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행 후기 – 정동하

역사기행 후기 – 정동하

외민동 동문들과 함께한 뜻깊은 여정

– 5.18 광주·정읍 역사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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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하

서어과 87학번

지난 5월 17일, 광주 5.18 묘역 및 사적지 참배와 정읍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1박 2일의 역사 탐방 여행에 참가했다. 아내의 흔쾌한 동의로 함께하는 일정이었기에 마음도 편했다.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 둘은 부모의 부재를 더 즐거워하는 나이가 되어 있고…

첫 번째 목적지는 광주 5.18 민주묘지였다. 일정 동안 두 대의 버스에 나누어 이동하였고, 우리 둘은 ‘연대’조에 소속되었다. 외민동에는 신참인 편이라 많이 낯설었고 또 대부분 선배님들이셨지만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이런 대규모의 단체 여행은 일하고 있는 회사를 떠나서는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50대 중반이 지나가는 나이임에도 후배 축에 속하는 위치로 인한 듯 왠지 모를 자유로움과 활기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한편으론, 학교 졸업 후 회원 각자 오랜 시간 동안 각자 채워온 시간의 내용들이 천차만별일 것인데, 6백 명이 넘는 이 커다란 외민동 모임이 전체 구성원을 담아내면서 계획한 목표들을 부드럽게 이루어 나갈 수 있을지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던 물음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었다.

🌹 5.18 민주묘지에서 마주한 역사의 무게

5.18 민주묘지에 아내는 어릴 때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내게는 첫 방문이었다. 지난해 12.03 계엄은, 포고한 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아주 오래전 역사로만 기억되고 있던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순식간에 현재로 소환하였다. 광주 5.18의 기억으로 인해 이번 계엄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즉시 이해할 수 있었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책임자가 대통령의 자리에서 파면될 때까지 조바심 나는 지난한 시간 동안에도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이겨내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열사들의 묘역을 돌아보며 그분들의 용기와 희생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자칫 이 사회를 수십 년 퇴보시킬 수도 있었을 지난해 계엄 발표 사태를 돌아보며, 계속 깨어 있어야 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는, 그리고 아이들이 맞이하게 될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당연한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광주의 금남로를 따라 사적지를 탐방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일빌딩을 둘러보며 민주화 운동 당시의 헬기 사격 흔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계엄을 통해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고선 마지막까지 거짓으로 일관하다 생을 마감한 모 정치인이 떠오른다. 이번의 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자는, 당시 자신의 지시를 직접 받았던 군 지휘자들의 진술에 반대되는 진술을 전 국민 앞에서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부분까지도 되풀이되는 것인지…

🕰️ 정읍에서 마주한 공동의 시간

광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정읍의 숙소로 이동하여 동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며 더욱 친밀한 시간을 가졌다. 일정 시작하기 전에 모두의 기대감을 부풀게 했던 여러 먹거리·마실거리 등과, 진행 측에서 준비한 여러 공연들이 참여하신 분들의 시간의 차이를 줄여 주었고, 그로 인해 모든 참가자가 하나로 합쳐지는 대동의 시간으로 어우러졌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세대별 학생운동의 전개 방식이 달라져 온 양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고, 그 중에서도 20대 치열했던 몸의 기억을 40대의 몸으로 재현하면서 보여준 집행위원의 열정은 오래 기억될 듯하다. 홍어 포함 먹거리·마실거리를 정성들여 준비해 주신 그 큰 마음들을 참석자들의 신체가 따라주지 못하여 많은 음식이 남겨졌던 부분은… 안타깝고 아쉽다.

이튿날 이른 아침 식사 후 전체 참가자가 운동장에 모여 체조와 율동을 하며 몸을 푼 다음, 조별로 고리던지기, 단체 양파링 전달하기, 제기차기 등으로 순위를 다투었다. 제기차기 선수로 나갔다가 초반에 망하는 바람에 속한 조에 별 보탬이 안 되어 나락으로 빠지던 차에, 같은 조 선배님의 압도적인 실력으로 결국 1위를 하게 되어 한숨 돌렸다. 그 단순하던 게임들에 모두들 몰입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 기억도 새삼 새롭다.

📚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만난 역사의 교훈

이후 숙소 길 건너편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방문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동학농민군의 최초 전승지였던 황토현 전적지에 세워진 곳으로, 농민군이 관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다. 황토현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농민군은 점차 기세를 드높이며 혁명의 불길을 지폈고, 이는 이후 동학농민혁명의 주요한 전개 과정으로 이어졌다. 동학농민혁명이 승리로 결과되지는 않았지만 그 정신은 이후 갑오개혁과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발통문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주모자를 가리기 위한 방편이었다니, 그만큼 거사에 참여하는 위험 부담을 깊이 인지하고 있었을 터이다. 한편으로는 사람의 높고 낮음을 없애고자 했던 의지의 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국 각지의 농민군 봉기 지역을 보여주었던 울림의 기둥에서 고향의 봉기 기록을 찾아보았다. 농민들이 그저 주어진 삶에 머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상황들, 혁명의 진행과정과 패배 이후 그 많던 동학 농민군과 농민들이 겪어야 했던 상황들을 한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내가 그 당시 농민의 삶을 살고 있었다면, 세금으로 또 다른 이유로 빼앗기고 빼앗긴 후 몸뚱이 외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대나무로 만든 죽창을 들고 대항할 것인지, 다른 선택지가 가능했을지…

이후 우리는 쌍화차 거리를 방문해 따뜻한 차 한 잔을 즐기며 여독을 풀었다. 비록 조별 경쟁에서 통합 1위를 하지 못하여 쌍화차 무상 제공권을 획득하지는 못하였지만, 연대 조 선배님 후사로 조원들은 정읍의 밥 한 끼 같은 쌍화차를 감사하게도 무상으로 즐길 수 있었다.

🤝 함께 가는 길에 대한 믿음

이번 여행은 동문들 간에 즐거운 기억을 공유하며 연대를 다지고, 동시에 역사를 보다 깊이 알고 다시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낯선 여러 성인들이 모여 있는 여행이었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순간 여러 동문들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등 수시로 유쾌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작은 부분들에서의 다름이 너그럽게 허용되는 여유로움은 외민동의 많은 구성원들이 이후 함께 가는 과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규모 인원의 행사임에도,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버스 이동, 5.18 묘역 참배, 저녁 한마당 어울림, 둘째 날 이른 아침 단체 조별 체육대회,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참관 일정 등 각각의 순간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즐길 수 있는 기억들을 준비한 행사 위원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인해 이번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여행의 큰 얼개와 세부 내용을 준비하고 마련해 주신 집행부 및 행사 위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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