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인터뷰

대북 전단 살포, 접경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다

-윤설현 동문(일어86)의 평화를 향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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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편집자, 신방과 85학번

2024년,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대북 전단 살포는 단순한 소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경기도 파주 DMZ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윤설현 동문은 이 위기를 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요즘은 단순히 말싸움이 아니라 실제로 서로 싸우고 있는 저강도 전쟁 상황이에요. 무인기가 뜨고, 북한은 쓰레기 풍선을 보내고, 우리 정부는 확성기로 대응하고… 이런 긴장이 언제 실제 폭탄으로 변할지 몰라요. 주민들 모두가 가슴 졸이며 살고 있습니다.”

윤설현 동문은 어린 시절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당시, 그는 같은 마을에 살던 군인 가족들이 피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1983년 이웅평 미그기 귀순 때는 실제로 공습경보가 울렸으며, 1994년 영변 핵시설 공격 논의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라면 사재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았다. 그러나 그가 경험했던 어느 때보다도 현재의 파주는 전쟁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는 것이다.

대북 전단이 불러온 남북 간 긴장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접경지역에서 진행했던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5월부터 북한은 ‘쓰레기 풍선’으로 대응하기 시작했고, 7월부터는 귀신 소리 같은 기계음을 송출하며 심리전을 강화했다. 10월에는 무인기로 평양 상공에 전단이 살포되었고, 이는 북한의 보복 위협으로 이어졌다. 윤설현 동문은 이를 두고 “남북 관계가 이제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교전 관계’로 변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묵인하는 대북 전단 살포가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에요.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대응하잖아요. 이게 언제까지 말싸움으로 끝날지, 아니면 진짜 폭발로 이어질지 모르겠어요.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윤설현 동문은 접경 지역이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희망차던 분위기에서 전쟁 위기가 상존하는 불안정한 지역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과거보다 더욱 직접적인 위험을 느끼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전면전은 준비할 시간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발적인 충돌이 가장 무섭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니 모든 게 불안하죠. 대북 전단 하나가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주민들이 나서 지키는 평화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한 접경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설현 동문은 주민들과 함께 ‘평화 위기 파주 비상행동’이라는 네트워크를 결성해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막기 위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니 주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매주 주말마다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 반대 시위를 했고, 트랙터까지 동원해서 전단 살포를 물리적으로 저지한 적도 있어요. 이런 활동이 우리 평화와 생존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었죠.”

그는 생업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예전에 비해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관광객이 확연히 줄었다. 그래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 중에는 “엄마가 이렇게 긴장이 심한데 왜 거길 가냐고 걱정하더라”는 말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손님들과 함께 DMZ 탐방을 위해 도라산 전망대에 오르면 군인들이 사진을 찍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그 모습을 본 외국인 관광객들은 군인들의 예민한 반응에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긴장감을 느끼곤 하죠. 한 외국인은 북한의 확성기 방송을 들으며 ‘이게 진짜 전쟁의 긴장감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외국인들도 이곳에 와서야 남북 관계의 복잡성과 위태로움을 실감하는 거죠.”

윤설현 동문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 행동에 참여하고, 남북 간 갈등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DMZ 긴장 속에서도 생태와 평화를 찾는 윤설현 동문

윤설현 동문은 DMZ의 생태를 보존하며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두루미와 독수리 같은 겨울철새를 관찰하는 탐조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 지역이 단순한 군사적 대립의 공간이 아니라 생태적 보고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

“탐조 여행은 단순히 새를 보는 활동이 아니에요.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죠. 이런 경험을 통해 생태와 평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윤설현 동문은 자신의 농장과 게스트하우스를 단순히 개인의 공간으로만 남기지 않고, 외민동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지역 활동을 할 때도 사람들이 ‘요즘 외민동이 제일 잘 나간다며?’라는 말을 할 때면 어깨 ‘뿜뿜’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외민동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농장을 주말농장처럼 활용해서 부담 없이 와서 쉬고, 한잔 나누며 교류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주말농장이라고 해도 제가 농사를 지으니 큰 걱정 하지 않고 와서 가족이나 지인과 즐겁게 놀다 가시면 돼요.”

접경 지역에서 희망을 잇는 윤설현 동문의 다짐

윤설현 동문은 앞으로도 돈을 버는 일보다 평화와 생태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더 집중할 예정이란다. 자신이 돈을 버는 데는 소질도 관심도 없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활동하며 진심과 진정성이 전달되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자신이 갈 길이 분명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쟁이 발생한 뒤 이를 수습하는 것보다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주민들이 계속 예찰하고, 전단 살포를 막고, 평화를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쌓여야 평화를 지킬 수 있어요. 참, 전에 강민신 동문이 1인 시위를 함께 해줬을 때 정말 감사했어요. 이렇게 외민동 동문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더 힘이 납니다.”

윤설현 동문은 주민들과 함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쟁의 위기가 상존하는 접경 지역에서 그는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평화를 위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화양연가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 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