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이다.
가수 백자 동문(경영 90)을 다시 보는 게. 2013년 겨울 즈음 문충선 동문(독어 82)이 준비하던, 장흥 지역신문 ‘마실 가자’ 창간을 응원하려 한옥스테이 ‘오래된 숲’에서 가진 모임. 그 자리에 그와 함께했었다. 최근 너무나 유명해진 그분(?)을 인터뷰 핑계로 만날 수 있는 영광이 나와 함께 하다니… 그 짧은 인연이 아쉬웠을까? 우린 엉겹결에 포옹을 했다. 이게 대체 얼마 만입니까? 정말!
길수: 반갑습니다. 우선 궁금한 질문부터.
‘탄핵이 필요한 거죠’로 조사받으셨잖아요? 여러 단체와 동문들의 응원을 받으며 출석했는데 8월 1일이었죠?
백자 : 네. 조사 받고 1주일 후 변호사를 통해 의견서를 제출한 이후 별다른 연락을 아직 못 받았어요. 고소 내용에 대해 공개를 요청했지만 경찰에서 동의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조사내용만을 토대로 의견서를 제출한 게 전부예요.
길수: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세요? 그리고 대응은?
백자 : 제가 경찰 조사 받은 게 이번이 세 번째인데 제일 형식적이었달까? 특별히 집중적으로 따져물은 부분이 없어서 조금 더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변호사분 말씀이, 보여주기식 수사여서 압수수색같은 이례적인 수순이 있을 수도 있고, 검찰 송치 후 별건 수사로 확대해서 최대한 오랜 기간 압박하여 활동을 제한하려 하는 게 아닌가 전망하시더라구요.
길수: 그러면 정세에 따라 더 큰 무리수를 둘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요즘 ‘계엄령’ 얘기도 나오고, 개념도 모호한 이른바 ‘반국가세력에 대한 전국민적인 대응’을 선동하고 있잖아요?
백자 : 제가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부터 많은 풍자곡을 불렀어요. 그걸 이제 와서 저작권법으로 고소하여 압박하고, 유튜브 활동 자체를 못하도록 권력으로 되갚음하는 것이라 판단됩니다. 또, 제가 군대 가기 전 만들었던 ‘혁명동지가’를 불렀다는 이유로 시의원이 국가보안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도 있구요. 검찰로 송치된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사실 예상하기 힘들다는게 변호사 의견이구요. 그전에 탄핵해야죠. 그게 제 살길입니다.
길수: 그렇죠? 항상 정답은 단순하죠. 탄핵해야죠. 하하. 이제 음악 얘길 해보죠. 90학번 경영학과죠? 단과대에서 노래패를 만들고부터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면 30년이 넘는 시간인데요. 정말 존경스럽거든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보니까 2011년 제16회 부산 국제영화제 다큐 부문 경쟁작에 백자스토리가 있었구요.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 소개하는 수식어가 아주 다양해요. ‘풍자가수’, ‘민중가수’, ‘세상과 소통하는 딴따라’, ‘한국형 블루스 포크 음악을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4집 앨범을 내면서부터는 ‘시노래 가수’라는 예명까지 생겼구요. 또 많은 자작곡을 발표하였는데요. 당연히 음악적인 욕구도 엄청나리라 여겨지는데 정작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백자 : 풍자는 제가 대중들과 소통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예요. 친한 분들도 얘기하세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구요. 실제로 ‘나이스 줄리’라는 곡을 발표한 후 민노총 여성위원회에서 여성혐오라는 이유로 기자회견까지 하고 그 여파로 제가 함께했던 노래패의 동료들 여럿이 팀을 탈퇴하기도 했었구요. 제겐 큰 시련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형사고소와는 별개로 유튜브 수입 자체를 막아버린 상황이라 활동하기 힘들게 되었거든요.(인터뷰 후인 2024.9.10.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KTV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민•형사 소송을 통한 강력 대응 및 채널 패쇄”를 목표로 한 것으로 밝혀짐. – MBC 보도) 저에겐 큰 시련이죠. 그렇지만 저는, 한 인간이 슬플 때도 있고 즐거운 날도 있는 것처럼, 예술가도 폼나고 대접받는 무대만 선호하기보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중예술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주고 그 느낌들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풍자가수든 민중가수든 싱어송라이터든 어떻게 불리워져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길수: 우문현답이었네요. 역시 대단합니다. 최근에 발표한 시노래들이 반응이 참 좋더라구요. 화양연화, 청국장, 목도장 등등요. 저도 많이 듣고 있는데요. 물론 ‘탄핵이 필요한 거죠’처럼 엄청나지는 않지만요. 하하. 특히 김사인 시인의 시에 곡을 더한 ‘화양연화’를 개인적으로 자주 들어요. 시와 곡이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우러지는지 말이죠. 특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 곁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이 대목이 너무 좋았어요.
백자 : 요즘 들어 시를 노래한 4집 앨범을 다들 좋아해 주셔서 발표하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노래로 공연도 많이 했구요. 삶이 녹아 들어 있는 좋은 시들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길수: 바쁜 중에 동문들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날 인터뷰는 강민신(서어 85) 동문 부부와 라길수(독어 85)가 함께했다. 인터뷰 내내 백자의 ‘가을이 좋다더니’를 들으며 진행되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문득 백자 동문의 삶이 자신의 노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강건하기를…
춤추는 나무
비 바람이 불어
내 몸을 흔들어 견딜 수가 없어
이파리가 떨려
가지가 찢겨 피눈물이 흘러도
곁에 있는 나무와 어깨동무를 하고
든든한 뿌리를 믿고 우린 함께 버티어 왔네
바람 거세질수록 더욱 더 펄럭이리라
푸르른 나무가 되어 희망의 춤을 추리라
- 글,그림 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