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과 85학번
일시 : 2025년 5월 24일(토)
코스 : 덕수궁 대한문 – 정동제일교회 – 중명전 – 구 러시아공사관 – 역사박물관 – 한양도성지도 – 새문안교회 앞길 – 세종문화회관 뒷길 – 통인시장앞 정자 – 윤덕영 벽수산장터 – 수성계곡 – 박노수 미술관 – 윤동주 하숙집터 – 서촌주점
참석자 : 김경은,김양희,김형주,남일,유영초,이길용,이선민,이수진,이중원, 이희환,임창수,장윤숙,장은영,정동하,정석원,최충웅,현상윤(이상 가나다순,총17명)
늦봄 무렵인데도 여전히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외민동 문화탐방 소모임에서 대망의 첫 역사문화탐방 답사모임을 갖는 날이다.
지난 5월 10일 일요일 현상윤 선배님의 서촌별장 사무실에서 준비모임을 갖고 ‘문화와 예술, 자연과 역사의 탐방을 통하여 회원들의 문화적 소양과 삶의 품격을 높이며 친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작은 모임을 결성했다.
월1회 정기모임을 갖되 수시로 번개 형태의 임시모임을 갖기로 했다. 사실상 매주말 서로 시간을 맞추어 모임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임이 필연인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 또한 사람 인(人)자 인간의 숙명이기에, 동문으로 더욱이 민주동문으로 맺어진 인연은 사뭇 의미가 깊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서로 좀 더 친밀한 공감대를 나눌 공간과 시간을 갖기로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날 5월 9일은 추적추적 가랑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지난 가을 녘부터 동장군이 맹추위로 기승을 부리는 겨울을 지나 벚꽃이 만개한 봄까지 3개의 계절을 넘도록 우리들의 지난한 투쟁은 지속되어야만 하였다. 내란의 어두운 세력과 하늘에서 내려온 별빛들의 전쟁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삶을 지탱하여주는 어쩌면 우리들의 DNA에 까지 각인된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의식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들은 삶의 투쟁 속에 터득하고 배운 것이다. 우리의 민주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꼰대 판사의 망동은 잠잠히 잦아들고 있던 우리들의 분노를 다시 또 촉발케 하였고 나로 하여금 한 번 더 광화문광장을 찾게 하였다. 그날 어찌 알았겠는가, 추적추적 가랑비가 희부옇게 흩뿌리는 가운데 나풀나풀 너울춤을 추고 있는 파아란 깃발을 조우하게 될 줄을…. 그렇게 외민동은 나에게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이렇게 이어진 외민동과의 인연을 지속하고자 ‘문화탐방 소모임’에 바로 합류했다. 어쩌면 평소 그려왔던 즐거운 취미활동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 하기는 그렇고 뭔가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필요했는데 민주동문회에서 그런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서로가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현상윤 고문님의 걸걸하고 구수한 목소리로 한양도성안의 역사에 대하여 간략한 설명을 듣고 우리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교회당으로 지어졌다는 정동제일교회가 아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펜젤러 목사가 지었다는 이 교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현대가 사람들은 모두 이 교회에서 결혼한다고 하니 유서가 가히 깊다 할 것이다. 이어서 을사늑약의 아픈 역사가 있는 중명전. 골목길로 접어 들어가니 구한말 독특한 서양식 건조물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고종이 강제퇴위 될 때까지 거주하였던 궁궐이었다고 한다. ‘조선왕조는 쇠망했어도 건물은 여전하구나.’
다시 다음 블록 골목길로 접어드니 구 러시아공관 터가 나타났다. 6.25동란 때 폭격으로 다 무너지고 하얀 건물 하나만 마치 탑처럼 남아 있었다. 아관파천의 역사를 담고 있는 듯하다. 새문안길로 접어들어 역사박물관 앞 바닥에 한양도성전도가 펼쳐져 있다. 현고문님이 경복궁 주변 일대의 조선창건 시부터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평소 무심히 지나쳐 왔던 길들이 배경에 깔린 유래와 역사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알게 되니 새롭게 다가온다.
조선시대 때 왕족들이 거주했다는 서촌 일대는 원래 지명이 서촌이라 불리지는 않았던 것인데 최근에 와서 그렇게 호칭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하여 서촌이라 불리어진 듯하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들이 요소요소에 자리하고 있어 젊은 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명소가 된 듯하다. 우리 외민동 회원들도 덩달아 즐거운 나들이를 하고 있다. 지역 지리에 빠삭하신 현고문님의 인솔 하에 그 유명한 수성동 계곡길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나는 매번 인왕산은 올라가 봤지만 이렇게 경치가 수려한 계곡이 있는 줄은 몰랐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인지 인왕제색도(?)인지 아무튼 그 배경이 된 장소라 한다. 예전에 이 계곡을 복개하고 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섰었다가 다시 철거하고 원상복구한 것이라 하니 무분별한 난개발의 아픈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겠다.
박노수 미술관 대문 앞을 지나 윤동주 하숙집터 길을 지나 서촌 골목길 탐방을 마쳤다. 정겨운 동문들과 나들이를 하니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어렸을 적 박정희 등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는 왠지 삼엄함에 두려워서 근처에 얼씬 조차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경복궁 내에 군부대가 상주했다 한다. 민주화가 되니 비로소 자유롭게 서촌 골목길 나들이도 즐기고 수성동 계곡의 절경도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렇게 우리 ‘외민동 문화탐방 소모임’은 역사문화탐방으로 민주주의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민주주의의 꽃들을 만끽하고자 합니다.
함께 즐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