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평화로운 교실과 직장을 위한 갈등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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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호

영어과 79학번, 전직 영어교사, 작가, 서울시교육청 정책자문관

🥮들어가는 말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교사와 관리자, 동료 간의 관계에서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는 비단 교직뿐 아니라 다른 직장에서도 흔히 경험하는 문제입니다. 사람 사이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기술이 부족할 경우 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방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갈등 해결법은 다양한 직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갈등해결의 첫 번째 기술: ‘못 본 척’하기

 갈등 상황에서 상대로부터 불쾌한 행동을 목격할 때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못 본 척’하는 것은 종종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토드 휘태거는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교사 리더십 책에서 “모른 척하는 솜씨(The Ability to Ignore)”에 한 장을 할애할 정도입니다. 이는 교실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사소한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그 행동이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일단 관망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즉각적인 지적 대신 잠시 관망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어느 해 3월 첫 날 보니 어떤 애가 귀걸이를 하고 왔어요. 그럴 때도 역시 리더십의 첫 번째는 싹 모르는 척해 주는 거예요. 일부러. 며칠 지나니까 이 녀석이 학급의 흐름을 눈치챘는지 아침에 귀걸이를 안 하고 오고 집에 갈 때 종례 끝나고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하더라고요. 그럴 때 딱 그럴 때 칭찬을 해주는 거예요. 제가 종례신문을 통해서 “아무개가 귀걸이를 방과후에 하더라. 참 센스 있다. 고맙다,”라고요. 이렇게 역발상의 생활 교육을 하면 애들하고 싸우지 않고 아이는 성숙한 모습으로 기대에 맞게 살려고 애쓰게 됩니다.

2. ‘I 메시지’를 활용한 감정 표현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비폭력 대화법에 포함된 ‘I 메시지’입니다. ‘I 메시지’란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낀다”라는 형태로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부장님께서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실 때 저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차분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상대방이 비난받고 있다는 느낌을 덜 받게 해 주며, 갈등 상황에서도 감정적 대응 없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습니다.

제가 상조회 총무를 하고 있을 땐데 제주도에 대표로 문상을 가야했어요. 수업을 1~4교시 올려붙이고 김포공항 가서 부랴부랴 가서 문상하고 회 먹을 시간도 없이 전복뚝배기 한 그릇 먹고 부랴부랴 올라왔으니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그런데 어느 부장이 “송 선생님, 어제 좋으셨겠네요,”라시는 거예요. 확 비위가 상하잖아요. 저보다 연세가 좀 있으셨던신 분인데. 그래서 그날 중으로 제가 메신저로 이렇게 보냈어요. “부장님, 실은 어제 수업 1 2 3 4교시 하고 저기 김포공항 가서 문상하고 저녁밥 겨우 먹고 와서 아직 피로 회복도 채 되지도 않았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제가 좀 당황스럽고 서운하네요,”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바로 “송 선생님, 그런 사정도 모르고 제가 경솔했습니다. 자중자애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을 주셨어요. 그 이후로 계속 신중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I 메시지’는 교사와 동료, 학생 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수업 중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다른 행동을 할 때도 직접적 지적 대신 “네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선생님은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함을 느껴”와 같은 표현을 통해 학생에게 문제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을 줄이며, 학생들 자신도 타인에 대한 존중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배울 수 있게 합니다.

 조용한 숲속. 내린 비가 고여 한쪽 웅덩이는 못이 되었다. 고목과 안개에 둘러 싸인 전설 속의 숲 같던 이곳에 사람들이 온다. 밀려온다. 서로는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모르는 이들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금세 아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본디 한 샘에서 나왔으니 곧바로 섞여도 여전히 맑기는 같다.
 누구는 마지막 남은 길을 못 찾는 이를 위해 차를 몰고 다시 나가고 어떤 이는 상을 치우고 모자란 상을 덧대 자리를 넓히고 의자를 맞추어 앉을 곳을 마련한다. 식기와 수젓가락을 올려 배열한다. 가져온 음식을 나누고 접시에 올리고, 이 많은 일들이 엉킴도 없이 절로 돌아간다. 누구도 시키는 이는 없고 누구도 안 하는 이는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진정 이것일 것이다. 나는 궁금했다. 어인 일인지.

