| 참가 | 동문 40명 |
화전민의 흔적 대신 생명과 평화를
이번 탐방은 처음부터 생태와 평화를 주제로 기획된 것이 아니었다. 함칠성 조직위원장은 애초에 홍천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과 그 이후를 따라가려 했다. 홍천은 강원도에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곳으로, 혁명이 실패한 뒤 그 마을 사람들과 친족들이 화전민이 되어 산으로 흩어졌다. 그 흔적과 유래를 살피는 탐방을 구상했지만 고증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계획을 바꿨고, 지금 더 시급한 과제인 기후위기와 생태 보전, 그리고 DMZ 안의 생태 보존 현장과 분단의 현실을 함께 체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탐방지는 두 차례의 사전 답사를 거쳐 정해졌다. 6월에는 인제군 서화면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함 위원장의 고교 동창 송창선 씨의 도움을 받아 최종 방문지를 골랐고, 그렇게 홍천 솔무정, DMZ평화생명동산, 을지스카이웨이로 이어지는 일정이 완성됐다.
소나무의 상처에서 알바트로스까지, 첫째 날
12일 8시 종합운동장역에서 버스로 출발한 일행은 인제로 가는 길에 함 위원장의 고향인 홍천군 두촌면 내후동에 들렀다. 마을 입구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솔무정이 있다. 솔무정은 오래된 소나무가 무리 지어 선 쉼터라는 뜻으로, 한글과 한자를 합쳐 지은 이름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이기도 하다. 태평양전쟁 중 연합군의 해상봉쇄로 원유 공급이 막히자 일제는 조선의 소나무에서 송진을 대량으로 채취해 항공기 대체 연료와 무기, 접착제 등을 만드는 데 썼고, 그때 송진을 긁어낸 V자 모양의 상처가 소나무 줄기에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솔무정에서 나눠 먹은 찐 옥수수 70개와 음료는 함 위원장의 초등학교 친구 정미자 씨가 마련했다. 정 씨는 외민동과 이미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 이번 여름에 외민동이 정 씨의 옥수수를 공동구매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옥수수 맛이 워낙 좋아서 많은 동문들이 점심을 먹기 어려울 만큼 옥수수를 먹었다.
12시 무렵에는 인제군 서화면의 DMZ평화생명동산에 도착했다. 이곳은 사단법인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 운영하는 교육 시설로, 생명과 평화, 통일을 함께 추구하는 것을 활동의 방향으로 삼고 있다. 점심을 먹은 뒤 13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정성헌 이사장의 강의를 듣고 동산을 둘러봤으며, 15시 30분부터는 토종 씨앗과 생명농업 노동을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두 조로 나뉘어 한 조는 수수부꾸미를 만들고 다른 조는 오행텃밭을 가꿨는데, 수수부꾸미 만들기는 동문을 따라온 가족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특히 즐거워했다.

17시에는 환경영화 〈알바트로스〉를 함께 봤다. 영화에 앞서 무대에 선 사람은 정혜윤 동문이었다. 이번 탐방에는 외대 노래동아리 해무리 출신 동문들이 신입 회원으로 참가했는데, 정 동문은 그중 한 사람이자 노래패 꽃다지에서 노래하는 가수다. 꽃다지는 1988년 말에 결성된 노동자노래단과 삶의 노래 예울림이 1992년 3월 하나로 합쳐 만든 노래패로, 「민들레처럼」, 「전화카드 한 장」, 「바위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같은 노래를 대학가와 노동 현장에 퍼뜨리며 민중가요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80~90년대 학생운동을 거친 동문들에게는 귀에 익은 노래가 많은 이름인 만큼, 인사를 겸해 부른 정 동문의 노래는 동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산 텃밭의 밥상과 고향 친구들의 매운탕
동산에서 먹은 음식은 재료를 모두 동산에서 직접 심고 기른 것으로, 농약은 전혀 쓰지 않았다. 단호박찜과 가지나물, 미나리나물, 김치처럼 소박한 찬이었지만 맛이 좋다는 이야기가 끼니마다 오갔다. 숙소 식당을 맡은 신순덕 씨는 우연히도 함 위원장과 같은 마을 출신으로 초등학교 5년 선배였는데, 동문들을 위해 도토리묵과 손두부를 직접 만들어 저녁상에 올렸다.
저녁 식사를 겸해 21시까지 이어진 친교의 시간에는 민물고기 매운탕이 나왔다. 함 위원장의 초등학교 동창 용연식 씨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이 며칠 동안 개울을 뒤져 잡은 고기에, 다른 마을 분이 잡아 냉동해 두었던 고향 민물고기를 보태 40명이 먹을 만큼 준비한 것이다. 매운탕이 맛있게 끓여진 덕에 동문들은 그릇을 비워 가며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고, 숙소로 옮겨지며 새벽까지 이어졌다. 정혜윤 동문은 이 자리에서도 여러 곡을 불러 흥을 더했다.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둘째 날
13일에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8시 40분부터 DMZ 평화의 길 탐방에 나섰다. 송창선 씨와 행사 팀원들의 안내를 받아 승합차에 나눠 타고 해발 1,000미터 고지의 을지스카이웨이로 향했는데, 차를 타고 가다 내려서 걷고 다시 차에 오르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일정이었다. 을지전망대에서는 금강산과 비로봉이 맨눈으로 보였고, 많은 동문이 금강산을 직접 봤다는 사실에 한참 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탐방을 마친 뒤에는 서화면의 오동동식당에서 뽁작장과 두부찌개로 점심을 먹었다. 뽁작장은 강된장과 비슷한 강원도 내륙 음식으로, 뽁작뽁작 끓인다는 말에서 이름이 생겼다. 처음 맛보는 동문이 많았지만 반응이 좋아, 강원도에서의 마지막 끼니로 손색이 없었다.
사과농장은 다음을 기약하며
예정했던 일정 가운데 송창선 씨의 사과농장을 찾아가는 체험은 시간이 부족해 끝내 하지 못했다. 사과밭 대신 송 씨가 보내온 사과가 탐방길에 함께했다.
이 밖에도 여러 동문의 후원이 탐방을 받쳤다. 버스는 임창수(경제 78) 동문이, 오동동식당 점심은 이재우(경영 85) 동문이, 백설기는 임은영(영어 86) 동문이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