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민동의 힘은 함께 할 때 빛이 납니다. 얼마 전 열렸던 故 이동혁 추모 공연 “이럴 때일수록” 에서 바로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24일, 가을밤의 선선한 공기가 감도는 홍대 웨스트 브릿지. 故 이동혁(독교 93) 동문을 추모하기 위한 특별한 공연이 열렸습니다. “이럴 때일수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공연은 이동혁 동문이 남긴 음악적 유산과 그의 삶을 함께 기리는 자리였습니다. 공연장은 이른 시간부터 그의 추억을 공유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그의 음악을,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수많은 외대 동문과 친구들이 한마음으로 모였습니다. 어두운 공연장 안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눈빛은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반짝였습니다.
이날 공연은 이동혁 동문의 대표곡들과 함께 그의 친구들과 후배들이 준비한 다양한 무대로 채워졌습니다. ‘조국과 청춘’, ‘아침의 노래’, ‘우리나라’ 등 이동혁 동문과 함께 했던 동시대 음악인들의 단체가 무대에 올라 그의 곡들을 재해석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그의 대표곡인 “풀”, “본다”, “이럴 때일수록”이 연주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강렬했고,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공연의 절정은 이동혁 동문의 부친께서 무대에 올라 감사를 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들의 음악과 그의 삶을 이토록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부친의 한마디는 관객 모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함께했던 시간이 길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그의 존재가 얼마나 크고 의미 있었는지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1시간 넘게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공연은 단순히 이동혁 동문을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음악과 삶을 통해 우리 각자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미래를 그려보는 계기였습니다. 그는 폐암 판정 후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고, 제주 강정마을과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담아 노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열정과 진심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무대에서 그의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혁이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의 노래 속에서, 그의 미소 속에서, 그리고 우리가 오늘 이곳에 모인 것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고 이동혁 동문을 기리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공연을 기획했던 배경에는 깊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작년 동문회 총회에서 이동혁 동문의 아들 장학금을 전달한 후, 뒤풀이에서 동문들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뜻을 모았습니다.
윤경준 동문과 백자 동문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동혁을 기억하자”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백자는 첫 회의 때 “우리 모두가 그의 음악으로 하나가 되었던 기억을 다시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후 기획 회의와 각 동문 노래패 섭외, 공연 장소 및 날짜 확정에 이르기까지 8월 말부터 준비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공연 준비 비용은 외민동에서 충당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으며 이런 과정은 많은 동문들의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무대 앞에서, 공연장 구석에서, 그리고 로비 곳곳에서 서로의 추억을 나누며 이동혁 동문을 떠올렸습니다. 70, 80년대 학번 동문들의 대표적 음악적 기억이었던 민중가요와 이동혁 동문이 남긴 창작곡은 외민동의 신구세대에게 그 가치와 감동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공연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고 고인을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이라는 공연 제목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공동체의 연대와 문화적 위로가 필요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문회가 단순한 회고의 모임을 넘어, 새로운 문화적 활동과 공동체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축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공연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되었지만, 그가 남긴 음악과 사람들 속에 새겨진 기억은 여전히 선명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그가 남긴 메시지는 우리에게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그의 삶과 음악을 기억하는 한, 그는 늘 우리 곁에서 웃고 있을 것입니다.
故 이동혁 동문, 당신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