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법(알고보면 쓸모있는 신박한 법률 지식)
민주주의 하에서 모든 공권력에 대한 헌법적 통제는 필연적이다
– 재판소원제도 도입에 대한 소고
이주하
변호사, 법학과 01
재판소원제도란 무엇인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재판소원 도입을 놓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입장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재판소원이란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지금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찬반 논의가 있는 이유는, ‘법원의 재판’은 대표적 사법작용으로서 ‘공권력’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법률로써 헌법소원을 금지하였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¹)).
현재 우리 법은 국회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면 위헌법률심판으로, 행정부의 처분이 잘못되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도록 권리구제절차를 두고 있다. 그런데 유독 법원의 재판만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행위는 헌법적으로 통제받는데, 사법부의 재판은 통제받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이것이 재판소원 도입 논의의 출발점이다.
1)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사법부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
아마도 입법과 행정작용이 잠재적 기본권 침해자인 것과 비교하여, 사법부는 다른 국가기관의 위헌·위법한 행위를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해 온 것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정당화한 본질적인 요소일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재판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다만, 헌법재판권의 회복 및 헌법 수호적 관점에서, 헌법재판소의 ‘기속력 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실질적으로 법원 스스로가 ‘입법작용에 대한 규범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아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인정하였으나, 실제 인정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희소하다.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 국민의 기본권 보장 강화
그동안 국민의 다수와 헌법학계의 압도적 의견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헌법의 최고규범성 관철 측면에서, 모든 국가권력은 헌법과 기본권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고 보아 재판소원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었다.
우리 헌법은, ①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에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②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도록 하여 그 구체적인 형성을 입법자에게 위임함으로써, 입법자에게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
이번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재판소원의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위와 같이 헌법이 입법자에게 부과한 헌법소원제도의 보장을 통해 법원의 재판을 통해 기본권 침해를 당한 국민의 권리를 구제받도록 권리구제절차를 구현하기 위함에 있다.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과 그 반박
한편, 재판소원 도입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을 다시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사법권을 침해하고, 실질적으로 ‘4심제’로 작동할 수 있어 위헌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나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 규정과 다수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확인되듯, 헌법소원의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시킬 것인지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결정할 문제이고, 헌법에 대한 최종해석권을 가진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를 합헌이라고 보고 있으니, 재판소원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권위를 가질 수 없다.
재판소원이 실질적으로 ‘4심제’로 기능한다는 주장 역시 명분이나 학리적 근거가 미약하다.
재판소원의 본질: 헌법심이지 재판 재심이 아니다
재판소원의 도입은 근본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적 통제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장하라는 헌법 실현의 관점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대해 제기할 수 있고(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재판소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확정된 ‘법원의 재판’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이미 이루어진 법원의 사실적·법률적 판단에 기속된다. 즉, 헌법재판소는 그 재판의 사실 판단이나 법률 해석이 잘못되었는지를 다시 심사할 수 없고, 오직 그 재판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만 판단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에서 법원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사실을 인정하고 법률을 해석해 판결을 내렸다면, 헌법재판소는 이 판단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다. 다만, 그 재판 과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평등권’ 같은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는지만 본다.
따라서 재판소원은 ‘재판에 대한 재판’일 수 없고, 심급 체계를 4심제로 창설하는 것도 아니다. 재판소원의 본질은 헌법심으로서, 행정기관의 처분, 국회의 법률 등과 같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주는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의 기본원리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만을 판단하는 독립된 구제절차인 것이다.
재판소원 도입의 헌법적 정당성: 권리구제 사각지대 해소
무엇보다 재판소원의 도입을 통해 사법권의 행사도 헌법재판의 대상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헌법 체계에 부합한다. 재판도 공권력의 작용이므로 본질적으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은 존재하고, 특히 법원의 최종심(대법원)에 의한 기본권 침해의 경우 권리구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현재는 재판에 적용된 법률이 위헌이란 의심이 들어도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심리를 정지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가 직접 청구한 헌법소원에서 위헌결정이 있어도 그사이 판결이 확정되면 권리구제가 어렵다.
따라서 재판소원을 통해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면, 국가의 모든 작용이 예외 없이 헌법적으로 통제되는 체계 정합성이 확립되고, 국민에게는 또 한 번의 권리구제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므로 헌법 질서의 핵심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하게 된다.
