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 #1_Pigment print_60x90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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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사진작가, 신문방송학과 85학번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 #1_Pigment print_60x90cm_2024

소요산 자락에 위치한 버려진 낡은 건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이곳은 수많은 여성이 성병 검진을 이유로 강제로 끌려와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던 인권 유린의 장소였다. 철창에 격리된 여성들 모습이 동물원에 갇힌 원숭이 같다고 해서 당시 미군들 사이에선 ‘몽키하우스’라고도 불린 곳이다. 깨진 유리창, 무너져 내리는 천장과 발 디딜 틈 없이 쌓여 있는 쓰레기들, 빨간 스프레이로 벽에 새겨놓은 낙서까지… 그 모습은 과거 그곳에 갇혀 있던 여성들의 삶만큼 처참하다. 1973년부터 1996년까지 운영된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국가가 주한미군을 상대로 하는 기지촌 성매매를 사실상 조장해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삼았음을 뒷받침하는 가장 대표적인 물증 가운데 하나다. 수용소에 감금된 여성들은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고용량의 페니실린 투약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야 했고 투약과 치료에 대한 공포로 수용소를 탈출하려던 여성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국가 권력에 의해 훼손된 여성들의 통곡과 절규, 공포와 두려움들이 수용소 같은 구조와 잔해들 속에 아직도 여전히 묻혀 있는 이 곳은 지금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 경제와 관광지 개발을 위해 하루 빨리 없애야 하는 흉물임을 주장하는 동두천시와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성찰하는 기억의 공간으로 남기길 주장하는 시민단체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중이다. 철거 저지를 위한 국민청원은 5만을 넘겨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어 있는 상태이고 경기도 문화유산 임시지정을 위한 경기도 청원또한 1만을 넘겼지만 시측은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 체 철거를 위한 포크레인만을 앞장세우고 있다. 동두천은 미군기지로 인해 흥망성쇠를 겪어온 대표적인 도시이기에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담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 공간이 최대의 역사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공녀에서 일제강점기의 위안부 그리고 분단국가에서의 양공주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은 늘 한국사회의 어두운 역사적 현실을 반영해 왔음을 떠올리며 이 버려진 공간에서 그녀들의 버려진 상처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