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정외과 80학번)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작년 12월 7일 한강 작가가 스웨덴 한림원에서 주최한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작품 ‘소년이 온다’를 집필했을 때 작가 자신에게 계속해서 던졌던 두 가지의 질문이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 5월 17일 광주 국립묘역에서 있었던 전민동 주최 광주민중항쟁 45주년 기념식 자리와 정읍에서의 외민동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이것을 언급하면서 했던 말이 ‘오늘의 이 자리는 추모보다는 새로운 결의를 해야 하는 자리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죽은 자(열사)들에게 구함을 받았고, 과거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제부터는 우리(산 자)가 살 자(후대 사람)를 구해야 하고, 현재가 미래를 도와야 할 것이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멀리는 동학혁명에서부터 시작해서 3.1운동 및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운동, 제주 4.3 항쟁, 4.19혁명, 5.18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 2017년 촛불혁명, 2025년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서 소중한 목숨을 역사의 제단 앞에 바치신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으로 인해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 15일 ‘제 34회 민족민주열사 합동추모대회’에 참석하면서도 새삼 느꼈지만 우리가 각종 집회나 모임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부르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에도 나오는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라는 것처럼 현재 살고 있는 우리는 죽은 자들에게 여전히 구함을 받고 있고, 과거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도움만 받고 살겠습니까? 이제 살아있는 우리도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야할 미래세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내란 수괴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시작한 내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우리 외민동을 비롯한 많은 민주진보 시민들의 투쟁이 결국 정권교체라는 작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출되었던 여러 가지 사회대개혁을 완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대개혁 시민행동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에서 수많은 사회대개혁 과제들을 정리하여 현 정부에 전달한 바가 있습니다.
제시된 사회대개혁 과제들을 훑어보면서 제가 가졌던 생각은 각론에서는 어느 정도 적합한 것들로 채워졌지만,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지난 5월 1일 외민동 회장 자격으로 언론시국회의(동아투위, 조선투위 등 7,80년대 해직언론인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언론운동단체)가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인 ‘언시국TV’와의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크게 3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로 ‘교육개혁’에 관한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교육개혁을 말하지 않은 정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의 대부분은 대학입시 개편이나 교육 편제 변경 같은 미시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교육 개혁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 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 교육은 경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약육강식의 교육입니다. 초등교육부터 고교까지의 아이들 교실을 경쟁의 장으로 내몰아 철저히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서 시험성적이 좋은 아이들 몇 명 빼고는 대부분의 아이들을 패배자(루저)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험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이른바 최고 학부로 진학하여 기득권 세력으로 유입되어 이번 내란 상황에서 보여줬듯이 사법카르텔 및 관료카르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악순환이 근절될 수 있습니다. 경쟁 교육이 아닌 인간 존엄 교육, 공존 교육으로 과감히 전환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정치 개혁’입니다. 이번 내란 사태와 대선 국면에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그 동안 보수의 탈을 써왔던 국힘당은 극우 정당으로 스스로를 자리 매김 했고, 진보라 불리웠던 민주당은 중도 보수임을 자임했습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치 지형이 되기 위해서는 비어있는 진보의 영역이 채워져야 합니다. 그래서 내란 수구정당인 국힘당을 해체시키고, 새로운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의 구조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소수 진보 정당이 영역을 넓혀야 하고, 내란 종식을 위한 광장 집회에서 소리를 내던 젊은이들이 제도권 정치에 들어 올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소선거제를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기후 정의의 실현’입니다. 탄소 배출량이 지금처럼 계속 늘어나서는 22세기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많은 양식 있는 서구 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지적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에 의한 대형 화재나 홍수 재난들이 결국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더 이상의 성장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까지 얘기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그저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의 성장이 우리 세대에게는 과실을 줄 수는 있겠지만, 우리 다음 세대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것 이외에도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다른 의제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생각들이 새로운 정부 5년 내에 바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담론화하면서 이것들이 사회적 의제화가 되어 방향성을 확보하고, 마침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 비록 우리 외민동이 정치결사체나 운동의 전위조직이 아닐지라도 내부에서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고, 이걸 기반으로 해서 다른 민주진보운동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우리(산 자)가 살 자(후대 사람)를 구해야 하고, 현재가 미래를 도와야 (한다.)”는 말씀과 사회개혁 3대 과제에 공감합니다.
경쟁교육은 폐지돼야 마땅하고, 진보의 정치적 진출을 위해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도 확대돼야 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절실하다고 봅니다.
각자 생활 속 친환경적 습관을 가져야 하고, 외민동의 각종 행사 시에도 이런 규칙을 적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요, 회장님 아들은 서울대 나왔다면서요?
경쟁교육 폐지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거에요?
해명 바랍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