3. 갈등에서 ‘칭찬’의 역할

 칭찬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갈등의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기다렸다가 그가 긍정적인 행동을 할 때 적극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실에서도 학생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보일 때 이를 언급하며 칭찬하는 것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긍정적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칭찬을 통해 상대방의 자존감을 북돋워 주면 갈등은 줄어들고, 관계도 더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유효합니다. 사실에 입각하면 칭찬이 됩니다. 단, 거기에 사심이 들어가거나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아부”로 변질되고 말겠지만요.

4. 명확한 직무명세를 통한 책임 분배

 직장 내 업무 갈등의 원인 중 하나는 모호한 직무명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장이나 팀장 등의 직무명세가 불분명할 경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혼선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교직의 경우, 부장의 직무가 단순히 ‘업무 총괄’이라는 식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명확한 업무 분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직무명세를 구체화하고 역할을 명확히 하여 업무 분담을 분명히 하는 것은 갈등 예방의 기본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연말에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말 학교교육계획 평가는 엄청 중요합니다. 올 한 해를 지내면서 불만이 있었던 내용을 잘 정리해서 평가 제출하라고 할 때 함께 별도 파일로 제출하세요. 이왕이면 뜻이 같은 분들도 동참해 주십사고 하세요. 설문 조사는 숫자가 중요하니까요.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요? 시시콜콜한 변화 요구입니다. 수능 감독한 다음 날 피곤하니 재량휴업으로 하자는 등등^^ (https://cafe.naver.com/ket21/9143 )

5.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 자존감을 높이는 소통법

 갈등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중요한 기술입니다. 상대방이 자존감이 낮아 방어적이거나 무례하게 행동할 때는 그를 비난하거나 공박하기보다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접근이 더 효과적입니다. 자신의 잘못은 작게 말하거나 지나치고 남의 잘못은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분들의 공통점은 자존감이 약한 거예요.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적당히 자기를 인정하는 마음이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자양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사례입니다. 제 옆자리 선생님이은 따지기 지존이에요. 그런데 따지는 마음속에 우울의 기미를 눈치채야 해요. 자신의 불행을 과대평가해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만 인식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분들과 논리 싸움하면 못 이깁니다. 그래서 저는 곁에서 “세상에 태어나서 뵌 분 중 가장 명쾌하신 분,”이라고 치켜세우고 지나갔습니다.

이는 상대방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하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6. 갈등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기

 때로는 갈등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팀장이나 부장, 교감 선생님과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는 그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 내에서의 갈등은 협의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원칙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 시수나 평가 방법을 결정할 때 모든 교사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이고, 평화로운 협력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케이크를 나눌 때 어떻게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까요? 그럴 때는 이런 협상의 원칙이 있습니다. “니가 잘라라. 선택은 내가 할게.” 아니면 반대로 “네가 자르면 내가 고를게,” 라는 You devide I select. 규칙입니다. 교직에서는 공개 수업 맡기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고역이지요. 그럴 때 누가 되든지 수업 공개하실 분은 가능한 주당 수업 시수를 한 시간 빼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자고 사전 협의를 했습니다.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셨던 고참 선생님들은 속이 좀 쓰렸겠지만 대체로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맺음말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지만,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한다면 갈등이 오히려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 간의 갈등,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관리자와 교사 간의 갈등 모두 평화롭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못 본 척’하기, ‘I-메시지’로 감정 표현하기, 칭찬을 통한 자존감 높이기, 명확한 직무 명세서 작성 등 다양한 갈등 해결법을 통해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