재판소원의 부가적 효과: 헌법의 현실화와 사법부의 헌법 기속
기본권 보호에 부가하여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점은, 재판소원으로 헌법 규범의 현실화와 사법부의 헌법 기속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은 시대적, 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상황을 포괄하는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규범인 만큼, 그 해석은 특정 기관의 고정적 판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재판소원은 바로 이 넓은 해석 과정에 직접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함으로써 헌법 규범과 기본권 문제에 대한 헌법적 공론의 장을 형성한다. 국민이 자신의 권리 침해를 헌법적 기준에 따라 직접 제기할 수 있게 되면, 헌법은 추상적 규정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규범이 된다. 이는 1987년 헌법재판 제도의 도입 이후 헌법 현실 속에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재 우리 헌법재판소가 갖게 된 세계적 위상을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
법원 역시 개별 사건에서 기본권의 효력과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되어 법원 내부의 헌법적 사고도 한층 강화된다. 모든 법관이 절차적으로든 실체적으로든 자동으로 헌법 규범을 일단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고, 모든 재판은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이 존중되는지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게 되어 결과적으로 헌법 수호와 기본권 보장의 가치가 재판절차에서 입체적, 전방위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헌법재판소도 헌법적 관점에서 법원의 판단에 대한 순환적·지속적 교류를 통해 헌법해석의 틀과 내용을 더욱 촘촘하고 세밀하게 형성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제도 전반에 대한 헌법적 대화를 촉진하여 헌법 규범과 현실이 기본권 보장이라는 하나의 목적에 수렴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재판소원은 사법 전체의 기본권 수호와 보장이라는 본질적 사법작용의 감수성을 높이고, 법원도 헌법재판소와 함께 기본권 보장의 실질적 주체로 기능하는 균형 잡힌 헌정 구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효율적 운용을 위한 제도적 보완 과제
1987년 헌법재판소 설립 이후 약 30년 만에 재판소원 도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재판소원의 도입 필요성에 대하여는 이미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재판소원 제도에 대한 찬반 논의보다는 그 제도의 효율적 운용에 대하여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재판소원이 전체 사건의 90% 이상이 되는 독일 헌법재판소의 예를 보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법적 청문권과 같은 헌법상 절차적 기본권 침해나 심각한 자의적 해석에 따른 평등권의 침해 등이 문제 되고 있다. 물론 인용률은 2~3%에 불과하다고 한다. 재판소원으로 한 단계 높은 기본권 보장이 확보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개인과 국가의 사법 비용이 추가·소모될 수 있다는 점은 제도의 운영 면에서 반드시 대비해야 할 부분이다.
재판소원의 남소를 방지하기 위하여 재판 헌법소원의 청구 요건을 엄격히 하고, 현재 모든 본안 판단을 전원재판부에서만 하도록 하는 방식도 재고되어야 한다. 지정재판부가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각하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명백히 이유 없는 사건에 대하여는 기각 판단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 만약 헌법개정을 전제로 한다면 선례가 분명하여 명백히 위헌인 사건의 경우의 처리 방법도 필요하다.
이러한 사건 선별 시스템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재판소원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의 역량 강화 방안
또한 일각에서 대법원 이하 각급 법원 역시 헌법재판소와 더불어 수준 높은 헌법적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고, 독일처럼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고 대법원 내에 지금보다 훨씬 세분된 법 분야별로 충분히 전문화된 다수의 재판부를 두는 식으로 업무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아울러 ‘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관한 한 그 합법률성뿐 아니라 합헌성에 대해서까지 대법원이 최종적 심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7조 제2항을 개정하여야 하고, 재판소원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연구관 수의 증원 등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조직 개편도 수반되어야 한다.
추가로, 헌재법 개정안에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을 명문화하여 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따르도록 함으로써 재판소원의 실효성, 집행력을 보증할 수 있어야 한다.
맺음말: 완전한 기본권 보장 체계를 향하여
재판소원 도입까지 여러 정책적, 실무적 논의와 토론을 거치겠지만, 재판소원으로 법원은 1차적 헌법 수호 및 기본권 보장의 주체로서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될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은 어떠한 국가권력으로부터도 위헌, 위법적으로 그 권리를 침해받을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설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재판소원을 포함한 모든 구제방법을 활용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주하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엘피 파트너변호사
사법시험 53회, 사법연수원 43기
충주시 마을변호사(2014.~)
해양환경공단 정보공개심의회, 징계위원회 외부위원(2024. 3.~)
국회추천공직자자격심사특위 위원(2021.~)
한국발명진흥회,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공공기관 면접위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남양주시 교통약자지원센터,
광진구 1인가구지원센터 등 외부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