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외과 99학번
이번 5·18기념 외민동 광주·정읍 기행은 저에게 단순한 방문을 넘어, 민주주의의 역사와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는 뜻깊은 여정이었습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기행은 역대 최대 인원인 8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으며, 단결조 조장으로서 이 여정에 함께하며, 외민동이라는 소중한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1. 광주에서 마주한 민주주의의 현장
기행의 첫날, 우리는 5·18민주화운동의 중심지인 광주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 이동하면서 동문들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외민동가 연습 등을 통해 서로의 거리를 좁혀갔고, 광주가 점점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생각보다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들, 시민단체, 각계에서 온 방문객들 속에 외민동의 이름도 함께했습니다.
특히 전민동이 함께할 때 외민동 회장님의 추대를 위해 즉석에서 외민동가를 부르던 순간은 아직도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민주묘역 앞은 다음날 행사를 준비중이었고, 우리는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열사들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며 숙연해졌습니다. 그들이 남긴 이름과 사진 앞에서, 나의 일상과 이 자유로운 삶이 그들의 희생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민주묘역 참배를 마친 뒤에는 금남로 일대 사적지를 조별로 자유롭게 둘러보았습니다. 전일빌딩, 오월미술관, 시계탑과 분수대, 옛 적십자병원 등… 그날의 광주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특히 전일빌딩 옥상에서 발견된 총탄 자국을 직접 눈으로 마주했을 때, 국가 폭력의 무게와 그 시대의 현실이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어깨 너머로 듣고, 책이나 영상으로만 접했던 광주의 역사가 결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뿌리임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2. 정읍에서 만난 민중의 또 다른 외침
광주에서의 깊은 울림을 안고 도착한 정읍 숙소에서는 또 다른 감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정성스레 준비된 만찬이었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수차례 현장을 답사하고, 정읍이라는 지역의 특색과 우리 외민동 기행의 의미를 고려해 준비한 저녁 만찬은 그야말로 ‘산해진미’라 표현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정읍 막거리는 여정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한잔이 되었으며, 잔을 기울이며 나눈 선후배간의 담소는 기행의 하루를 더욱 뜻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의 학생운동 영상을 보며 각 시기의 학생운동 경험을 공유하며, 그 시절 거리에서 불꽃을 태웠던 선배님들의 헌신에 대해 다시금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시대는 달랐지만,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갈망과 책임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깊은 연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다음날 방문한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는 1894년 민중의 이름으로 외세와 부패한 권력에 맞섰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갔습니다. 기념관 바깥 정원을 둘러보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그날의 함성은 멀리 있는 과거가 아니었습니다.
동학기념관 일정을 마치고 난 후,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조별로 인근 쌍화차 거리로 이동하여 잠시 여유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단결조는 영광스럽게 조별 평가에서 종합1등을 차지해 쌍화차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찻집에서 광주 기행의 여운을 되새기며 조원들 간 편안한 담소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3. 공동체로서의 외민동 – “함께”하는 기쁨
이번 기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단결조’ 조장으로서 선배님들과 후배님들, 그리고 처음 만난 조원들과 함께 광주의 현장을 걷고 정읍의 정신을 되새기는 동안, 외민동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강한 결속을 이룰 수 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특히 세대를 뛰어넘는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90년대 학생운동 문화(율동, 민중가요 등)를 열린 자세로 함께 즐겨주신 선배님들의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외민동이 단순한 동문회의 범주를 넘어서, 세대를 잇는 살아있는 연대의 공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원들과의 교류 속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역사적 감동을 함께 느끼며 단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조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조원 여러분 모두가 끝까지 함께해 주시고 따뜻하게 대해 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4. 우리가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정신
최근 윤석열 정권 하의 계엄령 논의, 탄핵 여론, 언론탄압 등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민주주의는 결코 한 번 쟁취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내야 하는 가치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1980년 광주의 희생과 1894년 정읍의 외침, 그리고 2016년 광화문의 촛불까지—모두가 이어지는 역사입니다.
이번 기행을 통해 다시금 마음속 깊이 다짐합니다.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외민동이라는 연대 안에서 그 뜻을 이어가겠습니다. 민주주의의 정신은 기억 위에서 살아가고, 행동 속에서 성장한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