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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대학병원 이용하기-다빈도 질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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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문방송학과 97학번

1️⃣대학병원에서 만나는 직원들에 대한 호칭?

 대학병원은 그 특성상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가는 분야라 수많은 직종들이 모여 있고 의사직, 간호직 외에도 보건직(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의공직(의료장비 수리, 보수), 사무직, 약무직, 기술직, 업무지원직 등 수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의사직의 경우만 하더라도 교수, 임상강사, 전임의(펠로우), 레지던트, 인턴으로 직급이 나눠지고 간호직의 경우에도 수간호사, 책임 간호사, 실무 간호사 등으로 구분되다보니 간혹 병원을 내원하는 분들께서 ’호칭‘문제로 고민을 하는 것을 종종 보곤 합니다.

이런 경우 가장 무난한 호칭은 ’선생님‘입니다. 직종, 직역, 직급을 불문하고 병원계에서는 관례적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 됩니다. 다만, 외래진료 시 최종적으로 만나게 되는 의사는 대부분 교수 신분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경우에만 ’교수님‘이라고 호칭을 사용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TIP)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는 분들은 모두 의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학병원에서는 보건직과 약무직, PA 간호사(임상지원)들도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습니다.^^

2️⃣대학병원에서의 임상시험. 참여해도 될까요?

 대학병원 소속 의사들은 단순하게 진료, 수술 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연구도 병행해야 합니다. 의사이면서 교육자 나아가 연구자인 1인 다역을 수행하는 것이죠.

많은 분들이 대학병원을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만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혁신적인 치료신약 또는 의료기기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앞으로 병원 수입의 상당 부분은 진료수익이 아니라 연구수익에서 창출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대학병원에서 R&D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치료신약이나 의료기기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하철 광고 또는 병원 내 게시판 등을 통해 왕왕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공고를 보신 적이 많으실 텐데요, 많은 분들이 임상시험을 생체실험으로 오해하시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이나 의료기기를 본인의 신체에 적용하는 것으로 생각해 많이 꺼려하시는 걸 보게 됩니다.

제 경험상 대학병원에서의 임상시험은 식약처 등 관계기관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서 진행되고, 참여자의 안전과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시거나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본인의 질환과 관련 있는 임상시험이 있는 경우 고민 없이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 드립니다. 물론 임상시험 참여를 하시는 경우에는 소정의 사례비(교통비 포함)를 지급하고 있으며 저 또한 무료로 진료도 받고 용돈벌이(?)도 하고 임상시험을 부업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Tip) 데일리메디, 청년의사 등 의학 온라인 전문매체를 보게 되면 병원계 주요 동정뿐만 아니라 최신 의학상식, 임상시험 정보 등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3️⃣대학병원 ‘환우회’ 가입 또는 ‘건강강좌’ 활용하기

 대학병원에서는 일부 진료과를 중심으로 ’환우회‘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질환 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은 분들을 위해 진료과에서 개설한 동호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암환자 분들 중심으로 질환별 환우회 등이 많이 개설되어 있는데 암이나 희귀난치질환 등 중증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계시거나 수술 후 경과관찰을 하시는 분이라면 ’환우회‘ 가입을 조심스럽게 추천 드립니다.

아울러 대학병원에서는 지역주민의 건강지킴이 역할 수행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건강강좌를 정기적(비정기적)으로 개설·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상경험이 풍부한 진료과 의사들이 짧은 진료시간에 말씀드리기 어려웠던 질환 건강정보를 자세하게 알려드리는 자리입니다. 거주지 근처 대학병원 또는 주이용 대학병원의 건강강좌 개최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시어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4️⃣대학병원 내 입점해 있는 ‘의료기기’ 업체에서 꼭 구입해야 하나요?

대학병원 내 또는 인근에는 일명 의료기기 업체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병원 생활에 필요한 기저귀부터 의료기기까지 많은 품목들을 구비해놓은 의료 잡화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만, 대학병원에 입점한 의료기기 상사는 살인적인(?) 임대료를 지불하고 독점적 판매권을 허락 받은 곳이라 구매물품에 대한 비용이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입원 시 필요한 물품을 챙겨오지 못했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입원에 필요한 구비물품 등은 사전에 구비하셔서 내원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Tip) 1. 대학병원 내 입점한 편의시설(커피숍, 제과점 등)은 특수매장으로 분류되어 할인적용이 제한되거나 불가한 곳이 많이 있습니다. ㅠㅠ

2.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료물품 등은 대부분 처방성 재료이므로 일반 시중 약국이나 의료기기 취급업체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해당 치료재료 등이 필요하신 경우라면 진료 시 또는 퇴원 시 넉넉하게(?)처방받으시기를 권고 드립니다.

5️⃣국립대학교 병원 직원들은 공무원인가요?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은 특수법인(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 또는 국립대병원 설치법)이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이 아닙니다. 물론, 국립대병원 소속 교원들 중 일부 의사직의 경우 예전에 공무원(의과대학 소속 교육 공무원) 신분이기도 했지만 국립대학교법인화가 되면서 현재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따라서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불문하고 공무원 연금을 받는 경우는 없으며 대부분의 대학병원 소속 교원들은 사학연금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Tip) 1. 국립대병원은 타 대학병원과 달리 복지부 소관이 아닌 교육부 소관(교육, 연구, 진료를 수행하는 국가중앙의료기관)이며, 국립대학교병원장은 이사회 추천을 거쳐 교육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해서 임명되는 구조입니다.

2. 국립대병원은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공무원의 신분에 준해 정년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있으며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어 기재부, 교육부 등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6️⃣BIG Hospital = ‘Great Hospital’ 인가요?

 BIG 5(7)병원은 말 그대로 병원의 병상수(규모)로 분류한 기준입니다. 의료자원이 부족하고 지역 간 불평등이 심했던 시절에는 병상수가 큰 병원=의료의 질이 높은 병원이라는 말이 정석처럼 회자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단순히 병원의 규모로만 해당 병원의 의료질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현재 병상수로만 따지만 서울아산>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대병원(본원)>강남성모>분당서울대병원>길병원(인천)순입니다. 물론 큰 병원일수록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의료의 질 또한 높은 게 사실이지만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길병원이 병상수로는 우리나라 7번째의 규모를 자랑하는 병원인데 의료의 질 분야로 놓고 보면 길병원이 과연 그런 위상을 가진 병원인지는 회의적인 게 사실입니다.(물론 20년 동안 대학병원에서 근무한 개인경험과 타병원 소속 지인들의 의견을 종합한 사견입니다.)

따라서 병원별로 의료의 질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고 각 대학병원급 대표 명의들이 정년퇴임 후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 Big Hospital=Great Hospital이라는 도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대학병원급 진료를 희망하는 경우 병원의 규모에 연연하지 마시고 일단 1)해당 질환의 명의가 있는 병원을 최우선의 선택 기준으로 하고 2)해당 병원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고객 친화적인지를 2순위로 고려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