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정외과 80학번)
# 파괴된 우리들의 일상-민주주의 허약함
작년 12월 3일 내란 수괴 윤석열이 한밤중에 계엄을 발표한 이후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에 의한 파면까지 약 122일 동안 우리 모두는 긴장과 공포, 탄식과 안도, 분노와 인내를 오가는 오만가지 감정으로 불면의 밤을 겪었습니다.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늘 어긋나지 않았듯이 패악 무도한 윤석열이 무언가 큰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지만, 설마 설마하면서 지내다가 결국 한 겨울밤에 비상계엄을 맞이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날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후로 우리의 일상은 파괴가 되었고, 수많은 민주 열사들의 소중한 목숨과 희생으로 그 동안 쌓아 왔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지켜왔던 민주주의 제도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반증한 것입니다. 그 동안에 3번의 민주정부가 들어섰지만 제대로 된 적폐청산과 실질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제도적으로도 미비점이 많았지만 시민사회가 그냥 간과했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외민동 회원들의 적극적인 투쟁 열기-외민동의 저력
12월 3일 당일 밤에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도 10여 명의 회원들이 여의도 국회 앞으로 나가 계엄군의 국회 침탈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12월 6일에 예정되었던 정기 총회를 치르면서 참가자 일동의 결의문을 채택하며 전의를 가다듬었고, 12월 7일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시작으로 금년 4월 4일까지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를 위한 광화문 집회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참가하였습니다. 특히나 그 사이에 12월 21일 밤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 이른바 ‘남태령 대첩’때 함께 했던 회원들, 1월 4일 밤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도 밤을 꼬박 새우며 은박 담요를 덮고 혹한의 날씨를 견뎌냈던 ‘키세스 시위대’에 참가한 회원들을 통해서 우리 외민동의 저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했던 외민동 회원들 중 22명이 실제 각각의 역사적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느꼈던 소회를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 ‘땅에 내린 별, 내란을 넘다’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 함께 해주신 우리 회원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2월 28일 국우내란 세력의 모교 침탈 사건-자괴감과 자책감
그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올해 2월 28일에 있었던 극우내란좀비들이 우리들의 사랑스러운 모교를 침탈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75명의 회원들이 학교에 모였던 사건입니다. 우리들의 가장 빛나던 시절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청춘을 불살랐던 소중한 모교에 극우 좀비들이 들어온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학교 당국에 공문을 보내 학내에 못 들어오게 교문을 봉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오후 3시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2시부터 재학생들의 시국 선언에 참가를 하고, 4시에 외민동의 내란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었습니다. 하지만 극우 유튜버 일부가 1시 전에 미리 방송용 스피커를 설치하면서 재학생들과 충돌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교문을 사이에 두고 극우 좀비들의 온갖 욕설과 소음에 맞서 재학생들과 외민동 회원들의 함성과 외침이 계속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난장판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밤 10시경에 내란 좀비들이 퇴각을 하면서 약 10시간 가까이 이어졌던 대치 상황이 종결되었습니다. 이를 겪어보면서 저에게 들었던 생각이 선배로서의 깊은 자괴감과 자책감이었습니다. 우리 선배 세대들이 시대적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너져서 우리 후배들에게 이런 험한 꼴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짓눌렀었습니다.
# 빛의 혁명이 사회대개혁으로 이어지길-새로운 각오와 다짐
2017년 박근혜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혁명으로 등장했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다시는 결코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 민주 시민들의 공통적인 인식일 겁니다. 이번 빛의 혁명 과정에서 뜨겁게 분출되었던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사회대개혁을 통해 제대로 된 새로운 민주 정부가 들어서길 간절히 바랍니다. 내란범들에 대한 철저한 법적 처단을 포함한 과감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져야 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노동권이 존중되는 사회, 평화가 보장되고, 기후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실질적인 교육 개혁을 통해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등등…. 이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고, 각 민주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대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