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과 99학번
작년, 딸과 아들과 함께 외민동의 5월 기행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날이 무척 더워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민신형과 봉열형의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은율이(딸)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이후 처음으로 순창을 방문해 귀농한 준회형을 만나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순창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정성껏 준비해주신 죽순과 골뱅이 무침, 그리고 순창의 맛깔나는 식사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훌륭한 기행이었고, 가족 참가비가 단 10만 원이라는 점도 가성비 면에서 감동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외민동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은 5월 기행은, 준회형의 순창 지역 연계에 영감을 받은 김기중 수석 부회장의 제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가을에 본가인 정읍으로 농활 겸 나들이를 가자는 이야기였지만, 논의가 확장되어 2025년 5월 광주 기행을 고향 정읍 방문과 연계해보자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단, 전제 조건이 하나 붙었습니다.
“조화명이 주체를 한다면 추진 가능하다~”
기중형은 과거 제가 사회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거본부장을 맡아 큰 힘이 되어주신 분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힘이 되어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동 한 번 뜨면 잡혀가는’ 투쟁을 하셨던 선배님 세대와 달리, 우리는 대중적인 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였습니다.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학교가 바로 외대였지요. 단과대가 작다 보니 전 단과대가 함께 새터를 가야 했고, 덕분에 2,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버스 50대를 나눠타고 콘도, 리조트, 체육관 등을 통째로 빌려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하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이외에도 대동제 및 MT 지원,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통일행사 까지~~
총학생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학우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사를 치러야 했기에, 총학생회 사무국장 출신인 저를 포함한 당시 실무자들은 기획과 집행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야만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기행 준비는 우리 세대의 실무 능력을 발휘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총괄 기획은 제가 맡고, 정읍 지역은 김기중 부회장이 담당했습니다. 단결의 밤과 기타 세부 프로그램을 주도할 94학번 윤경준, 이문희 콤비도 기획단에 합류하며 2024년 하반기에 구성 완료되었습니다. 다만, 비상계엄 상황이 터지며 예정되었던 답사는 2025년 초로 미뤄졌습니다.
탄핵광장에서의 쌍화차 나눔 행사를 진행한 뒤 1월 초, 기중형은 정읍의 식당, 숙박시설, 명소 등을 정리했고, 2월에 기획단이 정읍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숙소와 운동장, 식당 구조 등을 확인하며 공동체 놀이와 단결의 밤 진행 가능 여부도 점검했습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관도 방문하여 해설사를 섭외했고, 선배님들을 위한 비장의 장소인 쌍화차 거리도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전주에 계신 김창기 선배님께 위문 인사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정읍에 대한 파악이 끝나자, 준비는 다섯 가지 축으로 나뉘었습니다.
1.버스 2대, 60~80명 인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소수 기획단이 모든 인원을 책임지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과거 통일선봉대의 ‘소대, 중대’ 체계를 차용해 10명 내외의 조를 구성하고, 각 조장님은 향후 외민동 운영에 함께할 수 있는 분들로 선정했습니다. 조장님들 모두 저의 노고를 이해하고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조 별로 이름도 정하고 깃발도 제작하며 조 별 운영의 성공을 마련했습니다.
2.광주 일정 운영 방식
정읍 경유가 확정된 상황에서, 중앙 전야제 및 추모제 참여는 어려웠습니다. 이에 따라 망월동 묘역 참배에 해설사를 배치하고, 세대별 대표 열사를 선정해 의미 있는 시간을 기획했습니다. 이후 광주 사적지는 조별로 자율 탐방하게 하여 유연한 일정 운영을 택했습니다.
3.단결의 밤 – 세대 간 이해와 사회대개혁의 결심을 높이는 장
윤경준, 이문희 선배 콤비가 이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초안을 잡고 이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비교적 가까운 순창의 차재훈 선배께 도움을 요청했고, 완성된 영상은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또한 90년대 문예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이문희 선배의 ‘들어라 양키야’ 문선은 두고두고 회자될 장면이었습니다.
4.정읍 일정의 내실 있는 운영
원래라면 일요일에는 해설 지원이 없는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 협조 요청하여 해설자 섭외를 사전에 완료했고, 김기중 선배님이 정읍 시청과 의회의 협조를 받아 주차, 환영 플래카드, 막걸리 등 필요한 것들을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5.버스 프로그램도 내실있게
올라가고 내려오는 버스에서의 시간도 알차게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글씨가 작아 아쉬웠지만 자료집도 제작했습니다. 광주와 동학에 대한 내용, 열사에 대한 내용도 함께 수록하였고 QR코드로 노래 및 영상의 링크를 걸어서 입체적인 활용을 도모하였습니다. 그 결과물은 참석자들의 ‘외민동가’ 숙지와 전민동 및 광주 영령 앞에서 회장님을 어느 대학 민동보다 멋들어지게 소개로 만들어졌습니다.
행사의 진정한 마무리는 평가라 생각했습니다. 50여 명이 평가 설문에 참여했고, 49명이 5점 만점의 만족도를 기록했습니다. (김창기 선배님의 2점은 잘못 누르신 것이라 확신합니다.^^) 조별 활동 시간과 공동체 놀이 시간 부족 등의 개선 사항은 있었지만, 대체로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여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조장들과 기획단이 외대에 다시 모여 평가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이번 긴 여정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번 기행을 준비하며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역할을 가지게 하자.
둘째,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고 사회대개혁의 결심을 다지자.
조장과 해설사를 중심으로 조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조 편성도 세대를 적절히 섞어 구성했습니다. 열사 선정도 세대 안배를 고려했고, 단결의 밤 영상도 70년대부터 90년대, 최근 세대까지 함께 등장시켜 ‘우리는 모두 같은 정의와 민주를 위해 싸운 동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구호도 수시로 외치게 하여 사회대개혁을 지속 상기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역할을 흔쾌히 맡아주신 조장님들, 영상 멘트를 준비해주신 분들, 식사 후 뒷정리를 함께 해주신 참가자들, 버스비와 음식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선배님들…
모두가 귀인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화명ㆍ기중ㆍ경준ㆍ문희 그리고 조장님들 덕분에 즐겁고 뜻깊은 기행이 됐습니다.
모두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