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동안 사진작업을 하면서 최근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사진을 통한 치유의 힘이다. 사진의 치유적 힘이 실재했던 과거의 감정을 강렬하게 불러 일으킨다는 점은 시각체계와 정서체계와의 연결이 중요시되는 심리치료 영역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지만 국내에서의 예술심리치료 교육과 문헌은 사진을 활용한 정보나 임상연구사례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몇 년전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사진전문 임상사례 자료와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단계이며 국내에서의 연구 또한 미비한 시점이다.
프랑스 문화학자 롤랑바르트 또한 저서 카메라루시다(1980)에서 사망한 어머니의 사진을 바라본 경험을 통해 실재(reality)의 증언, 기억의 향수, 정서적 관찰로서의 사진 가치를 통찰하며 심리치료의 도구로서 사진의 유용성을 제안한 바 있다.
급변하고 있는 현대 디지털 환경은 인간 경험의 본질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언어적 표현은 점점 사라져가고 언어를 통해 대상과 경험해 온 기존의 인식 또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진은 우리의 삶을 연결하고 설명하는 또 다른 언어를 제공하고 기존의 전통적, 비시각적 질문 아래에서는 드러나지 못했을 통찰력도 제공해 주기에 특히 심
리치료 영역에서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리치료의 도구로써 사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떠한치유적 효과가 나타나는가 나는 앞으로가 몹시 궁금하다.
사진 <Gaia’s Table#1> 은 이러한 치유예술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작년에 기획한 전시 <닥터그라포스DOCTOR GRAPHOS, 김영섭사진화랑, 2023> 작품 중 하나이다. 몇년간 예술심리 치유 수업과 임상을 진행하며 얻은 영감이 내게는 한국인의 무의식에 잠재된 치유적 상징들을 떠올리게 했다. 제의를 상징하는 초와 제단, 몸을 살리는 녹두, 하늘님께 빌며 마음을 치유해 온 수많은 기도의 순간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 그림으로 표현하기 부족한 내용을 사진이나 디지털 영상으로 설명하는 시각치료 영역은 디지털 소셜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진치료 영역에 대한 무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여긴다. 기존 예술치료의 영역에서 단순기록의 활용수단으로만 존재했던 사진의 영역을 넘어 더 창의적인 심리치료 도구로서 사진을 어떻게 치유촉진의 매체로 활용할지… 그 실험 또한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