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유달승

특별기고 – 유달승

이스라엘은 왜 이란을 공격했을까?

Picture of 유달승

유달승

페르시아어·이란학과 84학번

🥮들어가는 말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 충돌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다가 22일에는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하면서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그러나 24일 미국은 양측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사태는 극적인 반전을 맞이했다. 현재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단순히 사태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이번 군사 충돌의 발생 배경과 근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제6차 핵 협상이 예정된 15일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태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지금 이란을 공격한 것일까? 이번 군사 충돌의 배경과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향후 사태의 전개를 예측하는 데 핵심적인 단초가 될 수 있다.

⚔️ 적대의 역사: 이란-이스라엘 관계의 실체

  이번 군사 충돌의 배경에는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이해관계, 2023년 가자 전쟁 이후 외교적으로 고립된 이스라엘의 입지, 그리고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발표한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위반 보고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위협을 명분으로 공격을 감행했지만, 근본적으로 이 충돌은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적이고 심층적인 적대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흔히 양국의 갈등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당시 이스라엘은 자국의 최대 위협이었던 이라크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산 무기를 이란에 전달하며 실질적으로 이란을 배후에서 지원했다. 이러한 사실은 1987년 ‘이란-콘트라 사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참고사진(기사와 관계없음)

  이란은 이슬람 혁명의 수출을 표방한 결과 아랍 세계로부터 외교적 고립을 겪었고, 이에 따라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해졌다. 이란은 걸프 전쟁 이후 반(反)이란 정서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아랍 세계의 대의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볼 때, 걸프 전쟁에서 아랍사회주의의 상징이던 사담 후세인 정권의 약화는 최대 위협요인의 제거를 의미했다. 아랍민족주의와 아랍사회주의는 아랍 연대의 이념적 기반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문제는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맞서 네 차례에 걸쳐 중동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명분이자 상징이었다.

  그러나 아랍민족주의와 아랍사회주의가 쇠퇴하자, 이스라엘은 새롭게 부상한 이란을 ‘국제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적대 관계는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을 넘어 이념적 충돌의 성격을 지니며, 그 핵심에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문제가 놓여 있다. 이번 군사 충돌은 이스라엘이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재편된 중동의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다시 구성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 논의를 사실상 종식시키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군사 공습의 속내: 이란 체제 붕괴 시나리오?

  이스라엘은 표면적으로 이란의 핵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기습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란 정권 약화 또는 교체를 목표로 한 전략적 시나리오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공습 대상에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나 연구소 뿐만 아니라 가스전, 전력망, 군사지휘소, 통신망, 방공체계 등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이란의 반격 능력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국가 기능 전반을 마비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참고사진(기사와 관계없음)

  “전투는 승리할 수 있지만 전쟁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군사력을 통해 일시적인 전투의 승리를 거둘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까지는 장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 탈레반 정권은 붕괴되었지만, 2021년 탈레반은 다시 권력을 되찾았다. 그렇다면 이 전쟁의 진정한 승리자는 누구인가?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도 사담 후세인 정권은 전복되었지만, 그 이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었고 결국 이슬람국가(IS)라는 극단주의 세력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외부의 군사 개입은 단기적으로는 승리를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갈등과 저항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군사 충돌 이후 이란 내부에서는 반이스라엘, 반미 정서가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국민적 저항 의식 또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자존심이 강한 민족적 성향을 지닌 국가로,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입과 개입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해 왔다. 마케도니아, 아랍, 몽골, 투르크, 영국, 미국 등 다양한 외세의 지배와 개입 속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며 투쟁의 역사를 이어왔다. 또한 이란은 다민족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다수파인 페르시아인 중심의 역사로만 정체성이 형성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수민족이 권력을 장악한 시기에도 국가적 통합과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이는 이슬람 이후 중동 대부분이 아랍어와 이슬람 문화로 통합된 것과 달리, 이란만이 아랍 문자를 차용하면서도 자국어인 페르시아어를 고수하고, 주류인 수니파 대신 소수파인 시아파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문화적 전통을 발전시켜 온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이란 내부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전개가 과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 국제 질서의 이중 잣대와 그 위험성

  이번 군사 충돌은 향후 국제정치에서 부정적인 선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받지 않는 반면, 이란은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그 개발 가능성만으로 제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중 잣대는 국제 핵 비확산 체제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핵 안보 질서에 중대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란은 핵 개발을 협상용 카드로 활용해 왔으나, 이번 갈등을 계기로 핵무기를 정권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중동 지역은 물론 국제 안보 질서 전반에 구조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군사 충돌은 단기적인 군사적 승패를 넘어서, 중동의 정치 질서와 국제 안보 체제 전반에 장기적인 불안정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심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력에 의존한 강압적 접근이 아니라, 외교와 협상을 통해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려는 국제사회의 성찰과 노력이다.

🥮맺음말

  무력에 의한 해결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며, 진정한 평화는 상대를 고립시키거나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이해를 통해 이끌어내야 한다는 교훈을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