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의 일상은 단 하루 만에 무너졌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깬 계엄령은 민주주의를 다시금 위협했고,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섰다. 그 중심에는 외민동 동문들이 있었다. 국회 앞에서, 광장에서,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는 분노하고, 토론하고, 행동했다. 그 격동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로 했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이는 외민동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계엄과 탄핵 정국을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기록한, 살아 있는 역사다. 누군가는 여의도로 달려갔고, 누군가는 거리에서 밤을 새웠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일상의 작은 변화 속에서 이 시대를 체감했다. 우리는 이 모든 조각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 역사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책의 기획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외민동 단체 채팅방에 이번 책을 출판할 서종오 동문(아랍어 93)이 “이번 계엄 사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이 나오자마자 출간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모여 기획을 구체화했고, 글을 쓰겠다는 동문들도 빠르게 늘어났다. 2025년 4월 3일 출간을 목표로, 총 23명의 집필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서종오 동문은 이렇게까지 일이 빠르게 진척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외민동의 강력한 추진력에 혀를 내둘렀다.
출간 준비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치적 선언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담은 책을 만들고자 했다. 때문에 글의 방향성과 톤을 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탄핵과 계엄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선은 달랐다. 어떤 이는 분노를, 어떤 이는 절망을, 또 어떤 이는 희망을 기록했다. 각자의 시선이 모여 이 책은 더욱 다채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또한, 책의 제목을 정하는 과정도 치열했다. 동문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투표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땅에 내린 별, 내란을 넘다’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계엄령이 내려진 이후,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었다. 촛불을 들고, 피켓을 들고, 때로는 홀로 서서 우리의 목소리를 냈다. ‘땅에 내린 별’은 바로 우리 자신을 의미한다.
이번 출간은 단순한 책 한 권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이는 외민동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 세대에게 우리의 경험을 전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이 책이 단순히 읽고 지나치는 책이 아니라, 그날의 뜨거운 기억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훗날, 누군가 이 책을 펼쳐보며 우리가 겪었던 그 시간을 이해하고, 다시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해주기를 소망한다.
책의 발행일이 4월 3일인 것도 계엄령 선포 후 넉 달이라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외민동은 이번 책 출간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을 기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연대의 시작이 될 것이다. 동문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우리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